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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apple music -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예루살렘 4중주단, harmonia mundi)

by iMac 2016. 12. 11.

슈베르트 현악4중주 d단조 D.810 “죽음과 소녀”

 

 

예루살렘 현악4중주단 (harmonia mundi)






분명 슈베르트가 놀랍고 안타깝게 요절한 천재임은 알고 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고 열심히 듣느냐고 자문한다면 솔직히 그렇지는 못하다. 아마도가곡의 이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렵게 하지 않고 있지 싶기도 하다


다른 문제는, 슈베르트의 작품 체계가 뭔가 어수선한 탓도 있다. 오늘 생각해 현악4중주 장르 역시 꽤나 많은 작품들이 있음에도 전모가 한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출시된 음반들도 그런데, 전집 형태로 정리된 베토벤의 경우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베토벤의 작품들이 비교불가능으로 매력적인 탓도 있다


요즘들어 부쩍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열심히 듣고 있는 터라, 다른 작곡가의 현악4중주는 더더욱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운 상황인데 마침 애플 뮤직에 슈베르트의죽음과 소녀신보가 올라와서 살짝 들어보았다. 결론은 딱히 인상적이지 못했다는 . 느낌에 별로인 음반은 굳이 이곳에서 리뷰하고 싶진 않다. 다른 사람한테는 좋게 들릴 수도 있는 것이고, 보다는 내가 좋아한 음반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가?


신보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자 기존에 나와 있는 음반들을 이것저것 찾아보던 바로 이거다 싶은 음반을 발견했다. 여태 나만 모르고 있던 같아 쑥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좋은 좋은 거니까


죽음과 소녀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중에서도 제목 덕에 가장 유명한 작품인데 비장함과 동시에 신파적인 분위기 탓에 지금까지는 즐겨듣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들었던 연주들이 나에게 딱히 설득력있지 못했던 탓도 있고 내가 진지하게 집중해서 듣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예루살렘 4중주단


이들의 이름은 이전에도 이래저래 들어본 적은 있으나 다소 노골적인 단체명이 살짝 거부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들은 이스라엘 단체인데 국적과 그 명칭의 상징성 때문에 음악외적인 논란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실황 중계하던 중 해킹공격을 받아 중계가 중단된 적도 있다고 하니 정치적인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


지금은 멤버가 바뀌긴 했으나 이 녹음 당시 비올라는 2010년부터 베를린 필 비올라 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Amihai Grosz(이 사람 이름은 정말 어떻게 발음하는지 모르겠다. 아시는 계시면 부탁드립니다). 정말 실력있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단체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과연 연주가 대단하다.


이 곡은 첫 시작 모티브만 들어보아도 연주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적절한 무게감, 적절한 템포, 적절한 프레이징을 두루 갖춘 균형감이 요구된다. 무척 강렬한 도입부인데 연주마다 정말 제각각이다. 너무 빨라도 안되고 너무 늘어져도 안되고 참 맘에 드는 연주를 찾기 힘든데 이들의 연주는 딱 최적점을 멋지게 짚어주고 있다. 


4~5분간 이어지는 제시부까지만 들어도 거의 결정이 되는데 비극적인 긴박감 속에 처연한 아름다움이 감도는 미묘한 악상이 지나친 신파로 연결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붙들어맨 환상적인 연주이다. 녹음또한 훌륭하니 이 보다 더 좋은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다. 비올라의 활약이 대단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은데 다른 연주들에서 접해보지 못한 비올라의 두드러진 움직임 덕에 잘 들리는 내성부를 음미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이 작품의 제목이 된 가곡 ‘죽음과 소녀’에 의한 변주곡인 2악장을 거쳐 스케르초와 격정적인 피날레까지 다 듣고 나면 말 그대로 엄지척!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쾌감이다. 멋진 음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좀 지겹다고 생각해온 이 작품을 여러번 집중해서 듣게 되었다.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길잡이가 되어주는 훌륭한 음반의 모범적인 모습이다. 


오랫동안 실마리를 잡지 못해 헤매고 있던 중에 답답함을 한 방에 날려주고 작품의 아름다움에 곧장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보여준 멋진 음반으로 적극 추천한다. 내가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 다시금 민망하지만 이런 점이 애플 뮤직의 위력임을 새삼 실감한다. 이 단체의 다른 여러 음반도 하나하나 챙겨 들어볼 생각이다. 꽤나 흥미진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