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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11, 12

by iMac 2017. 6. 12.


11곡 봄의 꿈 (Frühlingstraum)


이 곡의 첫 머리 피아노 전주는 늘 들을 때 마다 소박하고 귀에 익은 선율이 친숙하게 들려오는 동시에 노래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가슴이 아련해진다. 봄날의 꿈처럼 현실이 그러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알기에 봄날의 꿈이라는 상황자체가 지독한 역설인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가슴이 아프다.


이 장에서는 우선 노래의 구조를 보여준다. 1~6절로 구성되어 있으며 1~3절, 4~6절의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음악이 반복되는 구성으로, 꿈을 꾸는 1절과 4절은 그래서 다른 가사 같은 선율로 이루어진다. 2절과 5절은 닭이 울며 달콤한 꿈을 깨 버린다. 3절과 6절은 각각 마무리로서 특히 마지막 6절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가사를 보며 설명을 읽으니 구조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이런 류의 서적에 흔히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런 명쾌한 작품 해설일 텐데, 이어서 이 장에서는 3절의 가사에 나오는 '창문에 새겨진 꽃잎' 즉, 창유리에 핀 얼음꽃 현상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눈송이 결정 연구에 대한 역사적 흐름과 눈송이 결정 사진 등등. 얼핏 생뚱맞아 보이면서 읽어가는 동안 점차 형이상학적으로 살짝 심오하게 파고드는 듯한 전개. 그렇다고 이해 못할 정도로 어려워지지는 않는다. 딱 적당한 단계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탁월한 글솜씨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1818



12곡 고독 (Einsamkeit)


이 책을 통해 초반에 알게 된 이야기 중 하나가 최초의 구상은 12곡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슈베르트가 뮐러의 시 전체가 담긴 책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작곡을 했기 때문인데, 나중에 전체 24곡이 다 수록된 책을 입수하면서 현재의 24곡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일단 '고독'은 12번째 곡으로서 전체 곡 수의 절반 지점에 해당하며 분위기상 아주 심각하게 침잠해 들어가는 것이 오늘날 관점에서는 마지막 곡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끝 곡이라고 해도 수긍할만 한 것이다. 


음악은 터덜터덜, 그러나 멈추지는 않고 정처없이 걸어가는 느낌이다. 중간에 세상의 고요함과 밝음에 대해 목청껏 탄식을 내뱉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세상이 이토록 고요하고 밝음에도 폭풍우가 몰아쳤을 때보다도 오히려 더 비참함을 느끼는 심정이라니!


여기에서는 지금까지의 다른 어떤 장보다도 다른 작품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브리튼의 연가곡 겨울의 말 부터 여러 곡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중에 가장 귀에 익은 곡은 고독한 사람(Der Einsame, D.800)일 것이다. 슈베르트 가곡 선집에서 종종 들어본 귀에 익은 곡이고 실제로 리사이틀에서도 많이 부른다고 한다. 이러한 선곡들을 통해 슈베르트와 고독에 대해 살펴본다. 더없이 쾌활하다가도 어느 순간 종적을 감추며 스스로 고독함에 빠져들곤 했다는 슈베르트. 아니, 어쩌면 고독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고독의 이야기와 함께 엮이는 것이 동시대를 살았던 독일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가와 슈베르트는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슈베르트의 친구의 친구가 화가와 잘 아는 사이라는 식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또 다시 어두운 시대상황의 영향이 드러난다.


나폴레옹의 침공에 맞서 독일 민족주의를 내세워 떨쳐 일어난 젊은이들은 전후에는 집권세력으로부터 체제전복의 위험인물들로 낙인 찍히며 숨막히는 압제 하에 살아가야만 했다. 외세를 무찌르는데 공을 세웠으나 전후에는 역으로 자국 정부로부터 감시와 탄압의 대상이 되어버린 역설적인 상황. '고독'이라는 의미는 이러한 현실과 등을 질수 밖에 없었던 당시 사람들의 심정이기도 할 것이다. 주변 상황이 꼭 슈베르트 시절처럼 극단적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우리들 역시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언제부터인가 슈베르트 음반의 표지로 종종 사용되곤 한다.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의 제목에 '방랑자'가 들어간 것도 슈베르트를 떠올리게 해서 이를테면 위에 올린 폴리니가 녹음한 '방랑자 환상곡'음반의 표지로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