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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브루크너 : 교향곡 제8번 - 텐슈테트 / 베를린 필 (Testament)

by iMac 2010. 9. 25.

1981년 11월 21일 베를린 필 실황



브루크너의 교향곡에 대해서 열심히 포스팅하려던 것이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늘 머리속에 생각은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간만에 자극을 되찾았다. 테스타먼트사에서 드디어 텐슈테트와 베를린 필의 실황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교보에 가서 신보 코너에 줄줄이 꽂혀 있는 중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거 하나 골라가지고 나왔다. 최근에 지른것이 너무 많아서 최대한 자제하는 중이라..

클라우스 텐슈테트(1926~1998)는 옛 동독 출신 지휘자로서 실제 영상을 보면 참 지휘자 답게 생기지 않은 좀 뭐랄까 어수룩한 시골 학교 선생님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지휘 포즈도 더듬적 거리는 듯 영 어색하고 그닥 카리스마도 없어 보이고 마냥 성실해 보이는... 그런데, 오케스트라는 정말 그의 지휘봉 아래에서 신들린듯이 연주를 한다. 불을 뿜는다는 표현은 정말 이럴 때 쓰라고 만든 표현인 것 같다. 이글이글... 폭발하는 활화산같은 오케스트라.

개인적으로 종교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음악은 좋아하니까 음악의 초월적인 힘에 대해서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어느 다큐에서 누군가도 말했듯 오케스트라 지휘란 이 세상에 텔레파시가 존재한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무나 그게 가능한 건 아니고 그 방식도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독재자처럼 휘둘러대는 권위적인 방법도 있고, 텐슈테트처럼 소박하고 열정적으로 단원들과 작품에 대해 교감을 나누며 자발적인 연주를 이끌어내는 스타일도 있고.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서 이젠 예전같은 독재자풍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지휘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100명이 넘는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마치 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것을 듣는 것은 정말 짜릿한 경험인데, 이날의 연주도 정말 그런 짜릿함을 전해준다. 다들 무언가에 홀린 듯 한 덩어리가 되어서 소리를 뽑아내고 있는데 3악장 아다지오에서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쥐어짜는 절절함과 신비함이 공존한다. 장대하게 치솟아 오르고 신비한 여음으로 사라지는 울림.. 이야말로 브루크너가 늘 머릿 속에서 그리던 대성당의 오르간 소리일 것이다. 이 곡을 들을 때면 늘 작곡가의 심리가 참으로 궁금해진다. 정녕 브루크너를 카톨릭 신비주의자라고 해야 할까? 이 곡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었을까? 신의 은총, 간곡한 기도, 명상의 순간, 종교적 법열로 성대하게 불타오르는 감정... 아니면, 있는 그대로 그가 생전에 그토록 좋아하던 성 플로리안 대성당의 오르간 소리? 

4악장 초입에 대해서 브루크너 자신이 '코사크 기병들의 행진'이라고 절대음악 작곡가 치고는 다소 유치한 설명을 덧붙인바 있는데, 이 연주야말로 그러한 무자비하고도 야성적인 돌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템포도 좀 빠르게 설정했고 팀파니의 연타도 정말 무지막지하게 두들겨대고.. 유연하고 역동적인 흐름을 강조한 해석으로 템포도 빠른 편이어서 전곡이 76분으로 한 장에 수록된다. 그러면서도 전혀 조급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2차대전 이후 브루크너 해석은 점점 템포를 느리게 해서 장중함을 강조하는 쪽이 정석으로 굳어져 가는 듯 한데 그게 정답인지는 개인적으로 여전히 의문이다. (고전파시대 작품 해석의 템포가 점점 빨라지는 것과는 반대인 점이 흥미롭다) 아무튼, 한 장짜리 8번 음반 중에서 또 하나의 추천반으로 기록을 올린다. 언제나 그러했듯, 늘 당대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베를린 필의 출중한 합주력이 그야말로 120% 발휘된 듯 한 연주. 81년의 실황녹음치고는 믿기지 않게 양호한 음질도 대박.

생전의 카라얀이 왜 텐슈테트를 총애하고 80년대에 자주 객원지휘자로 불러들였는지 새삼 확인하게 해준 음반. 결론은.. 나머지 음반들도 모두 장만해야겠다는... --;

* 1부 프로그램인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솔직히 요즘 기준으로 듣자면 스타일이 좀 무겁다. 이거 빼고 브루크너만 한 장으로 발매했으면 가격도 더 싸졌을 것 같은데.. 음반사입장에서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고.
* 음반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사용한 악보는 노바크 편집 1890년판.


1악장 : 15.04
2악장 : 13.38
3악장 : 26.00
4악장 : 22.08
Total : 76.53

[수입] 바흐 & 브루크너 : 바이올린 협주곡 BWV1042 & 교향곡 8번 [2CD] - 10점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외 작곡, 텐슈테트 (Klaus Tenns/Testa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