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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libro

음악의 첫날밤

by iMac 2014. 9. 21.





  이 책은...


아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트친 한분이 재밌다고 추천해주셨다. 추천 받고 나서 읽기까지도 좀 시간이 걸렸다. 단단한 하드 커버에 620페이지나 되는 꽤나 두툼한 책. 아래 소개 내용대로 음악 작품별로 골라서 틈틈이 읽어보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듯. 내용이 상당히 방대해서.. 몇 번을 들춰 읽으면 계속 새로운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읽기보다는 틈틈이 작품감상을 위한 동기부여와 참고용으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음악의 첫날밤

저자
토머스 포리스트 켈리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5-12-06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서양 음악사에서 빛나는 다섯 걸작이 태어난 초연의 밤을 살펴보는...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은 클래식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5개의 작품이 초연되던 날의 풍경을 담고 있다. 작품이 연주되던 그 당시 그 장소와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모두 아우르는 관점의 접근방법이 흥미롭다. 이 책의 아쉬움이라면 이토록 두툼한 책에 5개의 작품 뿐이라는 점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아무튼 저자는 음악사의 한 획을 긋거나 특정 음악 양식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작품을 적절하게 잘 골라서 소개하고 있다. 



1.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

1607년 2월 24일 토요일, 이탈리아 만토바


2.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1742년 4월 13일 화요일 정오, 아일랜드 더블린


3.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1824년 5월 7일 오후 7시, 오스트리아 빈


4.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1830년 12월 5일 일요일 오후 2시, 프랑스 파리


5.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1913년 5월 29일 목요일 오후 8시 45분, 프랑스 파리 


연주회 당시의 기록, 평론, 증언 등등 다양한 자료들이 한데 모여 있어 음악애호가들에게는 말그대로 인문학적 재미를 한껏 극대화시키는 구성이다. 각각의 제목을 보기만 해도 흥미진진한 기분이 든다. 다만,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서술방식 자체가 기술적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은 아니다. 방대한 자료와 세밀한 묘사는 아주 쉽게 술술 잘 읽히는 수준은 아니고, 좀 집중해서 정독할 필요가 있다. 술렁술렁 읽고 넘어가는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 모음 정도 수준을 기대하고 접근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수준의 전문성과 접근성을 갖춘 교양서를 원한다면 이보다 멋질 수 없다. 



  슈판치히? 슈판치크!


번역서이기 때문에 문장의 흐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양해 해야 할 것인데, 아무튼 번역 자체는 전체적으로 크게 흠잡을 데 없어 보인다. 특기할만한 점은, 베토벤의 오랜 친구이자 9번 교향곡 초연당시 악장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슈판치크'(Ignaz Schuppanzigh, 1776~1830)의 이름 표기로서, 지금까지 내가 읽은 상당수 한글 서적이 그의 이름을 '슈판치히'로 표기하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다른 점이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친구, Ignaz Schuppanzigh, 1776~1830 (사진출처 : Wikipedia)


이 책의 표기법을 보고 원문 스펠링을 비교해 보니 아무리 보아도 '슈판치히'가 아니라 '슈판치크'가 맞아 보인다. (독일어에서 발음이 '치히'가 되려면 'zig'로 끝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그 많은 책들은 '슈판치히'로 표기했을까? 일본 책의 영향일까?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일까? 무비판적인 답습이 아닌 원본 텍스트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슈판치크'로 발음하는 것도 확인해 볼 수 있다. (http://ko.forvo.com/word/ignaz_schuppanzigh/#de


개인적으로는 '슈판치크'의 이름을 제대로 알게 해주었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또 한가지.. 베토벤도 9번 교향곡 초연 당일 악기편성을 대규모로(바이올린 12, 비올라 8, 첼로 10, 베이스 8 !!!..)  증편했다는 사실은 그 동안 대편성 베토벤 연주에 한동안 마음 한구석 담아두고 있었던 찜찜함을 날려버렸다. 음악을 재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보다 편견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역시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소중한 경험이다.



 추천 음반들 


그 외.. 마지막에 추천음반 리스트까지 추가되어 있는 점이 이채롭다. 많은 음반은 아닌, 작품별로 대표적인 음반을 3~5종류 남짓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 자체가 이런 류의 책에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내용이기에 더더욱 반갑다. 내용상 초연 당시의 모습에 대해 상세한 묘사가 이루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시대악기 연주에 대한 추천도 있고 현대 악기에 의한 유명 연주 또한 빼놓지 않고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래에는 이 책의 소개 링크와 나 나름의 추천음반을 생각나는대로 몇 개만 적당히 보기 좋을 정도로 골라 보았다. 워낙 명곡들이라 추천음반 한 두개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지만.. 이 책에 소개된 음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확실한 기준은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들이라는 점.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몇몇 작품은 보다 자세히 포스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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