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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말러, 교향곡 제8번 (샤이, 루체른 2016)

by iMac 2017. 8. 27.


루체른 페스티벌


베를린 필에서 물러난 아바도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빛내던 것도 어느덧 지난날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바도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제2번을 보며 느꼈던 감흥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되었다.


생전의 아바도가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지휘한 여러 연주회가 영상으로 나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을 이루는 것은 역시 말러의 교향곡들인데, 1번부터 9번까지 영상이 나와 있고 8번이 끝내 빈 자리로 남고 말았다. 이제 아바도의 뒤를 이어받은 샤이가 그 빈칸을 채우며 아바도를 추모하고 자신의 임기를 시작하는 한 획을 그었다. 


'천인 교향곡'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어쩐지 아바도는 이 작품을 썩 좋아하지는 않았던 듯 하고 베를린 필과의 8번 실황녹음도 그런 의미에서 구색 갖추기 정도로 느껴진다. 그에 비하면 샤이는 여러 차례 이 작품의 녹음을 남기고 있어서 아바도가 남기고 간 빈 칸을 채우기에 적임자라 하겠다.






샤이, 말러, 8번


샤이는 일찌기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데카에서 말러 교향곡 전집을 완성했다. 10번은 그 이전인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한 것이지만 어쨌든 전집 녹음을 완성한 바 있으며 전체적으로 아주 우수한 녹음과 샤이답게(!) 환상적인 밸런스를 자랑하는 연주로 나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블루레이 영상물로 말러 교향곡 연주에 도전했는데, 역시 아주 완성도 높은 연주로 평판이 높았지만 이 쪽은 이런저런 사정 때문인지 전곡으로 완성되지는 못했다. (1, 3번이 빠진 듯) 


샤이의 데카 전집은 낱장으로 발매되었을 때 하나씩 사모아서 전곡을 다 가지고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라하는 10번 외에는 그렇게 열심히 찾아들은 편은 아니다. ( 2017/07/09 - [Classical Music/music note] - BBC 뮤직 매거진 - 말러 교향곡 전곡 추천 )


데카 전집 콘서트헤보우와의 녹음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나 8번을 꼽을 수 있겠다. 발매 당시 상당히 센세이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을 넉넉한 공간에 잘 품어담은 연주이자 녹음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것때문에 무척 좋게 들었는데 조금 지나니 좀 더 다이내믹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더 크게 이어졌다. 전체를 조망하다보니 녹음이 조금 멀게 느껴지고 여유로운 공간 설계를 위해 템포를 느리게 잡은 점도 더더욱 그러하다. 물론 이러한 아쉬움은 작품자체의 거대한 규모에서 비롯한 태생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 2016년 8월의 루체른 페스티벌 공연실황 블루레이 영상으로 샤이의 8번을 만나게 되는데 결론적으로 일단 대단히 만족스럽다. 화질, 음질 모두 최신기술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의 거대한 규모를 담아내기에 훨씬 유리하다. 이전에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제작한 영상물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게반트하우스 특유의 다소 딱딱하고 어두운 실내 보다 화사한 루체른 쪽의 내부 구조부터 시각적으로 시원하게 다가온다.



게반트하우스 - 2011년


루체른 - 2016년



예전 콘서트헤보우 녹음과 비교하면 1악장 부터 훨씬 빠르고 다이내믹해진 움직임이 제일 먼저 귀에 들어온다. 덕분에 1부가 언제 끝났는지 모르게 지나가버린다. 스케일은 거대하지만 훨씬 짧고 응축적인 구조로 이해하기 쉬운 1부에 비해 2부는 전체적인 구조를 이하지 못하면 영 지루해지기 딱 쉬운데 이런 곡일 수록 영상물로 접근하는 것이 좋고 최상은 아니지만 한글자막도 포함되어 있어 그럭저럭 도움이 된다. 


가수진은 솔직히 아주 특출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끔찍하게 어려운 이 작품을 이정도로 연주해준 것이 일단 어디냐 싶다. 가수들 중에 사무엘 윤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띄고 개인적으로는 역시 페터 마테이가 제일 맘에 든다. 2부 초반 바리톤이 부르는 그 대목은 짧지만, 언제 들어도 싱숭생숭 가슴을 뒤흔들어 놓는다. 


샤이 특유의 섬세한 밸런스와 이전과는 달리 다이내믹해진 해석 덕에 전체적으로 확연히 듣기 편안해졌고 뛰어난 음질과 화질 덕에 말러의 8번 교향곡을 이해하기 위한 멋진 레퍼런스 영상물로 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