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베토벤56

베토벤 교향곡 제6기 #3 - 피에르 몽퇴 세계를 지휘한 프랑스인 피에르 몽퇴(Pierre Monteux, 1875~1964)에 대해서 언젠가 '세계를 지휘한 프랑스인'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다. 충분히 그럴만 한 것이, 몽퇴의 경력을 대략 훑어보기만 해도 프랑스 뿐만 아니라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메트로폴리턴, 런던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그 시절 지휘자로서 이 정도 활동범위를 보여 준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 뿐인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초연 지휘자라는 타이틀은 영원히 몽퇴의 이름과 함께 한다. 물론 몽퇴 본인은 이 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20세기 음악의 중요 작품 초연 지휘자로서도 그 이름을 굵게 새겨 놓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세계를 지휘한 프랑스인'이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다.. 2017. 5. 15.
베토벤 교향곡 제6기 #2 - 오토 클렘페러 전혀 다른 생각 사람 머리 속 생각이 이렇게 다를까 싶다. 같은 사물, 상황을 두고도 사람들마다 인식의 차이가 엄청나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 앞서 살펴본 브루노 발터의 베토벤과 비교하면 클렘페러의 베토벤은 전혀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다. 불사조 오토 클렘페러(Otto Klemperer, 1885~1973)는 브루노 발터와 마찬가지로 유태계 독일인 지휘자로서 1876년생인 발터보다는 9살 정도 연하이고 생전의 말러와 인연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공통점이 있다. 그 외에 존경했던 선배 말러와 마찬가지로 작곡가이기도 했다는 점까지 비슷한데, 공통점은 대략 거기까지인 듯. 예전에는 만년의 발터가 만들어낸 푸근한 음악 스타일 덕에 발터에 대해 고매한 인격자 처럼 추앙하던 분위기였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막연한 상상이었.. 2017. 5. 13.
베토벤 교향곡 제6기 #1 - 브루노 발터/컬럼비아 심포니 베토벤 교향곡 전곡 & 리허설 녹음 (4, 5, 7, 9번)코리올란 서곡레오노레 서곡 제2번바이올린 협주곡 (지노 프란체스카티)브루노 발터, 지휘 /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토벤 교향곡 시즌6 - 스테레오 녹음 시대 베토벤 교향곡의 주요 녹음들을 연대기식으로 정리해 보고자 하는 나름 야심찬(?) 계획으로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 모노럴 시대까지 어찌어찌 하고 본격 스테레오 시대로 접어들자 어느새 좀 질려버린 듯 하다. 좋은 것도 한 두번이지 싶긴 하다. 그래도 시작은 했으니 꾸준하게 하나씩 살펴보지 않으면 영영 좌초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음반을 집어든다. 한 시대의 마무리 브루노 발터(Bruno Walter, 1876~1962)와 컬럼비아 심포니의 전집은 뭐, 말이 필요없는 과거 추억의 명반이다. .. 2017. 5. 11.
apple music 신보 셋 - 유로프스키, 카우프만, 넬손스 이래저래 요즘 정신이 없어서 한동안 애플 뮤직 신보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간만에 신보란을 훑어보니 그새 뭔가 재밌어 보이는 음반들이 여럿 올라와 있다. 이젠 너무나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오히려 잘 안듣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모든 점이 다 좋을 수는 없나보다. 개중에 얼핏 눈에 들어 오는 음반 세 가지.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피델리오 서곡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지휘 /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지휘자의 한 사람. 엘렌 그리모와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녹음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리모의 피아노 보다는 오히려 유로프스키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지휘한 반주부가 더 맘에 들어서 좋아하는 음반이다. 이걸 들을 때면 '이 사람이 .. 2017. 4. 26.
