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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beethoven

베토벤 : 교향곡 제8번 (가디너)

by iMac 2007.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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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전집 - 가디너(Archiv) 1994

   
베토벤 - 교향곡 제8번 F장조 op.93 (1812)

1악장 : Allegro vivace e con brio
2악장 : Allegretto scherzando
3악장 : Tempo di Menuetto
4악장 : Allegro vivace

존 엘리엇 가디너, 지휘
혁명과 낭만의 오케스트라 (1992)

며칠전 아침 출근전에 불현듯 베토벤의 8번이 듣고 싶어져서 (아침이니까 당연히 1악장 - 그 시작은 언제들어도 눈부신 아침햇살의 상쾌함 그 자체다) 이런 저런 음반들을 걸어 보았는데 우연찮게 시작한 것이 8번 교향곡 비교감상이 되어버렸다. 퇴근 후에까지 이어진 비교 감상에서 숱하게 많은 경쟁자들을 뚫고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것은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가디너.

사실 가디너의 베토벤 전집은 사다놓고 거의 듣지않고 있었다. 완전히 찬밥신세였는데, 몇번 살짝 들어보니 소노리티가 영 심심하다는 느낌이어서 그후 손이 가지 않았던 것. 지인들 사이에서도 연주 자체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너무 학구적인 쪽에 치우쳐서 다소 민망한 표현이긴 하지만, '더럽게 재미없는 연주'라는 것이 중평이었다. 다만 9번 교향곡만은 예외였지만. 그래도 이번에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전적으로 오디오의 해상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된 탓이다. 소리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궁금함에 걸어보았는데 생각지도 않게 만족스러운 연주였다.

참고로 그 외에 만족스러웠던 연주들은... 카라얀(80년대 전집), 반트(NDR), 브뤼헨 이었다. 전집으로도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 녹음과 연주의 완성도 모두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각각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연주들로 꼽을만하다는 생각이다. 이점은 차차 정리해 보기로 하고..

가디너의 연주가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우선은 그 음향 자체가 너무너무 재미없게 들렸다는 점이다. 이 연주는 9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정격연주 베토벤의 가장 마지막 세대에 속하는 것으로 연주 기술적으로는 거의 궁극의 경지에 도달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음악적 재미라는 점은 아쉬운 것이 사실. 이 점은 브뤼헨의 전집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앞서 말했듯 이번에 인식이 달라진 것은 전적으로 오디오 덕이다. 예전에 창백하고 빈약하게 들리던 소리가 상쾌하고 세련된데다가 살집도 적당히 붙어서 제법 들을만하게 변신했다. 아니, 변신이라기보다 이게 사실인지도 모른다. 오디오란 음악을 보다 잘 볼수 있게 해주는 안경과도 같은 존재라는 어느 분의 말씀을 실감했다.

빠른 템포(1악장이 8분 41초)와 잘 다듬어진 프레이징으로 상쾌하고 다이내믹하며 세련된 연주를 선보인다. 하지만 지금 곰곰히 들어보면 원전악기 연주이긴 하지만 브뤼헨의 투명한 울림에 비해 훨씬 두텁고 상당히 보수적인 울림을 빚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악 자체는  다분히 금욕적이고 학구적이지만  그 음향은  전통적이라..

이와는 반대로 브뤼헨의 경우 소노리티 자체는 투명하기 이를데 없지만 - 가디너 보다 금관이 훨씬 강조되어 있다 - 보다 과감한 강약의 대비와 신축성있는 템포의 운용등으로 빚어내는 최종 결과물은 상당한 열기를 뿜어내는 것으로 그 열기 자체는 다분히 낭만적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게 되면 원전악기 연주와 현대악기 연주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그것이 오늘날 다시금 현대 악기에 의한 베토벤 연주가 부활하고 있는 이유일까? 

이들의 나머지 교향곡 연주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넘기도록 하겠다. 베토벤의 교향곡들은 변함없이 흥미로운 작품들이며 무궁무진한 연구의 대상이다.

* 그러고 보니 아르농쿠르나 가디너등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가 선풍적인 유행을 일으키던 것이 어느새 10년도 더 지난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다. 세월의 무상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