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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libro

1차세계대전사 - 존 키건

by iMac 2009. 5. 31.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책은 그런대로 여러 종류가 출판되어 있는 반면 1차 세계대전 그 자체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은 지금까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또한 우리 나라의 척박한 환경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어느새 1차대전을 다룬 책들이 여럿 출판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종류의 역사서에는 영국인들이 예로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러고 보면 BBC다큐멘터리도 그러한 경향의 산물인 것 같다. 639쪽이나 되는 상당히 두툼한 책으로, 제본도 양장으로 멋지게 되어 있어서 소장의 욕구도 함께 불러일으킨다. 

지난 한주간에 걸쳐 다 읽고 난 소감은.. 솔직하게 말해서 기대에 못미쳤다. 물론 앞으로도 이 책은 여전히 내 책꽂이에 변함없이 자리할 것이며 시시 때때로 펼쳐서 살펴보고 싶은 부분을 짚어보기는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분명 아쉬운 것이다. 

우선... 전체적으로 영국인의 관점이라는 것이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러한 특정한 관점은 저자와 그 저술의 개성으로서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지만 문제는 분량이다. 중요하게 서술하는 부분에 많은 공간을 할애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간략하게 서술하고 넘어가 버리는 부분이 생겨난다. 단적으로 1914년까지의 경과를 서술하고 나면 책의 절반가까이가 넘어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읽다보면 이 책도 상당히 방대한 분량이긴 하지만 한권으로도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투가 벌어지는 지형에 대한 서술도 상당부분 차지하는데 세세한 서술은 고맙지만 문제는 적절한 지도가 더해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지리적 감각이라는 점에서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대목이 대부분이다. 일일이 독자가 지도를 찾아 보거나 아니면 정말로 그곳에 직접 가보기 전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상당히 자세한 서술인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셈이다. 

세계 여러 곳의 전장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 사건이기에 연도별, 지역별로 이해하기 쉽게 구분하는 요령도 부족해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읽다보면 생각나는대로 다른 전선으로 이야기가 옮아간다는 생각도 든다. 

번역은, 최상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이정도면 책의 분량을 고려할 때 그런대로 훌륭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간혹 오류가 보이기는 한다. 사소한 오타나 연도의 기재 오류, 명칭의 오류 등등(아직 등장하기 전의 명칭인 '소련'같은).. 사진의 해설도 좌우가 뒤바뀐 경우가 있다. (독일군 비행기와 영국군 비행기에 대한 해설이 서로 뒤바뀌어 있다. 508, 509페이지)

이상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출판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대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2차대전은 1차대전에 의한 것이고 사실상 진정한 결론이었다. 그런 점에서 20세기 역사상 가장 큰 비극의 시발점으로서 1차대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2차대전 못지 않게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책값이 상당히 비싼 편이며 분량도 만만치 않아서 선뜻 권하기는 좀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1차 세계대전에 관한 본격적인 전문서적으로서 추천하고 싶다. 조만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1차 세계대전에 관한 책도 읽어보고 포스팅하려고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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