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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BBC 뮤직 매거진 - 위대한 오페라 20선

by iMac 2017. 9. 23.

2017년 10월호


간만에 살펴보는 BBC 뮤직 매거진. 그 동안 안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딱히 포스팅 하고 싶은, 아니 내가 포스팅 하기 딱 좋은 기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들은 이런 식의 기획기사를 좋아하는 듯 지난 번의 교향곡에 이어서 이번에는 2017년 10월호에 오페라 20선이 올라왔다. 표지 사진부터 대놓고 이번 달 특집은 오페라다! 라고 보여준다. (THE 20 GREATEST OPERAS of all time)


2017/03/01 - [Classical Music/music note] - BBC 뮤직 매거진 - 위대한 교향곡 20선


교향곡 선정은 지휘자들의 투표로 뽑았다면 이번 오페라는 성악가들의 선택을 집계한 것인데 모두 172명의 성악가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기사 뒤에 성악가들의 이름과 그들이 선택한 작품이 나오는데 한 사람당 3개 씩 선택하도록 한 듯. 정작 기사 자체보다도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 이름을 훑어보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 172명을 모두 다 옮겨 적을 수는 없겠지만 대충 슥 훑어봐도 눈에 익은 이름들이 수두룩하다. 


성을 기준으로 알파벳 순으로 이름이 나열되어 있는데 살짝만 적어보면.. 로베르토 알라냐, 토머스 알렌, 디아나 담라우, 나탈리 드세, 조이스 디도나토, 플라시도 도밍고(!), 제럴드 핀리, 르네 플레밍, 미렐라 프레니(!).. 엘리나 가란차.. 안젤라 게오르규, 토머스 햄슨, 임선혜, 조수미, 키리 테 카나와(!), 사이먼 킨리사이드(Da.님 생각이~).. 차마 다 옮기지는 못하겠지만 낯익은 이름이 꽤 많다. 


이름들을 보고 있으면 이 정도 되는 성악가들이 기꺼이 투표에 응해주는 것도 재밌고 음악잡지의 권위도 느껴져서 참 부럽기도 했다. 또한 이 사람들이 딱 세곡을 꼽는데 어떤 작품을 꼽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도밍고는 마농 레스코(푸치니), 오텔로(베르디), 발퀴레(바그너)를 꼽았다. 딱 세개만 꼽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닐테니 더더욱 흥미롭다.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추린 20개의 리스트를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면서도 의외인 면도 있고 그렇다. 편집자의 글에서도 이 기사에 대해서 일찌감치 독자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밑밥을 깔아두고 있으니 나름 재미 삼아 보면 좋을 것이다. 작품 옆에 년도가 나오는 것도 나름 한눈에 비교해 보기 좋았다. 베르디의 팔스타프를 보다가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보는 순간 오페라의 역사를 실감했다.


20. 바그너, 발퀴레 (1870)

19. 헨델, 줄리오 체사레 (1724)

18. 베르디, 팔스타프 (1893)

17. 몬테베르디, 오르페오 (1607)

16.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1868)

15. 베르디, 돈 카를로스 (1867)

14. 야나첵, 예누파 (1904)

13. 차이코프스키, 에프게니 오네긴 (1879)

12.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1853)

11.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1902)

10.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1865)

9. 베르디, 오텔로 (1887)

8. 모차르트, 돈 조반니 (1787)

7. 몬테베르디, 포페아의 대관 (1643)

6. 푸치니, 토스카 (1900)

5. 브리튼, 피터 그라임스 (1945)

4. 베르크, 보체크 (1925)

3. R.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1911)

2. 푸치니, 라 보엠 (1896)


여기까지 보면 나름 다들 명작인 건 알겠는데 무려 5위권 안에 피터 그라임스가 들어간 건 역시 영국 잡지여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카르멘이 20위권에서 안타깝게 밀려난 것도 아쉽다. 각각의 작품에 대해 짤막한 코멘트들을 읽다 보니 헨델의 줄리오 체사레가 바그너의 파르지팔보다 연주시간이 길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아무튼, 대망의 1위는..


1.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1786)


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인정할 만한 선택이다. 사실 이런 류의 조사에서 늘 1위에 꼽히던 작품인지라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명작 중의 명작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빈틈없이 짜여져 있다는 점에서는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필적할 만한 작품이 없어보인다. 특히 2막의 피날레로 향하는 길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마무리는 정말 걸작 중의 걸작. 


선정된 순위에 대한 동의 여부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런 기회에 음악 감상을 위한 새로운 자극이 되어 준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