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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바그너 -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넬손, DG)

by iMac 2009. 3. 29.

1985년 바이로이트 축제

화란인 : 사이먼 에스테스
달란트 : 마티 살미넨
젠타 : 리스베트 발슬레프
에릭 : 로베르트 슝크
마리 : 아니 슐렘
볼데마르 넬손, 지휘 / 바이로이트 축제 오케스트라 & 합창단 (한글자막)


제목은 네덜란드인..이라고 적었지만 홀랜더..라는 어감도 있고 해서 화란인이라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쓰기도 훨씬 짧아서 좋고. 

아무튼, 사실 이 연주는 이미 음반으로도 꽤 잘 알려진 것이다. 이 작품의 레퍼런스 음반을 꼽으면 가장 흔하게 거론되는 것이 뵘의 71년 바이로이트 녹음(DG)과 넬손의 85년 녹음이다. 물론 이 외에도 클렘페러, 콘비츠니, 카일베르트 등등 많이 있다.


바로 이 음반! 지금은 이 형태가 아니라 데카에서 염가시리즈로 발매한 것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 작품의 음반이야 당연히 부지기수이지만, 정말 눈 딱 감고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이걸 꼽으면 될 것이다. 녹음도 디지털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도 추천에 부담이 없다. 전설의 명반들을 빼놓으면 안된다고 한다면 디지털시대의 연주라고 한정해도 충분히 추천할만 하다. 녹음도 좋고, 오케스트라도 정말 압도적이고, 가수들도 흠잡을 데 없이 쩌렁쩌렁~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특유의 서늘한 울림이 참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하지만, 가장 특이한 점은 이 연주의 서곡과 마지막 종결부분이 통상적으로 듣던 것과는 좀 다르다는 것이다. 1843년 초판본이라고들 하는데 흔히 알고 있는 장대한 마무리와는 좀 다른것이, 보다 짧게 잘라버리는것처럼 들리는 종결이다. 왜 이 판본을 사용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상을 직접 보는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이 영상이 한글자막으로 출시되었다. 

해리 쿠퍼는 후에 바렌보임의 기념비적인 반지 사이클도 연출하였지만 그보다는 이 쪽이 확실히 압도적이다. 나름대로 알려져 있듯이 쿠퍼의 연출은 젠타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젠타는 시종일관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전체 드라마는 모두가 일종의 강박증에 시달리는 젠타가 겪는 망상과 현실이다. 음악과 가사는 모두 그대로인데 연출만 바꿔서 드라마의 줄기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냈으니 정말 대단하다. 장면 장면을 자세히 짚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직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현대적인 의상만 걸치고 나와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돌아다니는 일부 재미없는 연출들에 비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난 흡인력을 과시하는 대단한 연출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젠타는 바다에 뛰어들어 화란인의 영혼을 구제하여 함께 승천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 광장 한복판에 떨어져 죽는 것으로 끝난다. 망연자실하는 동네사람들.. 애통해하는 에릭.. 구원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 구원의 모티브로 마무리하는 음악은 이 장면에 당연히 어울리지 않는다. 초판본을 선택한 이유를 확실히 보여준다. 

한글자막이 들어간 오페라 DVD가 계속 출시되고 있는 점은 자막의 완성도를 떠나서 그 나름대로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화질은 뭐 80년대 영상이니 그럭저럭.. 그래도 전통적인 드라마와는 좀 많이 다르지만 이정도로 극적인 완성도를 지닌 영상물도 흔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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