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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urope

2018 비엔나 #8 (2018.9.25) - 미술사박물관

by iMac 2018. 11. 16.


여전히 쌀쌀한 날씨. 창밖의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없으나 이 상태로 밖에 돌아다닐 엄두는 안나는 그런 날씨. 첫 날 비가 온 것 부터 시작해서 어차피 일정은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 날씨가 너무 추우니 역시 일정은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택해야 했다. 이번 여행 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미술사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빈, 자연사박물관




미술사박물관 - 오전 관람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Wien)은 전날 갔던 레오폴트 미술관이 포함된 무제움스크바르티어 지역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똑같이 생긴 쌍둥이 건물 두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구조. 



자연사박물관과 미술사박물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규모만 보아도 하루에 한 곳 보기에도 벅찰 것 같다. 일정상 미술사박물관만 볼 계획이었고 티켓도 미리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모바일 티켓으로 준비했다. 티켓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리저리 생각끝에 결국 가장 기본 티켓만 구입했다. 


기본티켓 - 15유로



전날 레오폴트 미술관으로 가던 길과 같은 경로로 걸어가면 도보로 10분 남짓 걸린다. 개관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도착했는데 쌀쌀한 날씨 속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오페라 극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장대한 외관이 압도적인데, 이런 규모만 보아도 하루 안에 전시물을 속속들이 감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시간이 되면 자연사박물관도 보고 싶었으나, 현장에 와서 보니 역시나 어림없는 생각이었음을 실감하며 줄을 섰다. 문 밖에까지 줄이 늘어섰는데, 잠시 기다리니 직원이 밖에 나와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예매한 사람은 먼저 들어오라고 안내한다. 아이폰 wallet에 저장한 티켓을 인식하고 바로 입장.





이곳은 한국어 안내지도와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2명에 7유로. 이 오디오가이드가 한국어는 내용이 많지 않다고 비추하는 글도 보긴 했는데,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 오디오가이드에 의하면 이 건물은 20년간 예산걱정 없이 아낌없는 재원을 투입하고 당대 최고의 건축, 예술가들을 동원해서 지어졌다고. 





원래 미술관에 가서 사진찍고 그러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건물 내부도 정말 멋지고 소장품들도 어디선가 한번쯤은 본 유명한 그림들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 중앙 로비에 계단을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그 유명한 테세우스를 비롯, 건물 내부 기둥 사이사이를 장식하고 있는 클림트의 그림까지 정말 규모와 디테일, 아름다움까지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전시실 또한 아주 맘에 들었는데, 우선 공간이 넓고 천장이 높아서 사람이 많아도 북적거린다는 느낌이 훨씬 덜하고 중앙에 푹신한 의자가 많아서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다. 미술관을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그림 감상에 푹 빠져들게 만들면서 다른 어떤 미술관보다도 쾌적해서 좋았다. 


한 층의 절반정도 밖에 보지 못했는데, 벌써 점심시간. 이제 미술사박물관 중앙에 위치한 카페에 가볼 차례.





미술사박물관 카페 - 오후 관람


이곳 카페는 예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서도 꼭 가보고 싶었다. 한참 그림을 보고 나니 배가 고파져서 이 곳에 갈 수 밖에 없는 구조. 10시에 들어와서 금방 1시가 넘어 버렸다. 역시 잠시 대기 후 안내를 받아 착석. 일단 이곳은 이런 말도 안되게 멋진 공간에 어떻게 카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구조적으로 환상적이다. 사진으로 보고도 멋지다 싶었지만 실제로 와보니 사진에서 느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멋지다. 





카페에 오긴 했지만 워낙 배고파서, 식사를 주문했다. 슈니첼과 샐러드, 역시나 알름두들러 1병 주문. 음식은 솔직히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분위기가 좋아서 앉아 있었는데, 음식맛까지 좋아서 또 한번 놀랐다. 그저 그런 관광지 명소안에 위치한 흔해빠진 식당의 맛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슈니첼의 양이 많아서 남기곤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주문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듯 하다. 정말 맛있게 다 먹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카페



식사 후 또 다시 관람을 했는데, 보다보니 점점 시간이 빠듯해지기 시작한다. 당시 브뤼헬의 그림이 전시된 공간이 공사중이어서 일부 유명한 그림 몇점만 밖에 따로 전시되고 있었는데, 그 공간까지 다 봤으면 시간이 어땠을지 모르겠다. 


와이프가 무척 좋아했던 램브란트 자화상


브뤼헬의 바벨탑



나머지 층은 시간에 쫓겨 주마간산식으로 훑어보며 지나갔다. 꼭대기 층에 올라가 중앙 카페를 내려다 보면 정말 카페가 이렇게 멋져도 되나 싶다. 지하 전시실을 정신없이 지나치다가 그래도 그 유명한 첼리니의 황금 소금 후추통은 놓치지 않았다. 이 작품은 나름 이곳의 대표 소장품 중 하나로 티켓 표지에도 등장한다. 


복도에서 마주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황금 소금 후추통



나름대로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했는데도 시간이 모자란다. 물론, 미술관 관람은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갈리니 달라지겠지만, 오전 10시에 들어가서 오후 4시 반쯤 나왔는데도 정말 많이 아쉬웠다. 이런 식이라면 여유있게 3일은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았다. 빈의 미술사박물관은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이번 여행의 순간 중 진정한 정점이었다. 



빈, 미술사박물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미술사박물관을 나와 길건너 슈파르 마트에서 에비앙 생수를 사고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 7시에 슈타츠오퍼에서 하는 베르테르를 보러 갈 준비를 하며 잠시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