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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urope

2016 비엔나 #13 (2016.5.22) - 카페 첸트랄, 도나우강, 그리헨바이슬

by iMac 2017. 2. 10.

카페 첸트랄(Café Central)


쇤브룬궁전을 떠나 시내로 돌아와 3호선으로 갈아타고 빈 중심부 헤렌가세(Herrengasse)역에 내려 조금 걸어가면 카페 첸트랄이 있다. 첸트랄 앞에 도착하니 대략 오후 3시 반. 조식을 든든히 먹어둔 덕인지 조식 이후 아침에 카페 무제움에서 먹은 케익 외에 생수만 마시고 오후까지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엔 좀 애매해서 적당히 디저트를 맛보려고 찾았다. 카페 데멜을 가볼까도 싶었다가 결국 첸트랄로 선택. 


 






디저트의 천국



입구옆에 1874년부터 시작했다고 적혀 있는 이곳 역시 빈에서 손꼽히게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이다. 작가 페터 알텐베르크(Peter Altenberg, 1859~1919)가 특히 이곳에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해서 글을 쓰곤 했다고 하여 지금도 들어서자마자 떡 하니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의 조각이 손님을 맞이한다. 외관부터 고풍스럽고 안에 들어서면 또 한번 그 분위기에 사로잡히는데, 천장이 높은 가운데 입구에서부터 온갖 종류의 화사한 조각케익이 당장 눈에 들어온다.



그 수많은 조각 케익은 보고만 있어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맛도 역시 훌륭했는데 진정한 디저트의 천국이 여기가 아닌가 싶다. 프랑스 풍 디저트도 물론 화려하고 종류도 많지만 어딘지 모르게 빈의 디저트류가 좀 더 내 입맛에 친숙하게 잘 맞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하나씩 맛보고 싶었지만 딱 두 개 골라 먹어보았다. 



나에게 있어서 디저트란, 빈에서 먹어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야겠다. 그 이전까지 먹어본 것은 빈에서 맛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입맛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니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다.



도나우강



빈까지 와서 도나우강은 한 번 보고 가고 싶었다. 헤렌가세역에서 3호선을 타고 슈테판광장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면 도나우강 쪽으로 갈 수 있다. 도나우인젤(Donauinsel)역에서 내렸는데, 강 중간에 있는 섬 같은 지역에 정류장이 있어서 밖에 나오면 바로 도나우 강을 볼 수 있다. 도나우강의 인상은, 솔직히 그냥 그랬다. 빈에 와서 많은 것에 감탄하고 즐거웠는데, 정작 도나우강은 무덤덤했다. 그냥 한강변 공원에 놀러온 느낌인데 확실히 강변이 아름다운 것은 파리 세느강이 훨씬 나아 보인다. 강폭이 너무 넓은 것도 풍경을 삭막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헨바이슬(Griechenbeisl)






어느덧 빈에서 맞는 마지막 저녁식사시간. 어디 가서 먹을까 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동선상에 위치한 그리헨바이슬(Griechenbeisl)에 가보기로 했다. 이곳도 박종호씨의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 곳인데 건물 자체는 1447년에 지어졌다고 하니 이런 건물에서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곳은 또한 마크 트웨인을 비롯 오랜 세월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다녀가면서 벽에 남긴 서명으로도 유명하다. 이전에도 들른 적이 있는 슈베덴플라츠역에서 내리면 바로 그 근방에 있다.



알름두들러 안녕?굴라쉬와 슈니첼유명인들의 사진



소고기 슈니첼과 굴라쉬를 주문했는데, 소고기 슈니첼은 분명 피글뮐러보다 고급스러운 맛. 굴라쉬는 간이 좀 쎄서 그닥이었다. 간만에 알름두들러도 한 병 주문해서 마시고 그럭저럭 식사 후 계산을 끝내고 '마크 트웨인의 방'을 볼 수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흔쾌히 직원이 안내를 해줘서 가보긴 했는데, 일단 다른 손님들이 여럿 자리하고 있어서 마구 구경하기도 좀 민망했고, 벽면 가득 유명인들의 서명이 있는데 문제는 그게 누구의 것인지 해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함정. 사진은 비록 여러 장 찍었으나 아직도 제대로 해독이 안된다. 





우리들에게는 마크 트웨인의 방 보다는 식당을 떠나기 직전에 만난 악사 아저씨가 기억에 남는다. 이제 막 도착해서 저녁 영업을 시작하시려는 듯 악기를 세팅하고 있는데 보니 빈의 전통악기 치터(Zitter).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빈 숲속의 이야기'에서도 치터가 사용되었고 빈을 배경으로한 고전영화 '제3의 사나이' 영화음악에서도 이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식당 건물에 커다랗게 붙어 있는 전통 민요 제목 'Der lieber Augustin'의 곡조에 '에델바이스'등등 몇 곡을 흔쾌히 들려 주셨다. 바로 눈 앞에서 이 악기를 다루는 분을 만나 살짝 이야기도 나누고 연주도 들으며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