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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beethoven

베토벤 교향곡 음반열전 #2 - 교향곡 제1&6번 : 피츠너 (Naxos, 1928/1930)

by iMac 2016. 12. 22.


베토벤


교향곡 제6번 F장조 op.68 “전원”

한스 피츠너, 지휘 / 베를린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1930년)


교향곡 제1번 C장조 op.21

한스 피츠너, 지휘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28년)






1927년은 베토벤 서거 100주기였다. 뭔가 기념이 되는 해에는 이런저런 행사도 열리고 클래식 음반업계에서는 다들 잘 알다시피 기획음반을 내놓고는 했는데 음반산업 초창기인 그 무렵 또한 마찬가지였나 보다.


1920년대 전기녹음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녹음기술도 그 이전 시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상황에서 대편성 관현악작품 녹음에 대한 의욕적인 시도들이 이어지는데, 마침 1927년의 베토벤 서거 100주기를 맞아 독일 그라모폰 레이블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 녹음을 기획했다. 


이 음반은 한스 피츠너, 에리히 클라이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스카 프리트가 나누어 맡았던 녹음의 하나로 낙소스 레이블에서 발매한 버전으로 초창기 베토벤 교향곡 해석의 모습을 보여주는 역시 귀중한 자료이다. 




한스 피츠너


한스 피츠너(1869~1949)는 독일 작곡가로 오페라 ‘팔레스트리나’가 대표작으로 기억된다. 같은 작곡가 겸 지휘자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와 비슷한 연배로서 비교가 되는데 오늘날에는 작곡이나 지휘 어느 쪽으로도 슈트라우스만큼의 인지도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 보다 조금 더 앞선 말러(1860~1911)에 비하면 더더욱 안습.


그래서 피츠너의 지휘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음반의 흥미로운 점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그 외에도 자작자연 등 여러 녹음이 남아 있고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피츠너의 녹음이 궁금해진다.



교향곡 제1번


1928년 발매, 라고 적혀 있는데 정확한 녹음 데이터는 알수가 없는 듯. 베를린 필의 연주라고 되어있는데 연주의 전체적인 인상은 뭔가 쇼킹한 신기한 구석은 없는, 의외로 차분하고 잘 다듬어진 모습이다. 놀랍다고 한다면 음악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놀랍다고 하겠다. 옛날 녹음이라고 템포를 마구 주무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까지 큰 루바토는 느껴지지 않는 모습에 놀라게 된다.


2악장은 좀 또박또박 악절을 끊어주는 듯 다듬는 모습이 특이하다. 물론, 악구 자체가 (멈칫 멈칫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성격을 품고 있기도 하기에 나름 설득력은 있다. 4악장 서주 이후 알레그로 부분의 도입부 관과 현이 교차하는 투티부분에서 목관이 현악에 덮이지 않고 충분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도 기특하다. (예를 들어, 카라얀은 종종 이 대목에서 무심하게도 목관을 뒤덮어버리곤 해서 아쉬웠다) 역시, 밸런스는 녹음의 문제가 아닌 지휘자의 문제인 것이다.




교향곡 제6번 “전원”


사실 녹음은 왜 인지 모르지만 6번부터 수록되어 있다. 1930년 발매이며 역시 정확한 녹음 데이터는 알 수 없는 듯. 1번 교향곡이 뭔가 옛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고 잘 다듬어져서 후세 녹음들과 비교할 때 큰 차이점이 없어 평이했다면 6번은 도입부부터 옛날 해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흡사 푸르트벵글러의 6번을 듣는 느낌이었는데, 1악장 서두를 아주 느릿하게 시작하면서 서서히 가속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서두르는 기색없이 유장하게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푸르트벵글러의 연주에서 듣던 해석과 유사하다. 나는 이 녹음을 듣기 이전에는 이런 식의 괴이한(!) 해석으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연주를 이끌어낸 것은 오로지 푸르트벵글러만 가능한 마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피츠너의 이 녹음도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그림이라는 점에서는 거의 동일하고 느린 가운데 충분히 들을만 하다는 점에 있어서도 푸르트벵글러의 그것과 일치한다.


3악장 반복구를 잘라내버린 점은 문제인데, 이 점은 그 당시 녹음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으므로 일단 양해하고 넘어가야 할 듯. 5번과 6번의 구조와 반복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다.


마지막 5악장까지 넘실넘실 유장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곡을 잘 끌고 가는데, 요즘 5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의깊게 듣게 되는 마지막 절정부분에서 금관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을 현으로 휘감아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소리의 조형이 마음에 들었다. 이 부분도 요즘 들어보면 정말 제각각인 듯. 개인적으로 현악 위주의 해석은 절정의 고양감을 드러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금관을 억제하지 않고 과감하게 내지르도록 하는 해석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물론, 전반적인 녹음 상태 때문에 자주 손이 가지는 않지만, 결론적으로 큰 기대 없이 들었지만 의외로 들을만 했던 연주. 특히 6번은 그 무렵 나름 유행했던 해석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푸르트벵글러도 훌륭했지만, 그런 식의 해석이 오로지 그만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런 식의 스타일 중에 가장 완성도 높게 다듬어진 것이 푸르트벵글러의 것이라고 생각된다. 음향 상태는 아무래도 1930년 발매인 6번이 녹음 장소도 다른 듯 더 나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