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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concert

필립 헤레베헤 &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2017.6.17.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by iMac 2017. 6. 18.


베토벤 : 교향곡 제5번 c단조 op.67

인터미션

베토벤 : 교향곡 제7번 A장조 op.92

앙코르

베토벤 : 교향곡 제4번 Bb장조 op.60  중 4악장

베토벤 : 교향곡 제4번 Bb장조 op.60  중 3악장






시대악기 오케스트라


개인적으로 시대악기에 의한 혹은 그와 절충적인 형태의 오케스트라 연주 녹음을 좋아하는 편인데 실제로 들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Philippe Herreweghe, 1947~)에 대해서는 그의 해석에 늘, 온전히, 전적으로 그의 해석에 공감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좋아하는 편이 더 크긴 했다. 그래서 아주 큰 기대는 안했지만 크게 실망도 하지 않을 것 같고 시대악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실연으로 처음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어 예매했다.


연주회에 가서 살짝 의외였던 것은, 메이저 오케스트라도 아닌데 객석이 거의 찼다는 것이다. 토요일 저녁이어서 연주회 가기에 부담없는 시간대이기도 하고 프로그램이 워낙 좋기도 해서였을까? 그만큼 헤레베헤의 인지도가 높아서였을까? 기획사의 마켓팅 실력 덕이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합창석에 앉았는데 무대에 뒤편으로 높아지는 단상을 설치하고 비교적 적은 편성 덕에 오케스트라 전체가 무대 앞쪽으로 모여 있어서 오케스트라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배치였다. 평소라면 뒤 편에 자리한 베이스등은 사각지대에 가리곤 했기에 그런 점이 없어서 우선 마음에 들었다. 자리엔 앉자마자 자그마한 크기의 팀파니 두개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시대악기 오케스트라라는 점을 실감했다.



교향곡 제5번


편성은 대략 제1바이올린 9, 제2바이올린 8, 비올라 6, 첼로 5, 베이스 4, 기본 2관편성에 콘트라 바순과 트롬본의 구성. 시대악기 오케스트라의 녹음을 들으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편성이 작다고 해서 결코 효과가 떨어지지는 않으며 오히려 투명함과 강력한 파괴력이라는 점에서 대편성 현대오케스트라 못지 않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들어보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음반에서 듣고 느끼던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악장 초반 유명한 도입부 부터 적절한 응집력과 힘, 그리고 의외로 무게감까지 있어서 놀라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음향이었다. 빠른 템포로 시원시원하게 진행했지만 동시에 서두르거나 설익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주. 


합창석에 앉은 때문인지 비올라와 첼로가 잘 들리지 않은 점이 아쉬웠지만 상대적으로 1, 2 바이올리은 선명하게 잘 들렸고 맨 뒤에 일렬로 늘어선 베이스 또한 당연히 잘 들렸다. 지그마한 팀파니 크기 처럼 몸집도 자그마하시고 나이도 지긋한 여성분이 팀파니를 맡았는데 과연 기대했던 대로 다이내믹하게 통통튀며 충분히 효과적인 타격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 외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낸 콘트라바순의 독특한 소리도 인상적이었다.


금관은 의외로 좀 수수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호른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했다. 다만, 악기의 특성탓인지 호른의 울림이 좀 깔끔하지 못한 점은 살짝 아쉽다. 이 부분은 시대악기 연주의 기술적인 부분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원래 시대악기 호른의 울림이 경우에 따라 그야말로 날것의 공포스러운 울부짖음 같을 때도 있고 의외로 깔끔할 때도 있는데 이것이 연주자의 숙련도에 따른 것인지 궁금하다. 


금관, 특히 트럼펫이 좀 수수하게 들렸는데 이 부분은 금관이 합창석을 등지고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지휘자의 해석이 금관을 절제하며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강조한 탓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뾰족하게 꼭지점을 찍는 트럼펫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트럼펫의 존재감이 아쉬웠다.


아무튼, 전반적인 연주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했고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연주가 다 끝나버렸다. 객석의 호응도 정말 열렬해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이걸 들으며 문득 베토벤 당시의 연주 분위기 혹은 혼란스러웠던 그 당시 시대 분위기가 떠오르며 한 순간이나마 그 상황 한 가운데에 자리한 듯 했다.





교향곡 제7번, 앙코르


두말할 것 없이 만족스러웠는데, 새삼 느낀 것이 7번도 대단한 인기곡이지만 여기 5번만큼은 아니구나 싶었다. 깔끔하고 빈틈없는 완성도라면 역시 5번. 7번의 마지막은 곡 자체가 광란의 도가니인터라 연주가 끝나고 반응 또한 예상대로 대단했다. 오랜 기간 지휘자와 함께 해서 그런지 악단 전체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해보여서 좋았다. 헤레베헤의 지휘는 영상을 통해서 봤듯이 쇼맨십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고 객관적으로는 잘 알아보기 힘든 편.


끝없이 이어지는 박수갈채에 예상했던대로 앙코르. 7번에서는 없었던 콘트라바순 주자가 다시 합류해서 연주한 곡은 교향곡 4번의 4악장. 날렵하게 질주하는 곡이라 앙코르로 적당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 곡의 마지막 부분에 가면 바순과 베이스가 정말 분주하게 움직인다. 연주가 끝나고 계속 이어지는 갈채에 추가로 3악장을 연주했는데, 예정에 없었던 것인지 시작하기 전 어느 부분을 연주하느냐는 베이스의 물음과 악보를 부산하게 뒤지는 모습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큰 실수 없이 이정도로 밀도높은 앙상블을 보여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높이 평가하고 싶었다. 여러 녹음을 통해 의외로 현의 특성이 어슴푸레 하면서 흡사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도 좀 그랬다. 투명하며 정밀한 목관 앙상블의 매력도 좋았고 팀파니의 선명한 타격감도 좋았다. 


또 한가지 놀라운 것은 예술의 전당에서 지금까지 들었던 오케스트라 연주회 중 이 정도로 악기간 밸런스가 잘 맞고 편안하게 들린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말 최고의 오케스트라 연주회로 꼽고 싶은데, 이 정도 공간에 이 정도 사이즈가 딱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이들이 밸런스를 잘 맞춰서 연주한 덕분일까? 아무튼 지금까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들은 오케스트라 연주회 중 가장 듣기에 편안했고, 가장 만족스러웠던 소리였다.



후기


객석에 앉은 사람 중에 박찬욱 감독이 보였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듣긴 했는데, 정말 그렇구나 싶었다. 나중에 보니 로비에서 개인적으로 사인을 받는 분도 있는 듯. 



생각지도 않은 사인



와이프가 단원들과 지휘자가 어느 쪽으로 나가는지 궁금해하는 통에 이리저리 둘러보다 단원들이 버스 타는 장소를 찾았다. 단원들이 모두 버스로 떠나고 잠시 후 차를 타러 나오는 지휘자 발견. 그곳에도 어찌 알고 나타났는지 우리 보다 먼저 오신 몇몇 분들이 있었다. 그 와중에 생각지도 않게 간단히 사인 하나 받는데 성공. 


포스터에 나와 있듯이 올해 70세이시니 부디 건강하셔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새로 완성해 주셨으면 한다. 2007년 무렵에 완성한 전집은 의외로 샹젤리제 오케트라가 아닌 로열 플레미쉬 필하모닉과의 것이라는 점이 의외.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