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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concert

베를린 필 내한공연 (2013.11.11)

by iMac 2013. 11. 24.

슈만 : 교향곡 제1번

인터미션

프로코피에프 :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스트라빈스키 : 봄의 제전


사이먼 래틀 / 베를린 필

다이신 카시모토







예매하고 참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처음으로 눈앞에서 보고 듣게 된 베를린 필의 연주회. 기다림의 설레임이 너무 커서였을까? 다 지나고 나니 공허함이 몰려와 허전함이 가득하다.


간단한 소감은.. 일단, 예술의 전당 3층에 내가 앉았던 자리의 음향이 정말 *실망스러웠다. 그냥 집에서 디지털콘서트홀 중계로 듣는게 더 좋은 소리였다. 


베를린 필은.. 예상에 빗나가지 않은, 예의 그 깔끔하고 서늘한 울림. 국내 교향악단 연주회에서 늘 가슴 졸이며 들어야 했던 호른 연주가 이토록 말끔하고 시원스럽게 들리니 오히려 적응이 안될 정도. 너무 잘해서 좀 비인간적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슈만은 래틀의 해석도 두리뭉실한데다 음향마저 좋지 않아 그냥 그랬고.. 프로코피에프는 정말 잘 했지만, 카시모토의 바이올린은 거기에서 조금만 더 나와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봄의 제전에서 무대가 꽉 들어차고 나니 그나마 음향이 좀 나아졌다. 슈만에서는 저역의 울림이 너무 심해서 시종일관 귀를 괴롭혔는데, 대편성으로 무대가 꽉 차고 나니 좀 건조해졌지만 울림은 사라져서 덜 괴로웠다. 연주는 뭐.. 무지막지한 테크닉의 향연의 정점.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이라는 것은 분명한데.. 연주회 후의 감흥이라는 점에서는 앞서 적은대로 음악적 감동보다는 허전함이 더 크게 남았다. '음악' 보다는 '베를린 필'이 나를 더 크게 압도하고 있었다. 이것은 프로그램의 성격상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올 해의 연주회 중에서는 서울시향이 연주한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이 여전히 진한 감동으로 기억에 남는다. 


* 언젠가는 베를린 필하모니홀에 직접 가서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