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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apple music - 2017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Sony)

by iMac 2017. 1. 11.

2017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빈 필하모닉

빈 징페라인 합창단 (Sony)



신년음악회와 애플뮤직


애플뮤직에 올라온 날짜를 보니 1월 9일. 빈 필 신년음악회 음원을 1월 9일에 집에서 편안하게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라니. 사람마다 이런저런 생각이 있을 수 있겠으나, 어쨌든 나는 대만족이다. 사실 나는 신년음악회 앨범이야 카라얀(87년), 클라이버(89, 92년)만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그 외 한 두개 더 추가한다면 좀 유니크한 아르농쿠르 정도(2001, 2003)? 사실 2시간 가까이 왈츠나 폴카, 행진곡 만 주구장창 듣고 있는 것도 어쩌다 한번이니 말이다. 


따라서, 빈 필 신년음악회가 정말 연중 최고의 클래식음악계 행사이긴 하나 해년마다 나오는 앨범을 사모을 생각은 전혀 없기에 이렇게 음원을 언제고 쉽게, 그것도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서 들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이 대만족이다. 애플뮤직 한국 정식서비스 이후 제일 만족스러운 상황. 







구스타보 두다멜


얼마전에도 애플뮤직에 올라온 두다멜과 빈 필의 전람회의 그림 음반(DG)에 대해 포스팅했었는데( 2016/12/04 - [Classical Music/music note] - apple music - 두다멜/빈필, 전람회의 그림 (DG) ), 그 때 본문에서 예고했던대로 두다멜이 이번에는 무려(!) 빈 필 신년음악회 지휘봉까지 잡고 있다. 알려진대로 사상 최초 남미 출신에 최연소 신년음악회 지휘자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한마디로 부럽다. 페이스북을 보니 라틴계 답게 대가족이 모두 찾아왔던데 우리식 표현대로 '가문의 영광'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 1981~)은 아직은 좀 더 경력이 쌓여야 하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대단히 매력적인 스타지휘자라 하겠다. 그가 만들어 내는 음악은 대부분 라틴계 특유의 밝고 활력이 가득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지휘 모습 또한 충분히 쇼맨십이 있으면서 적당히 절제된 면도 있어서 시각적으로도 딱 보기 좋아서, 정말로 지휘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베를린 필도 종종 객원지휘를 하고 있어서 미래가 자못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앞서 적은 이유 때문에 신년음악회 연주는 그닥 관심이 없어서 그리 집중해서 듣는 편도 아니고, 열심히 비교해서 듣고 싶은 생각도 없기에 보다 심도 있게 평가할만한 입장 또한 아니지만, 이번 연주의 인상은 평소 모습 그대로 활기찬 연주로 들을만 했다고 생각한다. 선입견 때문인지, 아니면 낯선 곡이어서 그런지 맨 첫곡 레하르의 행진곡은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었지만 이후 연주들은 차분하게 자리를 잡아간 듯. 막바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노련한 맛보다는 또박또박 착실한 느낌. 어쨌든, 빈 필이라면 지휘자가 누구든 이런 레퍼터리라면 기본은 해줄 터이니 기분좋게 즐기기엔 충분하다. 





빈 필하모닉 175주년 


빈 필하모닉이 1842년 창립되었으니 2017년은 창립 175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기념, 창립자인 오토 니콜라이의 오페레타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중 합창곡 '월출'(Mondaufgang)이 포함되었다는 점이 이번 신년음악회의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눈에 띈다. 처음 들어보는 곡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신년음악회에서 종종 듣던 같은 오페레타의 서곡 중에서도 듣던 선율이어서 귀에 익은 아름다운 곡이었다.


창립 175주년을 맞은 빈 필하모닉은 종종 대단히 보수적인 악단으로 알려져왔지만 그들의 행보를 볼 때 철저히 예술적인 동시에 경제적인 흥행에도 대단히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결국 돈이 없으면 예술도 없는 것이니까. 자신들의 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단히 보수적인 듯 하면서도 이번 신년음악회 지휘를 남미출신 최연소 스타 지휘자에게 맡기는 것도 예술과 흥행의 절묘한 밸런스라고나 할까? 


나중에 포스팅할 계획이지만 베토벤 교향곡 전집 녹음도 대단히 혁신적인 래틀과 함께하기도 했고, 그 후에는 반대로 철저히 회고적인 틸레만과 함께 하기도 하는 걸 보면 그런 점에서 어느 한쪽도 놓치지 않는 주도면밀함이 느껴진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80년대 후반 카라얀이 베를린 필과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 마치 그 틈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빈 필이 선뜻 카라얀에게 손을 내밀고 연주여행에 레코딩까지 함께 했던 걸 보면 이쪽 세계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냥 순진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흡사 백년묵은 능구렁이들 같은데, 어찌되었든 이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그 자체로 여전히 매혹적이다. 감상자 입장에서는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비비안 웨스트우드



마지막으로 이건 전적으로 음악 외적인 여담이지만, 이번에 빈 필하모닉의 새로운 단복을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디자인했다는 소식이 올라와있다. 유투브에 영상도 올라와 있는데 나름 흥미롭다. 이래저래 빈 필이라는 단체도 참 흥미로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