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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apple music - 두다멜/빈필, 전람회의 그림 (DG)

by iMac 2016. 12. 4.

무소르그스키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 (라벨 편곡)

민둥산의 하룻밤 (림스키 코르사코프 편곡)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 중 왈츠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빈 필하모니 (DG)








애플 뮤직을 사용하는 다른 사용자들처럼, 애플 뮤직의 등장은  또한 앞에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가 펼쳐진 기분이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애플 뮤직 사용 이후, 음반 구입이 멈추었다는 사실이다


집안에 음반을 쌓아둘 공간은 한정되어 있어서 잘 듣지 않는 음반 중 판매 가능한 것들은 조금씩 처분하면서도 새로운 음반은 꾸준히 조금씩 사들이다 보니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한 순간에 반전이 되었다. 


블루레이 타이틀 외에는 CD 구입에 흥미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으니, 지난 수십년간 유지해온 취미생활에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온 자체가 나에게는 쇼킹한 상황이다.


아무튼, 애플뮤직에 내가 원하는 모든 음반이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 제법 들을만 한 최신 음반은 출시되는 그 즉시 전곡을 들어보고 다운도 받을 수 있으니 정말 환상적이다.


이번에 눈에 띈 음반은 두다멜/빈 필의 전람회의 그림 음반. 음반을 사지 않으니 내지를 볼 수 없다는 점은 상대적인 아쉬움이고, 관련 내용을 알고 싶으면 직접 검색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물론 그냥 음악만 잘 들으면 되긴 하지만..


표지에 나온 아이들의 사진으로 미루어 두다멜과 관련있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가 떠올랐는데, 찾아보니 오스트리아 빈에도 엘 시스테마에 영향을 받아 ‘Superar’라는 유사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한다. 표지 사진은 그 프로젝트 활동 사진을 담은 것들로 지난 8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당시 음반 발표회를 겸해서 동시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두다멜은 2017년 1월 빈 필 신년음악회 지휘도 맡는다. 어찌 됐든 정말 대단한 건 사실.


아무튼, 음반의 내용은 빈필과 두다멜의 이름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모든 요소가 여전히, 변함없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무직 페라인에서 녹음된 빈 필의 음향은 밝고 화려하며 때로는 그들 특유의 울림 탓에 (이를테면 팀파니) 때때로 훨씬 원초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동시에 늘 그랬듯, 두다멜이 보여주는 특유의 활력에 넘치는 모습 그대로이다. 





전람회의 그림은 자칫 식상하기 쉬운 프로그램이지만, 앞서 언급한 빈필과 두다멜의 장점은 그 자체로 작품의 구석구석 한 음 한 음 생생하게 음미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절제된 듯 하면서 동시에 특유의 화려함을 머금은 프롬나드의 트럼펫 부터 인상적이고, ‘고성’에서 고즈넉한 풍경을 그려내는 색소폰의 은은한 음색도 매력적이다. 개별 악기의 여유로운 울림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편안하고 생생하게 포착되어 듣고 있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전람회의 그림 이후 필업 곡은 ‘민둥산의 하룻밤’인데, 여전히 다이나믹한 박력 만점의 연주이지만 무소르그스키 원곡버전이 아닌 림스키-코르사코프 편집판을 사용하고 있는 점은 살짝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곡만큼은 아바도/베를린 필(DG)이 연주한 무소르그스키 원곡 버전을 듣고 나면 다른 버전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저런 연주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인데, 두다멜은 분명 재능있고 매력적인 지휘자임에 분명하지만 그 스타일은 뭔가 살짝 올드패션의 냄새가 난다. 내 입장에서는 구시대의 유물(!) 이라고 생각되는 림스키-코르사코프 편집판을 사용한 것도 그렇고 예전에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영웅교향곡의 악기 편성도 그렇고.. 


현대 클래식 음악의 최신 경향이 진행 중인 유럽이 아닌 변방인 남미에서 성장해서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문화의 발상지보다 그 문화를 받아들인 변방지역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보수적인 모습은 유교문화 발상지인 중국과 우리나라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을 지휘해서 최신 원전 연주의 경향을 적절히 잘 반영한 짜릿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볼리비아 출신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즈코-에스트라다[각주:1]와 비교하면 같은 남미 출신이면서도 더더욱 그런 차이점이 느껴진다. 아닌게 아니라 오로즈코-에스트라다는 빈에서 공부하고 지휘자로서의 경력을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멋진 관현악 레퍼터리를 즐기기에 차고 넘칠 정도로 매력적인 녹음임에는 틀림없는데, 총 수록시간이 50분이라는 점은 좀 아쉽다. 이걸 CD로 산다고 하면 분명 본전 생각이 나서 이걸 사야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고민이 들 것인데, 다행(?!)히도 나는 애플 뮤직으로 듣고 있으니 그런 고민과는 안녕이다. 결론적으로는 적극 추천! 


  1. Andrés Orozco-Estrada : 남미 출신다운 멋진 외모와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지휘자라고 생각하는데, 이름이 어려운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