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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libro

실러, 돈 카를로스 - 희곡과 오페라

by iMac 2009. 5. 3.



돈 카를로스

저자
프리드리히 폰 실러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8-12-2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괴테와 함께 독일 문학의 황금시대를 이룩한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비바 베르디님의 블로그에서 이 책의 출판소식을 듣고 구입. 이래저래 차일피일 미루면서 찔끔찔끔 읽다가 어제 겨우 다 읽었다. 아직 다음 편인 오를레앙의 처녀는 못 읽었지만... 실러의 원작까지 읽고 보니 베르디의 오페라를 위해 작업을 한 대본작가들의 각색 솜씨도 나름 노련한 수준이었음을 새삼 실감했다. 또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실을 감동적인 드라마로 뜯어고친 실러의 방대한 소양과 걸출한 필력도 인상적이다. 


참고로 실존인물인 돈 카를로스는 실러의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숭고한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엘리자베스와의 관계도 사실과는 좀 다른 듯 하고... 


줄거리는 상당히 복잡한데 오페라는 그 복잡한 줄거리에서 여러 장면들을 뽑아서 이리저리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서로 다른 장면을 한 장면에 붙여 놓기도 하는 등 모자이크처럼 재구성해 놓고 있다. 여기에다 원작에는 없는 장면도 적당히 버무려 놓고 있는데 극적으로는 오히려 원작보다 뛰어나게 생각되는 점도 있다. 5막 버전의 1막 퐁텐블로 장면이나 이단자에 대한 화형식 장면등이 대표적으로 원작에는 없지만 상당히 효과적이다. 나름대로 노련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하고, 복잡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건의 발생등에 이해가 안가는 점등은 모두 원작에서 이리저리 발췌해서 각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인 것이다. 


원작의 마지막은 다소 썰렁한 마무리여서 뭔가 그럴 듯한 대단원을 상상했던 기대에 빗나가버리는데 선왕 카를 5세의 유령이 등장해서 마무리하는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이 오히려 기발하고 그럴 듯해 보인다. 원작에서는 마지막으로 왕비와 만나기 위해 돈 카를로가 선왕의 유령 처럼 분장해서 경비병들을 통과하는 도구 정도로 사용되던 것을 오페라에서는 아예 극의 마무리에 사용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령의 등장은 좀 황당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원작의 심심한 종결을 읽고 나니 오히려 유령 쪽이 더 나은 것 같다. 


다 읽고 난 감상은 그동안 좀 썰렁하다고 생각했던 베르디의 오페라 대본이 좀 거칠긴 해도 상당히 요령있게 정리된 내용이며 음악이 더해져서 그 감동은 실러의 희곡을 능가한다는 점이다. 베르디의 오페라와 그 자체로 대적할만한 작품들은 오로지 셰익스피어의 희곡 뿐인 것 같다. 나의 경우만 해도 베르디의 오페라 때문에 거꾸로 실러의 원작을 읽어볼 생각이 들지 않았던가? 마농 레스코의 경우는 책이 오페라보다 강렬한 인상이었다면 돈 카를로스의 경우는 오페라의 강렬함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아무튼, 이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 또는 희곡작품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충분히 권할만 하다. 오페라의 경우 플롯이 좀 어수선하고 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건의 이유가 잘 이해가 안가는 장면들이 있는데 원작을 읽음으로서 깨끗이 해소가 되었다. 


* 그렇긴 해도 간단히 설명하기에는 줄거리가 여전히 복잡하긴 하다. 오페라와 원작의 구성관계에 대해서 정리하자면 대충 생각해도 도표가 포함된 논문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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