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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apple music -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 교향곡집

by iMac 2017. 10. 9.


멘델스존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멘델스존이란 어떤 존재일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양할테니, 적어도 나의 경우로 한정해서 생각하면 애매한 존재라고 해야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진심으로 열심히 찾아듣지는 않는 그런 존재. 이번에 애플뮤직에서 들은 신보들도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유명하고 뻔한 선곡들이지만 그래도 간만에 들어보는 신선하고 완성도 높은 연주들이어서 포스팅해본다.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

핑갈의 동굴 서곡 op.26 

교향곡 제5번 '종교개혁' op.107 

이자벨 파우스트, 바이올린

파블로 에라스-카사도, 지휘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Harmonina mundi)


멘델스존 최고의 걸작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도 아니고 멘델스존을 대상으로 하는 질문 자체가 앞서 말한것처럼 애매할 수 있는데 자문자답하자면 내 생각엔 역시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요즘은 은근히 이지 리스닝이라고 무시당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아무리 들어도 이 작품만큼 독보적이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은 없는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지라 음반도 부지기수. 어느 하나를 꼽는다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이고 요즘은 그저 맘편하게 손 가는대로 듣는 편이다. 개인저으로 옛스럽고 넉넉한 스타일이라면 셰링/하이팅크, 좀 더 긴장된 스타일이라면 정경화/뒤트와를 우선 떠올린다. 그 외에 이름 있는 연주자들이라면 어느 것을 들어도 다 그 나름대로 좋게 듣는 편. 


얼마 전 애플뮤직 신보로 올라온 파우스트의 연주는 기존에 내가 들었던 수 많은 연주들의 상식을 완전히 날려버린 음향으로 시작한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독주 바이올린의 음향이 너무 가냘퍼서 처음 한동안은 대단히 낯선데 조금만 지나면 이내 익숙해지면서 기존에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음향을 듣는 즐거움이 더 커진다. 


예상했던대로 투명하고 섬세한 음향이 매력적인데 파우스트의 독주보다도 오히려 더 매력적인 것이 오케스트라였다. 이들 콤비의 반주는 슈만 협주곡 시리즈 때부터 들어봤는데 이번 음반의 연주는 그 이전의 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치밀한 앙상블과 전에 듣지 못했던 가려진 부분들을 낱낱이 비춰주는 놀라운 밸런스. 이어지는 서곡과 교향곡의 짜릿한 연주가 정말 압도적이다. 


파블로 에라스-카사도는 이전에도 멘델스존 교향곡 녹음을 3, 4번은 프라이부르크, 2번 '찬가'는 좀 쌩뚱맞게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녹음했는데 이번 음반이 훨씬 완성도가 높게 들린다. 이 참에 오랫동안 잊고 있던 멘델스존 교향곡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최신보 중에서 내 나름의 결정반을 찾았다.





멘델스존 교향곡 1~5번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리아스 실내 합창단

야닉 네제-세갱, 지휘 (DG)


멘델스존 애호가라고까지 내세울 수준은 결코 아니지만, 멘델스존의 교향곡들은 꽤 좋아하는 편이고, 그래서 나름대로 멘델스존 교향곡의 결정반은 무엇일까 이것저것 찾아본 적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제일 먼저 추천되는 것이 아바도/런던 심포니(DG)일 텐데, 내가 듣기엔 이것도 딱히 시원스럽지 못했다. 아바도가 노년에 새로 멘델스존을 녹음해줬으면 완전히 달라진 결과를 보여줬을텐데 아쉽다.


전집으로는 자발리쉬, 아바도, 도흐나니. 그 외 제일 많이 연주되는 3~5번은 낱장으로 토스카니니, 칸텔리, 페터 막, 뮌쉬, 클렘페러, 카라얀, 번스타인, 콜린 데이비스, 시노폴리, 아바도(BPO), 가디너 등등. 




각자 개별적인 곡들에 있어서는 일장일단이 있기에 고른 완성도를 갖춘 전집이 늘 아쉬웠는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네제-세갱이 놀랍게도 그걸 해냈다. 2016년 멘델스존 페스티벌 실황녹음이라고 하는데,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특유의 음향에 기대하게 되는 바로 그 연주로 멋진 멘델스존 교향곡을 들을 수 있다. 


현재 필라델피아, 로테르담, 이제 조만간 메트로폴리턴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게 되는 네제-세갱은 개인적인 음악적 취향상 넬손스보다 더 맘에 드는 지휘자인데 이 음반에서 그러한 기대가 그저 막연한 것이 아님을 새삼 실감케 해줬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앞서 언급했던 지금까지 내가 들어봤던 그 수많은 음반들을 저만치 날려버린 압도적인 연주라는 점에서 가히 기념비적이다. 특히 그동안 잘 듣지 않던 2번을 이토록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해준 연주는 처음이었다. 독창자인 카리나 고뱅, 레굴라 뮐레만, 다니엘 벨레 또한 멋진 가창으로 그 자체로 귀가 즐겁다.  


이보다 더 무게감 있는 연주라면 당연히 다른 음반들을 택해야 겠지만 적절한 무게감과 신선한 활력, 시원스러운 투명한 앙상블을 갖춘 현대적인 취향의 표준적인 추천반을 기대한다면 바로 이것이다. 녹음 상태 또한 같은 콤비가 녹음한 슈만 교향곡 전집보다 더 여유롭고 편안하게 들린다. 모든 면에서 적극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