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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BBC 뮤직 매거진 -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by iMac 2017. 8. 20.


로마의 소나무 (Pini di Roma)


지난 번 에니그마 변주곡 포스팅때 7월호라고 잘못 올린 적이 있었는데 실은 5월호 기사였다(지금은 수정). 아무튼, 진짜 7월호 'Building a Library'코너의 선곡은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 전나무 숲을 보고 온 후라 그런지 나무에 대한 음악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신혼여행 때 로마에서 나무들을 보면서 이게 바로 레스피기가 음악으로 옮겨놓은 로마의 소나무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소나무와는 모양이 좀 다른 독특한 형태의 소나무가 가로수처럼  서있었다. 


로마!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 1879~1936)는 이탈리아 사람답게 오페라를 포함한 이런저런 작품들을 여럿 작곡했는데 뭐니뭐니해도 대표작은 로마의 소나무(Pini di Roma, 1924)를 꼽아야할 것이다. 덕분에 레스피기는 이탈리아 작곡가 중 오페라가 아닌 관현악 분야로 명성을 남기고 있다. 로마의 소나무를 포함한 로마 3부작이 유명하긴 해도, 내 생각에는 교향시라면 R.슈트라우스 만큼 즐겨 듣는 대상은 아니고 관현악이라면 더 나아가 말러가 있으니 솔직히 메이저급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로마의 소나무는 가끔 꺼내듣는 곡인데 특히 마지막 곡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는 로마제국 시대를 배경으로하는 영화음악처럼 들릴 정도로 스펙타클한 효과 만점이다. 전곡이 20분 조금 넘는 정도에 음악적으로도 어렵지 않아서 듣기에 큰 부담이 없는 곡이다. 오히려 그렇다보니 내 생각에는 어지간한 연주들이면 어느 정도는 다 들을만 하다고 느껴져서 굳이 열심히 연주를 비교해서 들어보지는 않은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어느 정도 네임밸류가 되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라면 다들 기본 이상으로 들을만 하다. 이럴 경우 선택이 갈리는 포인트는 녹음 상태일 것 같다. 


BBC 뮤직 매거진의 퍼스트 초이스는 안토니오 파파노/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워너, 2007)인데 음반을 가지고 있지 않고 애플뮤직에도 올라와 있지 않아서 들어보지 못했지만 역시 내 개인적인 취향과 경험상, 파파노의 연주는 그닥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물론, 마지막곡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는 근육질적으로 화끈하게 터뜨려줬을 것 같긴 하지만 그건 남들도 다 어느정도는 보여준다. 


그 다음 추천은 로린 마젤/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데카, 1976), 샤를 뒤트와/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데카, 1984), 에이지 오우에/미네소타 오케스트라(레퍼런스 레코딩스, 2001). 앞의 둘은 예전부터 많이 추천되던 낯익은 연주들이고 마지막 오우에는 딱 봐도 녹음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추천. 




마젤과 뒤트와의 공통점이라면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를 5분 안쪽의 빠른 템포로 주파하고 있다. 반면 오우에는 5분 후반대로 여유있게 끌고 간다. 앞서 적은대로 다들 들을만 한데 녹음이라면 역시 오우에가 단연 우수하다. 로마의 소나무 외에 함께 수록된 곡들이 로마 시리즈가 아니라 발레음악 '벨키스', '요정들의 춤'인점이 독특한데 모두 다 화려한 연주효과를 보여주는 곡들이라서 시원하게 듣기 좋다. 




항상 애매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 코너에는 추천음반 외에 맨 마지막 코너에 'Avoid..'라는, 일종의 '비추'음반 하나씩을 꼽고 있다는 것이다. 추천음반만 꼽으면 지면이 밋밋하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무튼 이번 'Avoid..'음반은 카라얀/베를린 필(DG, 1978)녹음이다. 물론 리뷰어의 관점이 나 또한 충분히 이해는 간다. 카라얀의 로마 시리즈 DG녹음은 어딘지 좀 딱딱하고 지나치게 컨트롤 된 느낌이 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점들이 카라얀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질색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나는 이 연주를 좋아한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나도 좀 딱딱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요즘은 오히려 아주 훌륭한 연주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누가 요즘 이토록 철두철미하게 다듬어진 연주를 들려줄 것이며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용솟음치는 음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내 생각에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는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면 곡 자체의 연주효과가 좋아서 스테레오 녹음이기만 하면 다들 들을만 하고 충분히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로마의 소나무 음반은 찾아보면 그 외에도 정말 많지만 이번에 소개된 4개 중에 꼽으라면 나는, 카라얀과 오우에를 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