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뮬로바 & 제네바 카메라타 (2018.6.8, 예술의 전당)

연주회 프로그램 자체는 반신반의였지만, 그래도 뮬로바를 실연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예매한 연주회였다. 뮬로바가 BBC 필하모닉과 협연했던 내한공연 연주회를 본것이 어느새 3년 전의 일이다. 3년전의 시벨리우스 만큼은 아니지만 아무튼 뮬로바를 다시 본 연주회.






프로그램


이브스, 대답없는 질문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 (바이올린, 빅토리아 뮬로바)

앙코르

미샤-뮬로브 아바도, '브라질'


인터미션


조너선 케런, 조지 거슈윈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 (첼로, 마라 미리붕)

베토벤, 교향곡 제8번


앙코르

모차르트, 교향곡 제38번 '프라하' 중 3악장


데이비드 그릴자멜, 지휘

제네바 카메라타





첫 곡인 아이브스의 '대답없는 질문'은 실연으로는 처음 들었다. 시간도 길지 않고 제법 독특한 음향 구성이긴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음악은 아닌, 제법 매력적인 작품인데 이들 단체의 성격과 잘 맞는 듯 했다. 


빅토리아 뮬로바가 1959년생이니, 이제 어느덧 나이가 60이 다 되어간다. 과연 언제까지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차츰 걱정되는 나이이긴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톤이 빛을 잃지 않고 있음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앉은 자리(!?)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네바 카메라타와의 밸런스는 썩 훌륭한 편은 아니었다. 소편성 단체여서 아주 선명하게 잘 분리된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의외였다. 투티에서 뭉툭한 음향이 좀 듣기 불편했고 덕분에 바이올린 독주가 묻히는 경향이 있었다.


몇 가지 아쉬움에도 뮬로바의 연주 자체는 썩 훌륭했다. 물론, 예전 매리너와 협연으로 녹음한 필립스 음반에서 들려주던 젊은 소리는 아닌, 다소 드라이한 접근이어서 이 작품의 성격상 살짝 맞지 않는 느낌이긴 했으나 시종일관 안정된 톤으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노련함이 인상적이었다. 


협주곡이 끝나고 들려준 앙코르는 어딘지 바흐 무반주 모음곡에 재즈 풍이 더해진 것 같은 독특한 곡. 협주곡보다 앙코르에서 뮬로바의 바이올린이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중에 공지된 것을 보니 뮬로바와 아바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작품이라고. 현재 재즈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부모의 피를 물려받아 다재다능한 활동을 하고 있는 듯. 짧은 곡이었지만, 뮬로바의 건재함을 확인시켜준 대단히 흡족한 마무리. 





인터미션 후 이어진 첫 곡은 조너선 케런(1978~)이라는 현대 작곡가의 작품으로 흡사,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같은 작품이었다.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같은 구성이라는 점이 닮았는데, 오케스트라의 첼로 주자인 마라 미리붕의 시원시원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조지 거쉬인의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여러 멜로디들이 나와서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낭랑한 음색으로 또렷하고 풍성한 소리를 들려준 첼리스트의 연주가 매력적인 곡.


마지막 베토벤 8번은, 두말할 나위없이 무척 좋아하는 곡이었기에 나름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절반의 성공이라고나 할까? 소편성 단체여서 선명한 다이내믹을 기대했었는데 의외로 리듬을 뚜렷하게 잘 살려내질 못했다. 베토벤은 이래저래 어려운가 보다 싶었다. 


시대악기 트럼펫과 호른을 사용한 점도 좋았고 시원시원한 템포도 좋았지만 8번 특유의 복잡하게 구성된 리듬을 선명하게 살려내지 못하고 한데 뭉쳐진 음향. 듣는 내내 아쉽긴 했는데, 그래도 다 듣고 나서 드는 생각은 역시 베토벤이라는 것이었다. 


연주가 최상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연주를 통해 전해진 베토벤 특유의 감흥은 분명 대단했다. 어떻게 이런 곡을 쓸 수 있었을까. 정말 멋진 곡이라는 것은 새삼 실감했다. 


객석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 앙코르로 모차르트의 프라하 교향곡 3악장을 들려주었는데 연주 자체를 놓고 보면 이것이 베토벤보다는 나았다. 역시 베토벤이 더 연주하기 어렵구나 싶었다. 


최정상급 연주단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음악 자체는 만족스럽게 잘 듣고 나왔다. 최소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소리는 아니었으니 그 자체로 훌륭한 연주자들인 셈이다. 솔직히 국내에서 이 정도 수준의 편안한 소리를 들려줄 단체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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