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ssical Music/music note

하이든, 첼로 협주곡

by iMac 2017. 6. 7.

퀸 엘리자베스 콩쿨


얼마 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쿨이 끝났다. 원래는 이자이를 기리기 위한 이자이 콩쿨로 시작했던 것이라, 바이올린 분야가 가장 유명한데 올 해 처음으로 첼로 부문을 시작했다고 한다. 예선에 오른 지원자들의 영상이 올라오기 때문에 바이올린 부문 때도 흥미진진하게 보면서 누가 우승할까 점쳐 보며 내 나름대로 맘에 드는 연주자를 응원하기도 했었다.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과거 60년대 영상을 보면 당시엔 심사위원단이 정말 어마무시했다. 오이스트라흐, 메뉴힌, 그뤼미오 같은 사람들이 심사위원석에 주욱 앉아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확실히 거장의 시대는 진작 끝나버린 것 같다. 중량감이라는 차원에서 비교불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번 첼로 콩쿨은 첼로 분야 첫 시작이어서 그랬는지 심사위원단 구성에 엄청나게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느낌으로는 2015년 바이올린 분야를 넘어선다. 이름만 봐도 쟁쟁한 첼로분야의 어지간한 대가들은 거의 모두 모인 것 같다. 심지어 카잘스 미망인까지 오셨으니 정말 대단하다. 





하이든 첼로 협주곡


흥미롭게 지켜보다 보니 평소 열심히 듣지 않던 곡들도 반강제적으로 열심히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같은 곡을 여러 사람이 각자 예선과정에서 연주하다보니 자연스레 비교도 되고 더 듣게 되기도 했는데, 바이올린 콩쿨에 모차르트가 있듯이 첼로에는 하이든이 빠질 수 없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은 1번 C장조, 2번 D장조 두 곡인데 이번에는 거의 대부분 연주자들이 2번을 선택했다. 좋아하기는 해도 그렇다고 아주 열심히 즐겨 들은 곡은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1번 3악장의 질주하는 맛이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바이올린 콩쿨 준결선 협주곡 지정곡인 모차르트의 경우도 그랬듯이, 첼로 콩쿨 준결선 지정곡인 하이든 첼로 협주곡 역시 실제 출전자들의 연주를 보고 있으면 정말 쉽지 않은 곡임을 절감하게 된다. 이게 참 묘한 것이, 그토록 난해한 현대곡이나 비르투오소적인 낭만주의 작품들을 거뜬히 연주해내던 사람이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앞에서 맥을 못추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고전시대 작품들은 낭만주의 시대 작품과 달리 이른바, '연주효과'라는 것의 덕을 볼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해야할까? 튜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그 또한 그대로 드러나버린다. 이래서 모차르트와 하이든이 필수 지정곡인가보다. 


아무튼 이번 콩쿨 덕분에 하이든의 협주곡, 그 중에서도 2번을 더 많이 들었는데 들을면 들을수록 만만치 않은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번보다 더 연주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은데 좀 더 바로크적이고 간결한 1번에 비해 보다 원숙하고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기교적으로도 난해한 곡이구나 싶었다. 템포나 악상 자체가 전반적으로 1번보다 완만한 편이어서 다이내믹한 재미는 좀 덜한데, 이런 곡이 음악을 재미있게 만들기가 훨씬 까다로운 것이다. 





집에 있는 음반을 몇가지 찾아보았는데 그동안 거의 잘 듣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나마 이제는 애플뮤직이 있어서 엄청나게 많은 후보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막상 조금씩 골라 들어보니 딱 이거다 싶은 음반도 찾기 쉽지 않았다. 위에 말한 것과 같은 바로 그 이유. 기교적으로 어려우면서도 고전적인 균형감과 격조 기타 등등의 요소를 고루 갖춘 연주란 그저 상상의 산물인가 보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역시 잘하긴 하는데 요즘 내 취향으로는 좀 무겁다. 한참을 돌고 돌아 케라스로 정했다. 현대 스타일의 연주 중에는 아직까지 딱 이거다 싶은 것을 못찾았다. 맘에 드는 연주를 찾아 애플뮤직의 바다에서 헤매고 다니는 것도 좀 지나면 피곤한 일이다. 아무튼 현재로서 내 입맛에는 케라스가 딱이다. 이 사람의 활은 어쩜 이렇게 편안하고 경쾌하고 거침없이 잘 움직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