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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urope

2016 비엔나 #11 (2016.5.22) - 카페 무제움, 카를 교회

by iMac 2017. 2. 6.

아쉬움은 더해가고


이번 여행 최고의 정점을 찍은 오페라 관람이 끝난 다음날. 어느덧 이제 오롯이 구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벌써부터 쓸쓸함이 느껴진다. 돌아가야만 하다니. 어쨌든 일단 남은 일정은 후회없이 보내야겠다. 이제와서 여행일정을 정리해보니 이날도 나름 빽빽한 일정이었다.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 한군데라도 더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카를 교회



조식과 아침풍경


변함없이 조식은 거르지 않고 챙겨먹었다. 방에서 창문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니 정말 비현실적으로 파란 하늘이다. 5월 22일은 일요일. 이날은 아침 일찌감치 호텔을 나섰다. 언제나처럼 제체시온 옆을 지나간다. 한창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이어서 곳곳에 후보 사진이 걸려 있다. 재투표 끝에 얼마전 최종 당선된 당시 대통령 후보의 사진도 보인다. 일요일 아침일찍 나서니 길에 사람이 별로 안보인다.



카페 무제움 ( Café Museum )


제체시온 바로 옆 지하도 입구에 들어가기 전 정면을 바라보면 저멀리 노란색 건물이 보인다. 건물에 큼직하게 카페 무제움이라고 써있는데, 이 카페도 숱하게 보며 지나치던 곳. 가기 전에 꼭 가봐야겠다 싶어 드디어 일요일 아침 일찍 들렀다. 이날의 첫번째 일정을 카페에서 시작했다.



1899년 오픈했다는 카페 무제움은 당시로서는 최신식 설계 건물이었다고 한다. 오늘날 보기에는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는데, 당시에는 상당한 파격이었다고 한다. 오히려 오늘날에는 그닥 옛스럽지 않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업용 건물처럼 생겼는데 100년 넘은 건물이 여전히 멀쩡하게, 그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습이 놀랍다.



이곳은 클림트와 에곤 실레가 처음 만난 장소라고 하는데, 그만큼 당대 유명 예술인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던 장소였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클림트의 작품이 전시된 제체시온과 바로 인근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렇게 영업중이라니, 그 동안 지나친 험난했던 세월을 생각하면 전통을 이어간 이 사람들의 성향이 참 놀랍다. 빈 사람들은 뭔가 좀 낙천적이라고들 하는데, 그 낙천적인 기질이 오히려 시련을 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게 아닐까?



일요일 아침이어서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아침 일찍 커피 한잔 시켜놓고 신문 보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날이 좋아서 바깥족 야외 테이블에 많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실내구조도 옛날 거의 그대로이고 천장에 달린 금속제 둥근 공 모양 조명도 옛날 사진 속 모습 그대로인 듯 하다. 아침 8시 반 조금 넘은 시간. 평소에 이렇게 이른 시간에 카페에 가본 적이 없는데, 여행 중에나 가능한 일이다. 여행 중 호텔 조식 대신 이런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는 분들도 많이 보긴 했다.



모차르트 케잌을 많이 주문한다고 해서 멜랑주와 함께 주문. 빈에서 느낀 것은, 디저트류가 정말 다양하고 맛이 상상을 초월하게 훌륭하다는 것이며 우리 입맛에도 거부감없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이 케잌 또한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빈에서 마셔 본 멜랑주 중에서는 카페 무제움의 것이 일단 내가 이번에 마셔본 중에서는 가장 좋았다. 스타일은 다들 비슷하면서도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묘하게 부드러우면서 살짝 쌉쌀한 독특한 맛. 그러면서 우리가 마시던 이와 비슷한 종류의 커피에서 느껴지던 텁텁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딜 가나 물 한컵과 함께 서빙하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카를 광장 & 카를 교회



카페에서 나와 빈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처음으로 밖에 나왔던 카를 광장역 쪽으로 걸어갔다. 첫날에는 방향감각이 없어 헤맸었지만 몇일 다녔다고 이제는 망설임없이 방향을 잡고 걸어간다. 그곳에 카를광장과 작은 공원이 있고 그 바로 뒤편에 카를 교회가 있다. 카를 교회는 멀리서도 보이는 동그란 돔과 기둥이 인상적이었다. 


카를광장역사오토 바그너카를 교회

카를광장에서는 옛날 카를광장역사를 볼만 한데, 유명한 건축가였던 오토 바그너(Otto Wagner, 1841~1918)의 작품이라고 한다. 무슨 전철역사가 이렇게 예술적인지. 작지만 오밀조밀 화려하고 아름답다. 지금은 지하철역이 되면서 이 역사는 기념관으로 운영중인데, 우리가 찾았을 때는 일요일이어선지 열지 않았다. 구경중에 카를교회에서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정말 크고, 우렁차고, 깊고, 낭랑하게 주변을 가득 메우는 종소리. 교회 앞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 있노라니 정말 한 없이 편안하다. 언제쯤에나 이런 여유로움, 편안함 속에 살 수 있을까? 도로 맞은 편으로는 이틀 전 빈 필 연주회를 보러 갔던 무직 페라인 건물이 보인다. 나무 그늘 속에 브람스의 조각상이 앉아 있는 것도 눈에 들어온다. 어딜 가나 이렇듯 유명 음악인의 발자취로 가득하다. 음악과 미술이 일상처럼 자리하고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빈이다.  


카를광장을 중심으로 카페 무제움, 카를광장역, 카를교회, 브람스 기념상 등을 둘러보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 카를 광장역에서는 지하철 1, 2, 4호선을 탈 수 있는데 녹색으로 표시된 4호선을 타면 쇤브룬궁전에 갈 수 있다. 빈의 지하철 승강장은 볼 때 마다 스크린 도어 설치 전 서울 지하철 1호선 내부랑 분위기가 정말 흡사하다. 아무튼 이제 다음은 쇤브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