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발터 - 모차르트 교향곡집 (Sony)

참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음반. 발터가 컬럼비아 심포니를 지휘하여 말년에 녹음한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를 처음으로 들었던 것이 어렴풋하지만 대략 94년 무렵이었으니.. 그 당시도 그랬고 이후 몇 차례 이런 저런 기회를 통해 들을 수 있었던 발터와 컬럼비아 심포니의 연주 복각 CD가 들려준 소리는 솔직히 별로였다.

물론 연주 자체가 풍기는 포근한 인상은 참 마음에 들었지만 포테이토칩같은 느낌을 안겨주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소리는 초기 CD복각의 취약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것이 오래 전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컬럼비아 심포니의 기능적인 허약함이 맞물려 더더욱 아쉽게 들었던 기억이 남는다.
 
이후 소니 레이블에서는 브루노 발터 에디션을 집중 발매한 적이 있었다. SBM방식 리마스터링이라고 자랑스럽게 표기해 놓았던 시리즈였는데 문제는 거기에서도 기이하게 컬럼비아 심포니를 지휘한 모차르트 시리즈는 빠져있었다. 그 대신 보다 팽팽한 연주력을 자랑하는 뉴욕필과의 음원을 선택했는데 대신에 모노 녹음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그 시리즈에는 그래도 컬럼비아 심포니와 함께 한 36번 린츠 교향곡 리허설 녹음과 연주가 함께 포함되어 있기는 했다. 

아무튼.... 컬럼비아 심포니의 울림이 마치 성냥갑처럼 빈약하게 들리긴 하지만 반대급부로 말년에 이르른 발터의 원숙한 손길이 느껴지는 해석이 푸근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었기에 중간에 이런저런 형태로 발매된 음반을 구입하긴 했지만 여전히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는데 드디어 최신 리마스터링을 거친 6장 박스셑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수록곡은 꽤 많은데... 교향곡 25, 28, 29, 35, 36, 38, 39, 40, 41번, 바이올린 협주곡 3&4번, 레퀴엠, 서곡들, 기타 관현악곡들로 구성되어있다. 이러한 전설적인 연주가 이 정도 가격이라니.. 박스물 홍수 시대의 선물로 고마워해야 하나?

레퀴엠은 뉴욕필과 웨스트민스터 합창단을 기용한 모노 녹음. 25, 28, 29번 교향곡도 모노 녹음. 기타 이런저런 모노 녹음이 있고.. 35번 이후 교향곡 녹음은 모두 스테레오. 지노 프란체스카티와 협연한 바이올린 협주곡 역시 스테레오. 다들 훌륭하지만 역시 59년에서 60년 사이에 컬럼비아 심포니를 지휘한 스테레오 녹음들이 가장 훌륭하다. 예전에 성냥값 처럼 빈약하게 들렸던 소리도 최신 복각을 통해 섬세하고 밝은 울림 쪽으로 보다 편안하게 들리는 쪽으로 바뀌어서 대단히 만족스럽다.

 40번의 훌륭함은 여전하고.. 41번 주피터는 역시나 요즘 취향으로는 좀 답답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예전 음반에 비하면 월등하게 개선된 울림이 놀랍다. 보다 단단하게 내리꽂히는 팀파니와 저 멀리 들리긴 하지만 간간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금관의 활약이 기대 이상. 이쯤 되면 확실히 원활한 흐름에만 의식이 집중되었던 카라얀보다는 훨씬 들어줄만 한 연주이다.

35~41번 교향곡 녹음이 가장 훌륭하며 바이올린 협주곡 들도 그에 못지 않고 함께 수록된 극장 지배인, 코지 판 투테,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서곡 등도 정말 멋지다. 컬럼비아 심포니는 기능적인 우수성이나 울림의 고급스러움에 있어서는 빈 필 등에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밝고 따스한 울림이라는 점은 모차르트 해석에 있어 장점이 되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작품의 핵심에 육박하는 발터의 원숙한 손길이 존재한다. 프레이징의 절묘함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으며 들을 수록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시대 악기 연주가 대세가 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발터는 19세기 후반 낭만주의 시대의 세례를 받은 모차르트 연주를 들려주고 있지만 발터가 들려주고 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하여 모차르트 음악의 핵심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기에 지금 들어도 이토록 호소력을 발휘하는 것이리라.

대단히 인기 있는 아이템이기에 라이센스판으로 우선 발매되었던 것인데, 소리소문없이 수입판이 들어왔다. 수입판을 기다리던 매니아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될 아이템.

[수입] 브루노 발터가 지휘하는 모차르트 [6CD] -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작곡, 브루노 발터 (Bruno W/SONY CLASSICAL

http://chateau.tistory.com2011-12-03T06:11:55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