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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urope

2016 비엔나 #12 (2016.5.22) - 쇤브룬 궁전

by iMac 2017. 2. 9.

쇤브룬 궁전 (Schloss Schönbrunn)


사실, 전날 저녁 일정을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을 좀 했다. 제대로 된 관광일정은 이제 하루 남았는데 빈 시내 중심부 관광은 생각만큼 제대로 하지는 못한 상태. 쇤브룬 궁전을 보고 나면 사실상 일정이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 심지어는 쇤브룬을 건너 뛰어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했는데 결국은 어찌 되었든 가기로 했다. 


비엔나 링을 순환하는 트램은 많이 타긴 했어도 결국 그 링 위에 있는 여러 명소들 중 못가본 곳이 아직도 너무 많이 남았다. 호프부르크 궁 내부, 시청, 국회의사당, 그리고 미술관. 그 외 시내 한복판 슈테판 성당. 한정된 일정 상 모두 다 가볼 수는 없고, 아무튼 지하철을 타고 쇤브룬으로 향했다.



 






글로리에테(Gloriette)


합스부르크 버전 베르사이유



쇤브룬 궁전은 궁전의 위치로 보나 모양새로 보나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버전이다. 베르사이유 궁전의 호화 장대한 위용이 당시 유럽 각국에 준 영향이 큰데, 꽤나 규모가 크긴 하지만 그래도 베르사이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덕분에 그 안에서 걸어서 구경하기에는 오히려 베르사이유 보다 낫다. 





비엔나에서 시내에서 남서쪽에 위치하는 것도 베르사이유와 파리의 관계와 비슷한데, 베르사이유보다 시내에서 훨씬 금방 갈 수 있다. 10시 무렵 쇤브룬 역에 내려 천천히 10분 남짓 걸어가면 궁전에 도착하는데 길은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관광객의 물결이 향하는 곳으로 따라 가면 된다. 역시 중요 관광지답게 관광객이 넘쳐난다. 날씨는 여전히 환상적이다. 유럽여행에 이렇게 날씨까지 좋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운이 좋았다.





궁전 입구부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데, 전날 미리 씨씨티켓을 끊어 둔 덕에 줄을 서지 않고 궁전 내부로 바로 입장했다. 궁전이나 박물관 관람에 관심이 없으면 그냥 패스해도 무방할 듯. 그래도 우리 취향에는 좋았다. 티켓의 종류에 따라서 궁 내부를 볼 수 있는 방의 수가 달라지는데 살짝 치사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다 보고 나면 전체를 다 보길 잘했다 싶었다. 오디오 가이드도 한국어로 잘 나와서 내부 구경도 재미있게 잘 할 수 있다. 그나저나 한국어 가이드까지 나오는 걸 보면 한국사람도 정말 많이 가긴 한 모양이다. 



씨씨티켓쇤브룬 궁전 생수기념품점 - 씨씨!



궁전 내부는 여러 가지 컨셉으로 꾸며져 있긴 하지만, 역시 가장 핵심은 오스트리아 제국 거의 마지막 황제였던 (그 후계자인 카를 황제가 마지막 황제)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엘리자베트 황후의 생활 공간이다. 오스트리아 여행시 보게 되는 기념품들 상당수가 이들 황제 부부와 관계된 걸 보면(나머지는 모차르트!) 아직도 오스트리아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 시절의 향수로 먹고 사는 것 같다. 하긴, 그 시절이 오스트리아 제국의 벨 에포크 시절이었으니까.

 




글로리에테(Gloriette)


쇤브룬 궁전의 또 다른 아이콘이라면 역시 뒤편 언덕 위에 서 있는 글로리에테. 프로이센과의 전쟁 승전 기념물이라고 하는데, 건물 자체의 입지도 멋지지만  그곳에 올라 저멀리 궁전을 내려다 보는 시야도 좋다. 꽤나 오르막을 올라가야하는데 올라 갈때는 좀 더워서 왼편 기슭을 따라 올라 갔는데 깊은 산 속 숲길을 걸어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잠시나마 등산하는 기분도 느껴 볼 수 있다.




여행 내내 평지만 걷다가 갑자기 경사를 오르니 좀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정상이 보인다. 역시 올라온 보람이 있다. 조형물 자체는 좀 덩그러니 언덕위에 솟아 있는 느낌이지만 예쁘게 잘 지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멋지고 한참을 올려다 보다가 뒤를 돌아 보면 아래로 펼쳐진 광경에 마음이 순간 여유로워진다.



잔디밭에 사람들이 앉아거나 누워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잠시 앉아 아무 생각없이 지내다 천천히 내려온다. 내려 올때는 중앙 경사로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내려왔다. 분수대를 지나 중앙 정원쪽으로 가다보니 공연 무대가 설치된 것이 보인다. 빈 필의 야외 공연인 쇤브룬 야외 연주회 무대인데 우리 여행일정 끝나고 바로 얼마 뒤로 예정된 것이었다. 




공연을 볼 기회를 아슬아슬하게 놓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궁전에 도착해서 계단을 올라 뒤를 돌아 보니 저멀리 다녀온 글로리에테의 모습이 멋지게 한눈에 들어온다. 참 멋지다. 일정 때문에 한 순간 고민하긴 했어도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 시간은 이제 그럭저럭 오후 3시를 향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