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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libro

악령

by iMac 2009. 10. 14.
악령(상)(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9)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도스토예프스키 (범우사,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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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악령'을 다 읽었다. 임팩트는.. 솔직히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보다는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 작가가 안겨주는 충격에 대해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것일까? - 역시나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변함없이 엄청난 분량으로 압도적인 필력을 자랑하고 있는데 시종일관 작가의 손끝에 정신없이 휘둘리는 느낌도 여전하다.

'악령'의 개념 자체가 다분히 상징적이고 놀랍도록 의미심장하다. 특히 작가 사후 진행된 러시아의 정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샤토프의 운명이 실제 사건에 근거했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예지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키릴로프와 스타브로긴의 마지막은 참, 대담하기 그지없는데 과연 범인(凡人)이 가히 범접하기 힘든 경지라 하겠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상에서 스타브로긴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람을 얼핏 스쳐지나가다 본 적이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새롭게 상기된다. 스타브로긴은 과연 어떠한 존재인가? 그 사람은 어떤 관점에서 스타브로긴의 이름을 아이디로 선택했을까? 책을 읽고 나서도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스타브로긴이 도스토예프스키가 창조한 가장 불가해한 캐릭터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게 많은 사고를 치고도 통상적인 사회적 의미에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보면.. 단순히 악마적인 인간이라고 하기엔 아쉽고 단순하다.

아무튼, 1주일 가까이 특히 주말에 집중해서 열심히 읽었다. 변함없이 흥미진진. 어쩌면 그리도 세상 모든 사람들의 성향을 세세히 꿰뚫고 적나라하게 묘사해내시는지. 이름이 어려운 점도 여전한데 우스운 것은 소설 속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성을 외우지 못해서 그냥 '그 교수님...'이라고 둘러대는 장면이 나오는데 러시아인 이름이 어려운 것은 러시아인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 외... 늘 그렇듯 간질 환자와 살인 사건이 빠지지 않는다. 특히 이 작품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죽어 넘어진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죄와 벌, 백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압도적 다수이다. 너무 많이 죽인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 요즘 하우스 시즌6을 보기 시작했는데 2편의 대사중에 절벽에서 뛰어내린 돼지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책을 읽으니 여러모로 이해가 잘 되는듯.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성서 이야기는 서양 문화의 중요한 축임에 분명하다. 신앙의 유무를 떠나서 알아둘 필요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