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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beethoven

베토벤 교향곡 음반열전 #3 - 교향곡 제2번 & 4번 : 피츠너, 클라이버 (Naxos, 1928/1929)

by iMac 2016. 12. 30.


베토벤


교향곡 제2번 D장조 op.36

에리히 클라이버, 지휘 / 베를린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 (1929년)


교향곡 제4번 Bb장조, op.60

한스 피츠너, 지휘 / 베를린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 (1928년)





지난  1, 6 음반에 이어지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녹음서거 100주기인 1927년에 맞춰   완성되지는 못한 100주기 기념 기획의 일부로 2번은 에리히 클라이버, 4번은 한스 피츠너가 지휘했다.



교향곡 제2번


오늘날 우리들에게는 저 유명한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1930~2004)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 오스트리아 지휘자 에리히 클라이버(1890~1956)는 1923~1934년 기간 베를린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재임 중이었다. 당시 베를린은 베를린 필에 푸르트벵글러, 시립오페라에 브루노 발터, 크롤 오페라에 오토 클렘페러, 국립오페라에 에리히 클라이버라는 어마어마한 지휘자들로 가득했다.


오늘날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상황. 지휘자 뿐만 아니라 기악, 성악 모든 분야가 쇠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것은 클래식 음악계 전반의 쇠퇴와 관련지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점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치가 망쳐놓기 전 20년대 베를린 음악계의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아무튼, 이 음반에 담긴 연주는 엄청나게 신기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녹음 탓도 있겠으나, 지휘자의 해석도 전체적으로 유려한 흐름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자연스런 템포 구사로 기품있는 음악을 만들고 있는데 완성도 자체는 높지만 2번에 대해서는 좀더 신랄한 맛을 기대하는 터라 자극적인 맛은 덜하다. 자의적인 템포로 마구 주무르지 않고 적절히 쾌적한 템포로 움직이는 음악이 인상적이지만 그것 이상의 획기적인 맛은 부족하다. 특히 이런 점은 마지막 악장 첫 시작 리듬의 둔중한 움직임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녹음은 역시 1929년 발매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역시나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큰 기대를 접고 들으면 그런대로 기대이상으로 들리는 부분들을 즐길수는 있지만 자주 들을 만한 것은 아니다. 



교향곡 제4번


이 전집 녹음기획에서 가장 많은 곡을 지휘한 사람은 피츠너이다. 베를린 필과 베를린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 두 곳을 지휘해 1, 3, 4, 6, 8번을 녹음했다. 여전히 녹음 초창기라서 낯설고 쉽지 않은 작업 방식과 그 열악한 결과물 때문에 녹음을 꺼리는 사람도 아직은 많은 상황이었기에  이런 작업에 참여해서 기록을 남겼다는 자체가 놀랍다. 


4번은 1928년 최초 발매라고 되어있는데 2번에 비해 울림이 덜 하고 건조한 느낌. 워낙 옛날 녹음들이라 듣다 보면 다 그게 그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그래도 2번을 듣고 4번을 들으면 지휘자가 달라졌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 신기하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반복은 공히 모두 생략


전체적으로 풍성한 울림으로 다가왔던 2번에 비해 피츠너의 4번은 전반적으로 프레이징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1악장 서주에서 주부로 넘어가는 부분도 느릿하고 꼼꼼하게 소리를 만들어간 통에 드라마틱하지는 않았다. 녹음 탓인지 내가 잘못 들은 것인지 아무튼 가끔 현악의 음정이 안맞고 늘어지는 부분이 살짝살짝 들린다. 


2번도 그렇고 4번도 그렇고, 3번이나 5번, 6번 처럼 뭔가 음악적인 드라마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순수 음악적 울림으로 승부해야하는 작품에 있어서 지휘자의 해석과 더불어 음악의 결을 잘 살리는 녹음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오래 된 녹음의 경우 더더욱 불리한 상황. 


4번 2악장은 베토벤 교향곡의 느린 악장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아름다운 악장이지만 열악한 음질탓에 아름다운 음색을 맛보기는 어려워서 아쉬웠다. 그래도 그 와중에 현악과 금관, 목관의 움직임이 선명히 구분되고 있는 점은 확실이 니키쉬의 녹음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했음을 실감케한다.


클라이버나 피츠너나 모두 딱히 재미있는 연주들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좀더 구조적으로 단단한 모습을 빚어낸 피츠너 쪽이 베토벤과 더 잘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 번이라도 더 듣고 싶어지는 수준의 녹음은 이 때보다 10년은 더 세월이 지나야 할 듯. 자글거리는 잡음과 답답한 다이내믹 레인지 때문에 여전히 다 듣고 나면 귀가 피곤해지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