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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 레바인

by iMac 2009. 4. 20.

제임스 레바인 / 2001년 메트로폴리턴 실황 (한글자막)


한스 작스 : 제임스 모리스
파이트 포크너 : 르네 파페
베크메서 : 토머스 알렌
발터 : 벤 헤프너
에바 : 카리타 마틸라
다비트 : 매튜 폴레차니
막달레네 : 질 그로브
야경꾼 : 존 렐리어

DVD이다 보니 런닝 타임이 적혀있는데, 무려 292분! orz... 명가수가 길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분으로 적혀있는 걸 보니 새삼... 

아무튼, 오토 솅크와 귄터 슈나이더-짐센에 의한 무대 연출은 프랑코 제피렐리 못지 않은 꼼꼼한 사실죽의적인 연출이어서 이 작품의 영상물로서는 가히 표준적이라 할만 하다. 더군다나 한글자막이라니. 물론, 요즘 계속 출시되는 한글자막 오페라를 보고 있노라면 자막의 퀄리티가 그닥 훌륭하지는 못해서 좀 실망스럽기는 하다. 특히 바그너는 예전에 니벨룽의 반지 만큼은 그야말로 '명품자막'을 선보이지 않았던가...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싶다.

적당히.. 거기다가 '수시'로 자막을 건너뛴다던가.. 싱크도 아슬아슬.. 너무 성급하게 출시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명가수에 자막을 붙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비트가 마이스터징거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대목만 해도 정말 끔찍하긴 하다. 그래서 이정도 자막이라도 사실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지만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 때문에 적당히 출시를 한다면 좀 그렇다. 

아무튼, 어찌 되었건 이 작품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필수 소장 타이틀이다. 명가수는 솔직히 서두에 적은 것 처럼 엄청 길고 희극치고는 좀 딱딱하기도 하고 일찌기 정치적으로는 나치에 의해 프로파간다로 적극 활용되기도 해서 이래저래 좀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이 공연은 그러한 찜찜한 점을 깨끗이 날려 버렸다. 

레바인의 상쾌한 지휘는 두터운 갑옷을 벗어던지고 밝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로서 이 작품을 풀어나가는데 멋지게 성공하고 있다. 이 점은 정말 아낌없이 찬사를 보내고 싶은 대목이다. 독일문화가 어쩌고 저쩌고...는 깨끗이 사라지고 대단히 보편적인 드라마로 변화된 모습이 정말 편안하다. 그리고 실제로 물리적인 무게감도 훨씬 가벼워져서 좋다. 가볍지만 경망스럽지는 않은 적절한 수준. 

가수진은... 왠만한 명반들을 훑어보아도 이 정도로 주,조연 모두에 걸쳐 고른 수준의 캐스팅을 보여주는 경우가 흔치 않다. 새삼 메트의 위력을 실감한다. 벤 헤프너가 기대만큼 느끼한(?!)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이 다소 의외이자 약간은 실망이었지만 그외에는 모두 만족스럽다. 의외로 깜찍해 보이는 마틸라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모리스 등등.. 그중에서도 토머스 알렌의 노련한 베크메서는 특히 대단하다. 많은 음반을 비교해서 들어보아도 이 배역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기와 가창이 정말 훌륭하다. 
 
앞서 말한대로 무대는 대단히 멋진데, 동선의 연출은 그럭저럭으로 대부분 무난하지만 2막의 대소동 장면은 그저 그랬다. 시각적으로 좀더 드라마틱하길 기대했는데 좀 무의미한 편. 전체적인 무대의 인상은 왠지 디즈니랜드가 떠오르긴 하는데 독일적인 딱딱함을 중화시켰다고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론 긍정적이다. 

결론, 어쨌거나 강추. 표지에 화면비가 4:3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와이드화면이라는 점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