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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개관 기념 공연 실황

by iMac 2017. 10. 21.

엘프필하모니 (ELBPHILHARMONIE)


요즘 클래식 음악계에 가장 핫한 연주회장인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 상식을 초월하는 독특한 외관부터 압도적인데 올 해 초 개관부터 지금까지 들려오는 소식 또한 반응이 대단하다. 연주회장에 맞추어 기존 NDR 오케스트라 또한 이곳을 전용 연주홀로 이용하면서 이름도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로 바꾸고 있다. 연주회장도 연주회장이지만 개인적으로 오래 전 부터 NDR 오케스트라의 음색을 좋아했기에 여러 모로 궁금했는데 개관기념 공연 실황 영상 블루레이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연주회 (2017년 1월 11일 실황)


영상은 개관 기념 공연 실황과 건설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구성되어 있다. 오프닝부터 생생한 블루레이 영상에 힘입어 압도적인데, 요즘 다들 그렇듯이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으로 차갑게 빛나는 이 건물의 위용을 하늘에서부터 훑어 보여준다. 현장에 가서 보는 것 만 못하지만 지붕을 내려다보는 느낌은  현장에 가서도 볼 수 없을 테니 이런 점은 확실히 영상물의 강점이다.


연주회 영상 또한 일반적인 연주회 영상에 비해 연주회장 내부 구조를 다각도로 조망하는 데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연주자들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다각도로 비춰지지 못한 점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이 영상의 성격상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연주회 프로그램은 크게 1, 2부로 구성되어 있고 특히 1부에서는 이 연주회장의 음향 특성을 골고루 보여주기로 작정한 듯, 무대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높은 객석 중간중간에 배치된 독주, 독창, 합창이 교차하는 다채로운 구성이다. 




1부


벤저민 브리튼, '판' (오보에 독주곡)

앙리 뒤티외, '결정적인 미스테리'

에밀리오 데 카발리에리, '라 펠레그리나' (필립 자루스키)

베른트 알로이스 치머만, '포토토시스'(오케스트라를 위한 전주곡)

자콥 프레토리우스 '모테트'

롤프 리버만, 푸리오소

줄리오 카치니, '나의 아름다운 아마릴리' (필립 자루스키)

올리비에 메시앙, '투랑갈릴라 교향곡' 10악장 '피날레'


2부


리하르트 바그너, '파르지팔 1막 전주곡'

볼프강 림, '회상' (테너, 파볼 브리슬릭)

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4악장 (한나 엘리자베 뮐러(소프라노), 뷔크 렘쿨(메조 소프라노), 파볼 브리슬릭(테너), 브린 터펠(베이스)) 


전반부는 다채로운 구성, 후반부는 좀 더 밀도 있는 구성인데 연주 시간은 대략 50여분 정도로 1, 2부가 비슷하게 짜여져 있다. 경험상, 어느 곳이든 실제 가 본 것만은 못하지만, 함부르크에 과연 언제쯤 갈수 있을지 모르겠고 궁금은 한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대리만족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상이었다. 


 2015년 내한공연 때도 왔었던 (가 보지 못한 게 아쉽다) 지휘자 토마스 헹겔브로크(Thomas Hengelbrock, 1958~)가 지휘하는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내가 좋아하던 예전 그 스타일 그대로였다. 오케스트라는 개인도 아닌 단체인데 이렇게 개성적인 음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언제 들어도 늘 신기하다. 북독일 특유의 묵직함, 어두운 음색, 그러면서도 동시에 느껴지는 서늘하고 투명한 느낌?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아무튼 결론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남부 독일 지역 오케스트라들보다 음색이라는 점에서 훨씬 매력적이다.







연주회 모습 사이사이 공연장 밖 야경을 함께 보여주는데 음악의 흐름에 맞추어 건물 외벽에 비추는 빛으로 만들어낸 대규모 비디오 쇼 같은 모습이 압권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봤다면 정말 대단했을 듯. 대미는 역시나 베토벤의 합창으로 장대하게 마무리. 건물 자체가 워낙 아름다우니 그 자체로 눈이 즐거워진다. 






다큐멘터리 - '함부르크의 새로운 랜드마크'


이 영상물은 '한글자막' 포함이라고 광고하고 있는데, 잘 들여다보면 한글자막은 다큐멘터리에만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연주회 프로그램에 성악곡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한글자막이 없으니 좀 그렇다. 아무튼 50분 남짓 하는 분량의 다큐멘터리의 제목 그대로 한 도시에 이렇게 압도적인 인상을 심어주고 방문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랜드마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영상은 흐뭇하게 봤는데 이어지는 다큐멘터리를 보니 이 거대한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그 진행과정의 험난함에 현실세계로 돌아온 기분이다. 처음 예상했던 것 보다 비용, 건설기간 모두 엄청나게 초과해 버린 탓에 이렇게 무사히 완성되어 지금은 이토록 찬사를 받고 있으니 망정이지 공사 지연과 그로 인한 법정분쟁, 막대한 예산 투입 등 완성 이전의 상황은 관계자, 시민 모두에게 재앙 직전의 상황이었다. 


연주회장의 설계, 음향 테스트, 건물의 특징인 특수 유리창문의 제작 등등 보고 있으면 다큐멘터리 역시 무척 흥미로운데, 과연 백조의 우아한 움직임 속에는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 치열하게 발을 움직이고 있는 덕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여러 모로 알찬 내용을 담은 블루레이로 적극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