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ssical Music/concert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 밤베르크 교향악단 (2016.10.26)

by iMac 2016. 12. 7.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

인터미션

교향곡 제5번


앙코르

에그몬트 서곡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지휘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원래 이 연주회는 딱히 가고픈 생각은 없었는데, 클래시카 케이블 채널에서 블롬슈테트옹의 지휘를 본 와이프가 급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가게 되었다.


프로그램은 26일이 베토벤 교향곡, 27일이 슈베르트 미완성과 브루크너 7번 교향곡인데, 사정만 된다면 둘 다 보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베토벤이라고 26일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초특급 오케스트라는 아니어서 그런지 연주회 몇일 전 까지도 그럭저럭 남은 자리는 있어서 3층에서도 맨 앞열에 자리를 잡았다. 도착해서 보니 일단 맨 앞열이어서 시야는 만족스러웠는데 과연 소리는 어떨지 의문.


블롬슈테트는 개인적으로 90년대 초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함께 데카에서 정력적으로 쏟아낸 음반들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닐센과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은 여전히 베스트 음반으로 지금까지 종종 꺼내 듣고 있다. 그 외 힌데미트도 좋았고.. 예전 드레스덴을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과 브루크너 교향곡들도 좋게 들었다.


1927년생이니 이제 곧 90을 바라보는 현존하는 몇 안되는 노장 지휘자 중의  한 사람인지라 눈 앞에서 그 모습을 보는 것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밤베르크 심포니는 유명하지는 않아도 예전부터 나름 알찬 실력을 갖춘 악단으로 알고 있었다. 최근에는 조나단 노트가 지휘를 맡으면서 내놓은 말러 교향곡 음반이 우리 나라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걸로 기억한다.


문제는 내가 한동안 말러에 흥미를 잃으면서 손이 잘 가질 않은 통에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 솔직히 일부 들어보기는 했는데 울림이 좀 딱딱하고 매력적인 개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더 이상 구미가 당기지 않았었다. 물론, 이건 제대로 들어보지는 않았으니 나중에 또 어찌 될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튼, 블롬슈테트옹은 베를린 필 디지털콘서트홀에서도 종종 보아온 모습대로 큰 키에 겅중겅중 하는 특유의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무대로 등장했다. 요즘은 지휘봉 없이 커다란 양손으로 지휘를 하는데, 그 나이에 그토록 정정한 모습으로 활동한다는 자체가 놀라움이다.




전원교향곡부터 연주는 시작되고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절한 템포로 시작하는데 유려한 흐름에서 지휘자의 관록이 느껴졌다. 문제는 시작하자마자 속빈 강정같은 허전함을 보여준 목관 앙상블. 초반부터 귀를 의심케 하는 허전한 울림. 이게 과연 독일 현지 악단이 맞나 싶은데, 이걸 듣고 나니 서울시향 목관파트가 얼마나 훌륭한 수준에 올라왔는지 실감했다. 3악장에서 결정적인 마무리 순간 트럼펫은 미묘하게 음정이 안맞고.. 


롬슈테트의 지휘는 이 까다로운 곡을 편안한 흐름으로 잘 이끌어는 갔는데, 다이내믹의 진폭이 그리 크지 않아서 음향이 대부분 중간 음역대에 머물러 있다보니 금방 지루해졌다. 또박또박 짚어가는 방식은 3악장의 신명나는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고.. 그나마 4악장 폭풍우 악장에 등장한 드라마틱한 팀파니 덕에 잠이 달아났다. 확실히 팀파니는 우리나라 연주회에서 쉽게 듣기 힘든 카랑카랑한 타격감이 일품이었다. 


그럭저럭 전원이 끝나고 인터미션 후 5번. 작품의 성격이 바뀌어서 그런지 연주의 만족감은 확실히 나아지긴 했는데, 아무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허전한 목관앙상블은 여전했다. 요즘 들어 여러 연주회를 다니면서 느낀 것이, 오케스트라 연주에 있어 목관앙상블이 탄탄하게 갖춰지지 않으면 전체적인 소리의 조형에 있어 심각한 불균형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역시나 예당의 음향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여지없이 황당했다. 과연 어느 자리에 앉아야 만족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바이올린이 지휘자 좌우로 앉은 배치였는데 제2바이올린은 저멀리에서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희한한 음향이었다. 여기에 전체적인 먹먹함 추가. 울림의 특성 탓인지 저현쪽은 단단하게 잘 자리잡은 들을만한 음향이었다. 첼로와 베이스파트가 특히 연주를 잘 해준 덕도 있는 듯.


어쨌거나 연주는 모두 그런대로 잘 끝나고 청중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하긴, 90노장의 연주에 이 정도 예우는 당연하다 싶다. 열광적인 박수갈채 끝에 다시 등장하시더니 에그몬트 서곡을 시작한다. 서곡 초반 현의 합주가 울리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지금까지 듣던 그 오케스트라가 맞나 싶게 음향이 달라진 것이다. 오케스트라 뿐만 아니라 예당의 음향마저 달라진 듯 훨씬 선명하게 꽉 들어찬 소리였다. 이것 참.. 뭐에 홀린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아무튼 이것으로 연주회는 멋지게 마무리되었다. 


결론적으로 전원, 5번, 에그몬트 서곡의 순서로 연주회의 끝으로 갈 수록 점점 소리가 나아진 연주회였다. 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연주회 반응을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비슷하게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관악 파트가 그렇게 엉성했던 이유에 관해서는 수석급 단원들은 이미 훨씬 장기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일본으로 먼저 가 있었서 연주에 빠져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뭐, 충분히 사정이 이해는 간다만 여전히 씁쓸한 현실이다. 


객관적으로 아주 훌륭한 연주회였다고는 말 못하지만, 그래도 90 노장의 지휘를 눈앞에서 보고 실연으로 베토벤의 두 교향곡을 들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잘 즐기고 돌아온 연주회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런 것들이 음반과는 다른 라이브 연주회만의 매력이니까.



* 이제 그 다음주에는 또 다른 악단의 연주로 전원교향곡을 들어볼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