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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beethoven

베토벤 교향곡 제6기 #6 - 조지 셀/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by iMac 2017. 7. 10.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에그몬트 서곡, 슈테판 왕 서곡, 피델리오 서곡

조지 셀, 지휘 /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슈베르트와 겨울 나그네가 내 머리속을 온통 차지하는 통에 베토벤 프로젝트 마저 한켠에 밀쳐둔 상황이던 어느날 아침, 출근길 운전 중에 라디오를 켜니 마침 베토벤 교향곡 7번 1악장 후반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런 경우야 말로 말 그대로 '블라인드 테스트'인 셈인데, 제법 멋진 연주라고 생각하며 마지막 방송 멘트를 들으니 조지 셀/클리블랜드의 연주였다. 


그래, 비록 평소에 내 손길이 잘 닿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충분히 인정할만한 연주임에는 틀림없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면 셀의 전집 중 7번 녹음이 그 중에서도 특기할만한 멋진 연주인 건 사실이다. 단호하고 전투적인 짜릿함.



조지 셀/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1955~1964)


꼬장꼬장


나에게 있어서 조지 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 표현이 '꼬장꼬장'함이다. 주로 많이 보아온 모습부터 노년의 주름이 가득한 가운데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 있는 사진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음악을 들어 보아도 그런 느낌이 든다. 적어도 현재까지 나의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 



최고의 베토벤 후보


그렇긴 해도, 취향에 따라서는 이것을 60년대에 녹음된 베토벤 교향곡 전집 중에서는 최고로 꼽을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선택에 대해서는 역시 충분히 수긍한다. 물론, 요즘은 취향이라는 것에 대해 그 사람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에 철저히 존중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충분히 그만한 대접을 받을만한 연주이다.


앞서 말한대로 꼬장꼬장하게 연주 전반이 아주 단단하게 조여놓은 다분히 전투적인 해석인데다가, 악기간 밸런스도 요즘 기준과는 좀 다르긴 해도 상당히 균형이 잘 잡힌 소리를 들려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놀라울 정도로 투명한 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정도면 충분히 최고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 후보가 아닌가? 적어도 60년대 최고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런데 나에게 있어서는 아쉽지만 아니다. 전투적인 해석, 투명하고 집요하게 밸런스를 맞추고 있는 앙상블.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닌가보다. 그 외에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는 나도 쉽사리 말할 수는 없지만.


잘 떠오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우선, 미국 오케스트라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정말 멋지게 잘해내기는 했지만 오소독스한 맛이 떨어지는 것은 역시 미국 오케스트라 특유의 컬러 때문인지도. 언젠가 적었듯이, 나는 미국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호하지 않는다. 머리로는 잘했다고 생각되어도 손은 자주 가지 않는 그런 음반.


기능적으로 철두철미한 느낌이지만 묘하게 '음색'이라는 점에서 세련된 맛도 부족하다.(특히 관악기) 철두철미한 접근법이 전투적인 쾌감 보다는 집요한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온다. 예의 그 '꼬장꼬장'함. 또한 전곡 녹음이긴 하지만, 카라얀 이후에 정형화된 단기간에 집중해서 녹음하는 '전집' 개념의 녹음은 아니어서 녹음 상태로서도 장기간에 걸쳐 녹음되다 보니 '전집'으로서의 일관성은 떨어진다. 시기별로 좀 천차만별의 느낌.


지금까지 적어 본 감상은 어디까지나 현재 시점까지 내가 느낀 점이기 때문에, 그것도 철저히 주관적인 관점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참고사항은 못될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이 보다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만 오히려 한 번이라도 더 듣고 싶은 연주들이 있다는 점이다.(발터, 콘비취니..) 이 점이 내가 생각하는 '조지 셀의 역설'이다.


이리 저리 에둘러서 적었지만, 솔직한 내 감상은 지금 현재까지 나에게 조지 셀의 베토벤 교향곡 녹음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토록 철두철미한 접근 자세를 보이면서도 반복구 이행은 일관성 없이 그 무렵 일반적인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아쉽다. 셰르헨, 클렘페러, 콘비취니가 보여준 모습에 비하면 말투만 단호했지 내용은 베토벤의 스코어에 진정 충성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이것이 또한 나에게는 모순으로 다가온다. 최고의 문턱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듯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렇지 못한 듯 하여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