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ssical Music/music note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 그6, 7, 8

by iMac 2017. 6. 6.


6곡 넘쳐흐르는 눈물 (Wasserflut)


한 곡 한 곡에 대한 장을 짚어가는 것도 좋지만, 독후감치고 너무 길어지고 결정적으로 포스팅에 진도가 너무 안나가는 것 같아서 슬슬 지치는 감도 있는 즈음에 6~8곡 까지는 그런대로 한 방에 묶어서 감상을 올릴 만 하다. 겨울 나그네 이외에 추가로 소개할 만한 음반 이야기가 없는 탓이기도 하다.


한글로 옮겨 놓은 제목은 정말 눈물이 주르륵 목놓아 울부짖는 것 같은데, 적어도 내가 듣기에 노래는 딱히 그렇지는 않다. 하얀 눈 위에 떨어지는 눈물. 눈이 내려 고요해진 세상 속에 소리 없이 뚝 뚝 떨어지는 눈물같은 광경. 눈이 수북하게 쌓여 조용해진 호젓한 들판위에 서서 슬픔을 머금고 관조적으로 읊조리는 듯 하다. 물론, 노래는 그런 식으로 읊조리면서 차츰차츰 고조되어 가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넘쳐흐르는 눈물에서는 드디어 음악 해석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로, 처음에는 금방 이해가 안가는데 맨 처음 도입부 피아노 전주 부분만 여러 연주를 비교해서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보스트리 역시 지금 현재 내가 레퍼런스로 듣고 있는 피셔-디스카우/제럴드 무어의 음반을, 정확히 말하면 제럴드 무어의 해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인데 오른 손과 왼 손의 엇갈림을 부각시키는 방식이다. 


보스트리지는 자신의 위그모어홀 리사이틀에서 이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느 유명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공연하는 중에 목격한 일화를 통해 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글솜씨가 제법이다. 


아무튼, 나 또한 주구장창 피셔-디스카우/제럴드 무어의 연주로만 들었기에 그 부분이 어떻게 다른지 알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다른 몇가지를 찾아 들으니 전혀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또한 취향과 해석의 다양성의 문제이겠지만, 어쨌든 이 부분 만큼은 나도 보스트리지가 선호하는 방식의 해석이 마음에 든다. 미묘하게 비틀비틀하는 그런 느낌을 주는 방식인데, 그렇지 않고 오른손과 왼손을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방식은 너무 소리가 깔끔하게 맞아떨어져서 그런 맛은 날아가고 좀 썰렁하게 느껴진다. 





애플뮤직에서 좀 더 찾아보니 외르크 데무스, 앞서 포스팅했던 미하엘 라우하이젠 모두 살짝 엇나가는 터치로 음을 5개로 울린다. 옛날에는 많이들 그렇게 했나보다. 최근 연주들은 대부분 양손을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음을 깔끔하게 4개로 울려준다. 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같은 피셔-디스카우가 불렀지만 제럴드 무어와 알프레드 브렌델의 반주는 또 달라서 재미있다.



7곡 시냇물에서 (Auf dem Flusse)


흘러가던 시냇물이 꽁꽁 얼어붙은 듯, 음악은 흡사 행진곡 처럼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양새로 시작된다. 다소 촌스럽게 전개되곤 하던 말러의 뿔피리 가곡의 일부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래뵈도 차츰차츰 고조되어가며 마지막엔 정말 한 순간의 일격처럼 가슴을 후벼파는 고음이 나온다. 


마지막 대목의 연출이 너무나 멋져서 몇 가지 음반을 비교해서 들어보았는데 정말 쉽지 않은 노래라는 것을 실감했다. 돌고 돌아 결국은 디스카우로 돌아왔다. 어쩌면 이렇게 멋지게 다듬어 놓았을까?


얼어붙은 겨울이라는 점에서 겨울 나그네의 시절은 오늘날 보다 훨씬 겨울이 추웠다는 이야기를 꺼내든다. 빙하기와 그에 따른 온도변화 추이를 기록한 그래프까지 나오니 정말 기발하다. 그 와중에 갖가지 문학적 이미지들이 튀어 나오는데, 프랑켄슈타인까지 나온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프랑켄슈타인 이야기 또한 배경 상당부분 얼어붙은 추운 공간이다. 이런 저런 예시를 통해 그 시절의 사람들은 오늘날 보다 훨씬 겨울의 힘에 매료되었고, 그러한 배경 속에서 겨울 나그네의 시와 노래가 쓰여졌다는 이야기. 



8곡 뒤돌아보기 (Rückblick)


뒤돌아보면 안되는 이야기. 서양 고전문학과 클래식 음악에서는 당연히 오르페우스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덧없이 사라진 연인의 이야기. 경과는 다르지만 겨울 나그네의 화자의 경우도 연인이 덧없이 사라져버렸다는 결론은 일치한다. 


음악은 분주하게 오르락 내리락한다. 처음 시작하는 급진적인 전주는 어쩐지 나에게는 '마왕'의 도입부를 떠오르게 한다. 정신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짧게 끝나는 곡. 보스트리지는 이 곡으로 연가곡의 거대한 첫 원이 매듭지어진다고 했다. '첫 원'이라, 8개가 한 세트란 말인가? 이 곡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짤막한 분량으로 끝내고 있지만 이후의 진행을 기대하게 하는 문장으로 아주 노련하게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