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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2. 풍향기

by iMac 2017. 5. 26.


2곡 풍향기 (Wetterfahne)


터덜터덜 수많은 사연을 품고 걸어가는 1곡에 이어지는 2곡은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풍향기. 바람을 맞아 덜그럭 거리는 듯한 돌발적인 음형으로 시작한다. 음악의 흐름도 마음 속을 뒤흔드는 바람이 부는 듯 불안하고 격정적이다. 





2곡의 해설 내용도 이전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슈베르트와 여성들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 바로 그것. 프랑스 혁명의 반동으로 개혁은 물건너가고 억압적인 메테르니히 정권하의 오스트리아에서는 남자가 결혼을 하려면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있는지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결혼이 가능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남자들은 대부분 서른살을 넘겨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심지어 슈베르트의 맏형은 쉰한 살에야 결혼했다고.


오늘날 시대엔 상상도 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아무튼 수입이 불규칙적인 자유 음악가로 활동한 슈베르트로서는 정상적인 결혼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니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간 생각지도 못했지만 돌이켜보니 슈베르트는 불과 31살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작곡활동을 한 대부분의 시기는 10대부터 20대의 전 시기이니 남자로서는 한참 혈기왕성한 시기가 아닌가? 


책은 학계에서 제기된 슈베르트의 동성애 여부에 관한 논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동성애자였든, 이성애자였든, 혹은 양성애자였든 이성관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불운한 사람이었음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35살에 요절한 모차르트도 결혼은 하지 않았던가? 



환상곡 F 단조 D.940


슈베르트가 호감을 갖고 있던 여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관련된 작품이 함께 소개된다. 독일미사 F장조 D.872, 네 손을 위한 환상곡 F단조 D.940. 독일미사는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의 선배 같은 스타일인데 앞으로 좀 더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애플뮤직에서 브루노 바일의 것을 찾아서 들어볼 참이다. 





네 손을 위한 환상곡 D.940은 라두 루푸와 머레이 페라이어의 멋진 듀오 연주 음반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것 역시 애플뮤직에 올라와 있어 들어보기 편해졌다. 슈베르트가 음악수업을 해주던 에스테르하지 백작가의 카롤리네에게 헌정한 곡. 20분 남짓한 곡으로 방랑자 환상곡과 마찬가지로 전체가 연결되어 있지만 4악장 구조로 나눠볼 수 있다. 


방랑자와 다른 점이라면 카롤리네와의 연탄을 위해 작곡한 것이어서 그런지, 그런 이야기를 듣고 다시 들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아무튼 종종 격정적이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비르투오소적이었던 방랑자 환상곡에 비해 훨씬 편안하고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곡이다. 아무튼 책 덕분에 오랜만에 루푸와 페라이어의 멋진 연주를 다시 들으며 곱씹어보게 되었다.


이 곡의 첫 시작이자 전곡을 하나로 묶어주는 쓸쓸한 도입부 주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4막 초입에 나오는 바르바리나의 카바티나 선율을 슈베르트풍으로 보다 아련하고 세련되게 다듬은 것이다. 모차르트에 대한 오마주라고 생각되는데 나의 검색이 부족한 것인지 아직까지 음악 해설서에서 이 두 작품의 관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것을 보지 못했다. 루푸와 페라이어 듀오 음반에 대한 아마존 리뷰에서 살짝 보일 뿐. 이 부분은 좀 더 찾아보고 싶다. 



바르바리나의 카바티나



슈베르트의 환상곡 - 마침 루푸와 페라이어의 연주가 유투브에도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