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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libro

죽은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by iMac 2018. 5. 20.

요즘은 또 이런저런 이유로 포스팅이 뜸해지고 있다. 올해는.. 이래저래 개인적으로 뭔가 잘 안풀리는 것 같다. 피곤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시간은 속절없이 잘도 흘러만 간다. 어느새 5월도 막바지, 올 해도 절반으로 향해간다.



쇼스타코비치쇼스타코비치!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SYMPHONY FOR THE CITY OF THE DEAD)

M.T. 앤더슨 지음

장호연 옮김

돌베개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음악만큼은 늘 거르지 않고 가까이 하고 있다. 오늘은 정말 간만에 책에 대한 포스팅. 얼마 전부터 한창 쇼스타코비치에 푹 빠져 있다. 


이전에도 쇼스타코비치를 나름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현재 시점에 돌이켜 보면 아주 제한적으로 좋아했던 것 같다. 베토벤이나 브루크너, 말러, 베르디, 바그너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듣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곡도 제한적이고 열심히 들어본 곡도 몇 되지 않았다. 


들어본 곡들도 사실 아주 열심히 듣지는 않고 귀에 잘 들어오는 일부분만 열심히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최근에 알음알음 쇼스타코비치의 이런저런 작품들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듣게 되었다. 그 시작은, 예르비의 6번 교향곡 신보 덕분인데, 이 음반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이 필요할 것 같다.



쇼스타코비치/교향곡 제6번 - 파보 예르비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말그대로 쇼스타코비치에 뒤늦게(?!) 꽂혀서 열심히 자료를 찾아보며 여러 곡들을 듣고 있는 차에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신간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부터 흥미진진. 쇼스타코비치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제목만 봐도 이 책이 어떤 내용에 대한 것인지 금방 감이 올 것이다.


표지에는 책 제목 밑으로 '쇼스타코비치와 레닌그라드 전투'라는 부제목이 달려 있다. 아울러, 쇼스타코비치가 즐겨 사용한 자신의 이니셜 'DSCH'가 책 표지에 자리하고 있다. 


쇼스타코비치가 구소련 시절에 어떻게 지냈는지, 2차대전 중 레닌그라드 전투가 어땠는지는 대략 알고 있기에 아주 새로울 것은 없다 싶은 주제이지만, 그래도 꽤 두툼한 분량에 상당히 많은 사진자료가 포함되어 있어서 재미있겠다 싶었다. 


우선,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인데, 종이 재질 덕분에 겉보기만큼 무겁지는 않다. 가벼운 재질이어서 처음 펼칠때에는 살짝 실망이긴 했지만 좀 더 좋은 재질이었으면 책값이 훨씬 비쌌을 것이고 들기에도 무거웠을 것 같다. 



쇼스타코비치풍부한 사진자료가 맘에 든다



분량이 상당하지만, 중간중간 자료사진이 꽤 많이 들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자의 글솜씨 덕에 술술 잘 읽힌다. 이점이 상당히 중요한데, 많이 잘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사람들이 잘 읽을 수 있도록 글로 쓰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아주아주 마음에 든다. 


내용은 쇼스타코비치의 유년시절부터 7번 교향곡 작곡과정에 이르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생의 마지막 까지는 압축적으로 서술하며 마무리하고 있는데, 주제에 효율적으로 집중하는 구성 또한 훌륭하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이라면, 스탈린 시절의 참혹함에 대해 이전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소름끼치도록 실감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진 나치의 침공도 물론 가공할만한 만행이긴 하나, 그건 그래도 적과 아군이라는 구분이 명확하게 이해가 가지만, 스탈린의 대숙청은 한 나라의 통치자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자행한 테러라는 점에서 더더욱 끔찍했다.


이 책의 중심 주제는 물론, 레닌그라드 포위전의 참상속에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7번 교향곡에 대한 것이지만 그에 대한 이해를 위해 그 이전까지 벌어진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에 러시아 혁명과 그 이후의 진행상황, 특히 스탈린에 의한 대숙청 시기에 대한 묘사가 차분하지만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책을 읽고 당연히 레닌그라드 교향곡이 듣고 싶어진다고 말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 속에서 최고의 순간은 5번 교향곡 초연날의 모습이었다. 그 당시 쇼스타코비치가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의 감상은 전혀 달라졌다. 그날의 청중들이 왜 그토록 30분 넘도록 미친듯이 갈채를 보냈는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그런 혹독한 시절을 살아간 사람에게 그런 상황에 있지 않은 사람으로서 쉽게 단정지어 말하고 싶지는 않다. 과연 내가 그 때 그 상황이었다면?! 


그의 음악이 어떠한 상황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조금은 새롭게 깨닫게 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졌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부차적인 에피소드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벽 6시면 일어나서 정장을 갖춰입고 앉아서 작곡에 몰두하는 모습, 광적인 축구 팬이었던 모습 등등. 찾아보니 지금은 'FC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불리는 팀이 쇼스타코비치가 좋아하던 팀이었다. 


살짝 반신반의 하면서 구입한 책이었는데, 결론은 대만족이었다.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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