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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concert

정명훈 & 빈 필하모니 (2016.11.2)

by iMac 2016. 12. 9.

베토벤 : 교향곡 제6번 ‘전원’

 

인터미션


브람스 : 교향곡 제4번


앙코르


브람스 : 교향곡 제3번 3악장

브람스 : 헝가리 무곡 제1번

 






1주일 간격으로 전원 교향곡을 연달아 연주회에서 듣게 되다니!  덕분에 한동안 전원교향곡을 달고 살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쉬운 곡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고 동시에 무궁무진한 매력적에 푹 빠져들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언제고 따로 포스팅 해보기로 하고..


이 연주회는 꽤 오래전에 예매했는데, 예매할 때 순식간에 표가 팔려 나가서 울며 겨자먹기로 좀 비싼 자리를 예매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엔 꽤나 속이 쓰렸는데, 몇 달 지나고 나니 차츰차츰 쓰라림은 잊혀지고 어느새 연주회 갈 날이 다가왔다. 역시 세월이 약인가?


뜻 밖에 갑자기 일주일 전에 블롬슈테트/밤베르크 심포니의 전원을 들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터. 거기에, 이런저런 걸 다 떠나서 지난 5월 빈에 갔을 때 연주회에서 직접 봤던 단원들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전원교향곡


슈토이데 악장이 자리하고 그 외 멤버들은 작품 편성이 조금 작다 보니 (연주 스타일상 완전 소편성은 아니지만) 수석급 단원들은 많이 비어 보이는 상태. 일주일 전 자리보다 좀 더 좋은 자리이긴 하나 여전히 예당은 무직 페라인이 아니다. 과연 어느 자리에 앉아야 좀 만족스러운 음향을 들을 수 있으려나?


처음 시작은 제법 순조롭게 시작했다. 일주일 전 밤베르크 교향악단의 아쉬움 가득한 목관에 비하면 정말 호사스러운 앙상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 삐걱거린다. 가장 일차적인 문제는 정명훈 지휘자의 해석. 예전에 서울시향 연주회에서 영웅 교향곡은 꽤 만족스럽게 들은 기억이 있는데, 전원은 뭔가 아쉽다. 한동안 독일 고전과 정명훈 지휘자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번에 바로 그런 모양새. 


전체적인 흐름도 좀 자연스럽지 못하고 2악장 이후 차츰 차츰 지루해졌다. 현악기 그룹은 악장은 시종일관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데 그런 움직임이 앞줄 정도에서 그치고  뒤 쪽 연주자들은 그닥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했다. 100%의 음량이 뽑아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모습. 


문제는 3악장에서 터졌다. 비엔나 호른이 어렵기로 유명한 건 사실인데, 아무튼 대단히 민망한 실수가 나왔고 그 때문에 당황해서인지 이어지는 오보에마저 실수. 호른이나 오보에나 아주 크게 도드라지는 소리여서 실수가 가려질 여지가 전혀 없는 부분. 다들 가슴 철렁했을 것이다.


다 듣고 나니, 지난 주 밤베르크의 연주가 객관적인 기량은 비교가 안되지만 전체적인 자연스러운 흐름을 빚어내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훨씬 나았다. 과연, 블롬슈테트옹의 내공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브람스 교향곡 제4번


인터미션 후 브람스 차례. 1부와 달리 각 파트 수석 단원들과 그 외 고참단원들이 대거 무대를 가득 메우기 시작. TV 중계 영상 등에서 종종 보았던 얼굴들이 여럿 보인다. 편성이 켜진 덕에 음향은 한결 나아졌다. 예당의 음향은 어중간한 편성은 확실히 별로구나 싶었다. 이상적인 음향 밸런스라고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음향이 공간을 가득 메우면서 답답함은 사라졌다. 


고참단원들이 대거 보강된 것은 적극적인 움직임과 확연히 달라진 음향으로 그 진가를 보여주었다. 뭐랄까, 좀 간사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긴 해도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 보면, 모든 연주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는 것은 감상자로서는 당연한 기대이지만 먼 거리를 날아온 이들에게 컨디션 유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호른의 민망한 실수가 언제 있었냐는 듯, 빈 필은 역시 빈 필이라는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연주였다. 현악파트가 종종 보여준 빈 필 특유의 미묘한 나른함은  이 오케스트라가 여전히 자신들만의 음향을 고수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문제는, 역시 지휘자. 베토벤도 내 취향이 아니었고, 브람스 또한 해석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나마 마지막 악장이 제일 좋았는데, 4악장이 변주곡이라는 특성상 템포의 신축적인 변화가 자연스럽게 잘 맞아떨어진 탓이다. 맘에 안드는 해석의 정점은 3악장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다이내믹한 박력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기대했는데(클라이버의 해석을 기대했다면 너무 큰 기대였을까?), 거대한 음의 블록을 꾹꾹 눌러담아 쌓아가는 식의 해석으로 움직임이 정체된 모습이었다. 여전히 정명훈 지휘자의 독일 음악 해석은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걸까?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현재로선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연주가 다 끝나고, 환호성이 터지긴 했는데, 내 기분 탓일까? 일주일 전 밤베르크 교향악단 연주회만큼의 호응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어진 앵콜 곡은 브람스의 두 작품으로 마무리했는데, 곡이 곡이니만큼 충분히 만족스러운 마무리. 


결론적으로 잘 보고 돌아오긴 했으나, 훨씬 저렴했던 일주일 전의 연주회가 가성비 면에서는 더 만족이었다. 빈 필 단원들의 모습을 다시 본건 여전히 반가웠지만, 역시 빈 필은 빈에 가서 들어야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있음을 실감했다. 예당은 무직 페라인이 아니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