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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부고(訃告) - 조르주 프레트르 (Georges Prêtre, 1924~2017)

by iMac 2017. 1. 7.

조르주 프레트르 (Georges Prêtre, 1924.8.14.~2017.1.4.)


이 분이 지휘한 음악을 딱히 열심히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전설의 시대 끝자락을 경험했던 지휘자의 또 한 사람이 이렇게 떠나갔다. 프랑스 지휘자인 조르주 프레트르는 레코드 감상자라면 당연히 제일 먼저 마리아 칼라스의 전설적인 카르멘 전곡녹음을 떠올릴 것이다. 60년대 칼라스가 경력의 막바지에 마지막 불꽃을 피울 무렵 칼라스가 파트너 지휘자로서 함께 녹음을 진행했던 기록은 정말 하나같이 소중한 녹음들이다. 


칼라스 전집 속에 포함된 카르멘, 토스카, 프랑스 아리아 모음집이 눈에 들어온다. 카르멘 전곡은 칼라스 유일의 전곡녹음으로 그 가치가 여전히 퇴색하지 않는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토스카는 칼라스가 모노녹음에 비해 쇠퇴의 징후가 뚜렷해서 항상 추천순위에서 밀리는 편이지만 칼라스의 스테레오판 토스카라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프랑스 아리아 모음집이 제일이었다. 풍성하고 짜릿하게 빛나는 웅장한 반주 속에 미묘한 관능과 빛나는 카리스마로 칼라스가 마지막 불꽃을 뿜어내는 명품 녹음이다.



그 외 조금 더 뒤져보면 역시 오페라 지휘자로서의 기록이 대부분인데 80년대 초반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제작한 오페라 영화도 기억난다.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를 지휘했고 플라시도 도밍고가 타이틀롤을 맡은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 '팔리아치' 영상 및 음반으로 비록 카라얀의 아성을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지금들어도 충분히 듣기 매력적인 연주임에 틀림없으며 제피렐리 감독판의 사운드 트랙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기억되는 음반.


 프랑스 지휘자인데다 그 외 관현악 레퍼터리 녹음은 쉽게 찾아볼 수 없어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반은 일단 거기까지인데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알게 모르게 노익장을 과시했다. 기록을 보면 유도와 가라데를 연마한 스포츠맨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건강이 좋으셨는지도 모르겠다. 꽤 오래 전 베를린 필 발트뷔네 콘서트에서 지휘했던 것도 기억나고(볼레로, 파랑돌 연주가 기억난다) 프랑스 지휘자로는 유일하게 2008년,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빈 필 신년음악회 지휘를 맡기도 했다. 프랑스 지휘자는 처음이라고 화제가 된 걸로 기억하는데 애플뮤직을 뒤져보니 2008년 실황이 올라와 있어 좋은 음질로 들어 볼 수 있다. 


프레트르의 스타일은 프랑스 지휘자답게 밝고 시원시원한 음향에 자연스러운 조형감각이 특징이다. 음향 자체에 강한 개성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끌어낸다는 점이 중요하다. 말이 쉽지 밝고 풍성한 음향에 자연스러운 흐름의 울림이라는게 아무나 만들어낼 수 있는게 아니다. 이러한 점이 빈 필 신년음악회의 분위기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아무렴 천하의 빈 필이 그냥 초빙했겠는가.


하나 둘씩 떠나가는 옛 시대의 거장 지휘자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 한켠이 서늘해진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다이내믹한 관현악 반주를 들으며 포스팅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