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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concert

트리오 제이드 연주회 (2018.8.16. 금호아트홀 / feat. 선선해진 날씨)

by iMac 2018. 8. 19.

이번 여름에는 작년과 달리 통상적인 여름 휴가 개념의 일정을 잡지 않았다. 끔찍한 폭염 속에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점도 있고, 나름 하반기 다른 일정도 있기 때문인데, 아무튼 광복절 이후 이틀만 짧게 쉬면서 간만에 연주회 겸 나들이.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트리오 제이드의 베토벤 3중주 연주회를 가기로 했는데, 덕분에 연초 이후 간만에 금호아트홀에 갔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주차하고 이른 저녁을 먹으러 주변을 둘러보다가 제일제면소를 선택.


사실, 지금까지 이리저리 다니면서 곳곳에서 제일제면소를 보긴 했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볼 생각은 안했었다. 굳이 국수 사먹으러 들어가보고 싶진 않았는데 드디어 이번에 처음 가보게 되었다. 날도 덥고 금호아트홀에서 걸어서 2~3분 밖에 안하는 곳이라 저녁 메뉴로 당첨.


제일제면소 광화문점



가기 전부터 차돌박이가 들어간 메뉴를 눈여겨 보고 있던 터라 이것저것 보다가 차돌박이 숙주볶음, 비빔소면, 구운명란 주먹밥을 주문. 살짝 많으려나 싶긴 했지만 처음 가는데다 다양하게 맛보고 싶었다.




차돌박이 숙주볶음은 어딘지 중식 느낌의 맛인데, 차돌박이 특유의 기름진 맛에 약간의 칼칼함과 숙주의 아삭한 식감을 더해서 나름 먹을만 했다. 명란주먹밥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고 비빔 소면은 명태식해가 올라간 구성인데 이게 은근히 양이 많았다.


비빔소면의 양념은 조금만 더.. 라는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런 식의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최적의 적당한 비율로 간을 맞춘 느낌? 아무튼 제일제면소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면만 파는 곳이 아니고 회전초밥 카운터도 있고 제법 깔끔해서 맘에 들었다. 




투썸플레이스 광화문점




배불리 잘 먹고, 금호아트홀 쪽으로 몇 걸음 하다보면 중간에 투썸플레이스가 있다. 여름휴가도 따로 다녀오지 않아서 간만에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들렀다. 


오랜만에 들르니 그동안 못보던 메뉴가 보인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바닐라 크렘슈 하나를 주문했는데, 둘 다 모두 성공적이었다. 맛있는 커피와 달달한 슈. 시원한 2층 창가 자리에 앉아 후식을 즐기며 공연시간까지 시간을 보냈다.





금호아트홀





7시 반 조금 지나 카페 밖으로 나왔는데.. 순간, 공기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사실 이 포스팅은 바로 이 때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쓰는 것이다. 


오후까지 변함없이 더웠는데, 카페를 나온 순간 거짓말처럼 공기가 달라졌다. 바람도 강하게 불었는데 심지어 선선한 바람! 정말 극적인 변화라는 표현이 딱인 순간이었다. 그토록 힘들게 했던 이번 여름 더위도 이렇게 한풀 꺾이는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국내 연주자들의 연주회에 대한 감상은 지금까지 포스팅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취향이고 원칙인데,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이번 포스팅은 일종의 예외인 셈이다. 짤막한 여름 일상 후기의 일부분이어서일까? 






당일 연주회는 원래 예정되었던 피아니스트 이효주씨가 건강상 문제로 불참하고 피아니스트 박종해로 교체되고 프로그램도 조금 수정되었다. 전반부가 피아노 3중주 1, 2번, 후반부가 단악장 작품 WoO39, 피아노 3중주 제7번 '대공'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제일제면소가 처음이었던 것 처럼 이 작품들도 실연에서 듣기는 처음이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교체된 피아니스트도 원래 멤버였던 것 처럼 잘해주어서 다행이었고(상당히 실력있는 연주자) 듣는 내내 역시 베토벤이 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트리오 제이드 연주회박지윤(vn), 박종해(pf), 이정란(cl)



얼마 전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 필의 악장으로 임명된(최종 임용은 기다려봐야겠지만, 정말 잘 되기를 응원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씨의 연주도 좋았고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는데, 금호아트홀의 음향은 아쉬웠다. 


이곳에서 3중주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곳은 딱 2중주까지가 한계인가 싶었다. 3명만 되어도 음향이 너무 크고 직접적으로 전달되어서 적어도 나와 와이프가 느끼기에는, 청각적으로 상당히 피곤했다. 오디오라면 당장 볼륨을 3분의 1정도 줄이고 싶은 상황. 앉은 자리가 중간 이후였는데도 그랬는데, 아무튼 연주 외적으로 연주회장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다. 


이런저런 아쉬움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간만에 연주회 나들이를 나와서 식사와 후식도 성공하고 연주도 나름 잘 듣고(연주회장 때문에 귀는 피곤했지만), 결정적으로 극적으로 시원해진 날씨(!!!)를 경험하고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기록으로 꼭 남겨두고 싶었던 알차게 보낸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