베토벤 교향곡 제5기 - 50년대 모노럴 녹음 정리 50년대 모노럴 녹음 베토벤 교향곡 음반 정리 시리즈가 이제 중요한 고비를 넘긴 것 같다. 50년대 모노럴 녹음까지 대략 훑어보았으니 이제 다음은 본격적인 스테레오 녹음시대로 넘어갈 차례. 예전에는 푸르트벵글러나 토스카니니 시대의 베토벤 연주를 범접하지 못할, 혹은 재현불가능한 지고의 영역 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요즘은 분명 예전에 비해 클래식 음악이 쇠퇴한 시대가 맞지만, 베토벤 교향곡의 연주는 여전히 새로운 트렌드에 맞추어 진화해 가고 있다. 오히려 옛날에 불완전한 앙상블로 허술하게 연주하던 것에 비하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갖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음악적 설득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적 발전과 베토벤 자필 악보의 .. 2017. 4. 10.
베토벤 교향곡 제5기 #5 - 헤르만 셰르헨 또 다른 흐름 헤르만 셰르헨(Hermann Scherchen, 1891~1966)은 독일 지휘자로서, 오늘날 20세기 초 현대음악 보급의 선구자로 기억되고 있다. 말러에 대한 공헌도 잊을 수 없어서 초창기 말러 해석가의 주요 인물로 꼽을 만 하다. 쇤베르크 같은 현대음악 보급에 힘썼던 인물 답게, 그가 남긴 베토벤 교향곡 녹음들도 분명 시대를 앞서간 느낌이다. 이 연주들을 들어보면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연주들과는 '또 다른 흐름'이 등장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타라 (tahra) 잘 알려져있다시피, 히스토리컬 녹음 발매로 유명했던 타라 레이블의 운영자 중 한 사람이 바로 헤르만 셰르헨의 딸인 미리암 셰르헨이었다. 푸르트벵글러 녹음으로 더 유명해지긴 했지만, 셰르헨의 녹음들도 제법 잘 정리해서 출시했었다... 2017. 4. 4.
베토벤 교향곡 제5기 #4 - 카라얀 /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카라얀, 그1 카라얀과 베토벤 교향곡에 대한 생각은 어딘지 복잡 미묘하다. 개인적으로 카라얀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냉정하게 생각해서 카라얀의 진정한 장기는 다른 분야에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카라얀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는 늘 살짝 아쉽게 생각하곤 한다. 이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그런 아쉬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눈 앞에 흡사 액스-마키나 처럼 등장한 월터 레그 덕에 카라얀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이야기는 앞서 빈 필과의 베토벤 교향곡 녹음에서 언급했었다. ( 2017/03/05 - [Classical Music/beethoven] - 베토벤 교향곡 제4기 - 간주곡 ) 전쟁 직후 공개 연주회에 이따금씩 제동이 걸리는 상황에서 월터 레그는 카라얀과 레코딩 계약을.. 2017. 3. 29.
베토벤 교향곡 제5기 #3 - 미국산 베토벤 미국 오케스트라 편견이라면 편견이고, 취향이라면 취향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미국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뭐랄까, 정통파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일까? 음색이 다분히 미국적인 외향적인 화려함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토스카니니/NBC 심포니 토스카니니와 NBC심포니는 2차대전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그것도 아주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전쟁에서도 그랬듯이 바야흐로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시대가 된 것이다. 푸르트벵글러도 전곡 녹음을 제대로 다 해내지 못했을 상황에서 토스카니니는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 만 해도 전곡 사이클이 두 종류나 된다. 앞서 39년 실황 전집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토스카니니 컬렉션 세트 맨 첫번째 부분에 포함된 베토벤 교향곡집은.. 2017. 3. 25.
베토벤 교향곡 제5기 #2 - 푸르트벵글러 돌아온 사람 2 요즘 흔히들 하는 말로 영혼까지 탈탈 털린다는 표현이 있는데, 푸르트벵글러의 음반을 보고 있으면 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에 있던 유럽에서 전쟁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경우도 그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여러모로 의지박약하기 그지없는 처신을 보여준 푸르트벵글러이기에 극도의 긴장속에 영혼까지 탈탈 털려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쟁이 끝나고 그대로 무너지지 않고 지휘봉을 다시 들긴 했고 50년대에 남긴 녹음들의 연주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지만 어쩐지 내게는 황혼을 바라보는 사람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오른다. 1, 3, 4, 5, 6, 7 위 숫자는 전후에 푸르트벵글러가 빈 필을 지휘해서 스튜디오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넘버들이다. 푸르트벵글러하면 베를린 필과의 밀.. 2017.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