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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libro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by iMac 2010. 9. 5.


이번 여름 읽은 책 중의 하나. 사실 사 놓기는 아주 오래 전에... 기억도 나지 않는데 아무튼 로마인 이야기들은 시시 때때로 들춰보곤 했는데 마키아벨리는 영 진도가 잘 나가질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러모로 멋졌던 로마시대와 비교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궁색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재미가 없게 느껴진 탓인듯.

그래도 이번 여름에는 비교적 술술 잘 읽혀져서 드디어 다 읽었다.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단어 때문에 대단히 사악하게 느껴지는데 막상 읽고 보면 난세를 살아간 냉철한 현실주의자의 진솔한 면모라 하겠다. 마키아벨리의 인생 자체가 메디치가문과 피렌체 공화국의 흥망성쇠와 인생을 함께 한 것이므로 그 무렵의 흐름도 함께 파악이 가능하다. 

470여 페이지 걸친 긴 내용이지만 역시 서두에 작가가 소개하는 마키아벨리의 편지 속 한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다. 번뇌에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독서삼매에 빠져드는 모습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정권이 바뀌면서 40대의 나이에 공직에서 해고당한 마키아벨리가 자신의 일상을 1513년에 친구에게 써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책 표지에 요약이 되어 있다. 이탈리아 문학사상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편지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는.



 ...밤이 되면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선술집에서 나와 예절을 갖춘 복장으로 몸을 정제한 다음 서재로 들어가네. 

그곳에서 나는 옛사람들의 친절한 영접을 받고

나만을 위한, 나의 삶을 점지받은 음식물을 먹는다네. 

부끄럼없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이유를 묻곤 하지.

그들도 인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대답해 준다네.

나는 그 동안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네.

모든 고뇌를 잊고, 가난도 두렵지 않게 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끼지 않게 되지.

나는 그들의 세계에 전신전령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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