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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figure

RX-93 Nu Gundam Ver.Ka (뉴 건담 버카) MG

by iMac 2017. 2. 21.

'버카'라는 것


'버전 카토키'의 약칭인 '버카'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이 바로 이 킷이다. RX-93 '뉴 건담'은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사실상의 마무리로서(유니콘도 있긴 하지만) 아무로 레이가 마지막으로 탑승한 기체이니 만큼 의미가 큰데 유명한 건담 디자이너인 카토키 하지메가 자신의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버전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아무튼 이 녀석은 처음 살때만 해도 정말 멋모르고 산 것인데다 실력도 부족하고 만들면서 슬슬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아서 오랫동안 방치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조립 후 몇달만에 다시 흥미가 생겨서 데칼 작업까지 하긴 했는데 등에 짊어지는 거대한 판넬은 아무리 봐도 나는 맘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지온계열 사자비가 장착한 판넬의 방식이 훨씬 합리적이고 깔끔해 보였다. 하여간 이래저래 이 녀석은 내가 만든 것 중 실패작으로 자리잡고 있다. 








잘 생긴 실패작


여전히 실패작이긴 하지만, 잘 생긴 건 여전해서 그냥 처박아 버리긴 아깝긴 하다. 만드는 내 실력이 어설퍼서 그렇지 잘 만들어주면 근사할 것이다만, 사실 내 취향으로는 아무리 들여다 봐도 납득이 안가는 면이 있다. 


우선, 비율이 묘하게 별로다. 다리가 너무 길고 상체도 너무 작아서 프로포션이 어중간하다. 만들다 보면 정말 어마무시한 디테일에 질려버릴 정도지만 다 만들어 놓고 나니 내 눈에는 비율이 별로. 어디까지나 이건 내 취향이니 어쩔 수 없다. 반다이에서 엄청난 공을 들인 제품이지만 내가 싫으면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나마 맨 아래 3장의 사진처럼 몸을 잘 틀어서 사진찍어주면 좀 볼만하긴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사진기술로 나 자신을 속인 것에 지나지 않으니 내 스스로가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





가조립의 한계


이 때만 해도 부분도색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던 시점이라 뉴 건담은 철저히 키트 구성 그대로 만들고 먹선작업에 무광 탑코트 마감이 전부이다. 요즘에서 느끼는 것이 관절을 강화하려면 최소한 중요 연결부위 정도는 스프레이 도색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 어디까지나 가조립의 한계라서 관절이 정말 불안하다. 자세 한 번 잡기도 불안불안. 덩치는 큰데 관절은 그야말로 낙지라서 프로포션에 이어 또 한 번 안타깝다.


그 유명한 전지가동손이 여기에도 들어 있는데, 고질적인 문제점은 여전하다. 이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맨손으로 있는 편이 정신건강에 나을 듯 하다. 빔 라이플을 들려주면 무게를 못 견디고 손목이 처져서 포즈가 잘 안나온다. 그래도 포즈 잘 잡고 장식장에 반듯이 세워주면 얌전히 잘 있기는 하니까 다행이긴 하다. 요즘 같아선 이 포즈 저 포즈 변형시켜 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버카 데칼


초반에 이걸 만들다가 몇 달간 방치한 이유 중 하나가 엄청난 양의 데칼 때문이었다. 품질 좋은 습식데칼을 기본으로 넣어준 건 정말 고맙지만 그 양이 정말 어마어마해서 엄두가 나질 않는다. 지금 봐도 이 많은 걸 꾸역꾸역 거의 다 (100%는 아니다) 붙여 준 게 기특하다. 희한하게 작은 동그라미 마크를 즐겨 쓰는데 붙이다보면 카토키 이 사람의 정신세계가 궁금해 졌다. 


나중에 든 생각이라면 이건 카토키 뿐만 아니라 일본인 전체에 해당하는 상황 같다. 일본의 전통 공예품들을 보면 그 옛날부터 깨알같은 디테일을 자랑하는 정교한 작품들이 많았다. 심지어 쌀알에 글씨 쓰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줘도 될 듯. 





바주카와 판넬, 그 외


여러 번 썼듯이, 바주카는 기본적으로 내 취향이 아닌데 뉴 건담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바주카 자체만 놓고 보면 잘 만들어진 디자인이지만 이걸 들려 주는 순간 별로인데다가 결정적으로 등에 꽂아 주는 연결부위가 금방 헐거워져서 지금은 아주 불안하다. 고정이 잘 안되고 수시로 빠지니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판넬은 초반에 언급한 것 처럼 내 눈에는 너무 이상해서 만들긴 했으나 결국 장착은 몇 번 해보고 고이 모셔놨다. 내 취향도 취향이지만 결론은 아주 멋지게 만들 자신도 없기 때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패를 장착한 왼팔의 문제이다. 구조적으로 이 킷은 방패를 장착하면 왼팔의 방향이 오른팔과 달리 안 쪽으로 틀어진 형태를 취할 수 밖에 없어진다. 이건 여러모로 불편한 자세인데다 내 눈에 두 팔의 방향이 서로 다른 방향인 것은 아무리 봐도 답답하다. 이걸 만들고 난 이후 팔 모양이 이런 방식인 킷은 모조리 구매 대상에서 빼버렸다. 그래서 제타 계열은 만들 계획이 현재로서는 전혀 없는 상태. 이것도 보는 사람 나름일 것이지만 어쨌든 이건 내 취향이니까.


결론적으로, 대단한 제품이긴 하나 그것이 내 취향과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려준 킷이다.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이 마냥 옛날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부분도색도 하고 이래저래 생각이 달라진 요즘, 가끔 이 킷에 재도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다가도 금새 접어버리곤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앞으로도 뉴 건담 버카를 다시 만들 일은 현재로서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