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르네 야콥스의 모차르트 오페라 녹음이 마술피리에 도착했다. 오페라 전곡 스튜디오 녹음이 돈 많이 들어가는 일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음반업계 상황에서 이렇게 꾸준히, 그것도 항상 상쾌한 즐거움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녹음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르모니아 문디의 고급스러운 패키징도 여전해서 늘 그렇듯 상자만 들여다 보아도 소장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마술피리는 음악의 사이사이 드라마 진행을 대사로 이어가는 독일식 음악극인 Singspiel로서 대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녹음의 관건으로 대사를 깡그리 날려버린 클렘페러가 있었다면 이번 야콥스의 음반은 그 대척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시시콜콜한 대사들을 모조리 녹음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3장 짜리 전곡반이 되었다. 통상 마술피리는 2장 정도였던 걸 생각하면 대사의 분량을 짐작할 만 한데, 대사부분을 상당히 재미있게 연출하고 갖가지 즉흥연주 분위기의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첨가하고 있다.
순수주의자의 관점에서라면 불만이겠지만 모차르트의 이탈리아어 오페라가 일정부분 궁정의 상류 계급을 위한 것이었다면 독일어 징슈필들은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일반 평민들도 즐길 수 있는 오늘날의 뮤지컬에 가까운 성격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접근법이야말로 원전악기 연주의 스타일과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 독일어 대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부분은 솔직히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지루함을 덜어내려는 듯 재미있는 배경음악과 효과음 등 연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 역력하다. 상당한 상상력이 발휘된 대사부분에 비해서 음악부분은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야콥스의 모차르트 오페라 음반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단정한 스타일이다. 과감한 강약의 대비도 다른 오페라 비하면 크게 자극적이지 않아서 의외인데 그만큼 마술피리의 음악 스타일은 이탈리아어 오페라에 비해 즉흥성의 여지가 덜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달랑 한 번 들어본 상황이라 더 자세히 쓰기는 뭣하지만, 3장짜리라는 점 외에는 큰 불만은 없다. 여전히 야콥스는 주도면밀하게 가수들을 캐스팅했고 대부분 생소한 이름들이지만 다들 만족스럽다. 야콥스의 오페라 녹음에서 여러 차례 주요 배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임선혜가 스케줄의 문제등으로 파미나역을 맡지 못한 점이 아쉬운데 대신 단역인 파파게나역을 맡아 코믹한 연기를 들려주고 있다. 임선혜씨의 목소리 성격상 파미나역이 딱이라서 정말 아쉬운 대목.
이제 어느 정도 중요한 모차르트 오페라는 모두 녹음한 셈인데, 자세한 스케줄은 모르긴 해도 다음은 아무래도 '후궁으로부터의 유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마술피리와 같은 독일어 징슈필이고 자주 상연되는 모차르트 오페라 중에서는 야콥스가 아직 녹음하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하나씩 다 모은 야콥스의 모차르트 오페라 전곡음반들. 아르모니아 문디의 고급스러운 박스 구성도 흡족하다.
좌로부터 이도메네오, 피가로의 결혼, 돈 죠반니, 코지 판 투테, 티토황제의 자비, 마술피리.
표지 그림도 다들 멋지다.
야콥스의 첫번째 모차르트 오페라 녹음인 코지 판 투테. 지금 생각해도 최고의 성공작이다. 상쾌하기 그지없는 울림~ 눈부시게 빛나며 질주하는 앙상블~! 과거의 모든 음반들을 모조리 둔중한 연주로 만들어버렸다. 이 때의 성공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리라.
* 후궁~까지 녹음하고 나면 야콥스 선생은 이제 뭘 할까? 그 사이에 약간은 부업처럼 모차르트의 교향곡 음반 두 장을 내놓았는데.. 과연 야콥스의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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