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assical Music/music note

카라얀 심포니 에디션

by iMac 2008. 12. 24.

카라얀 - 심포니 에디션 38CD


말이 필요없는 하반기 최고의 대박 아이템. 38장 음반이 6만원대라니.. 좋기도 하지만 기분이 좀 이상하기도 하고.. 그렇다. 워낙 방대한 양이라 아무래도 정리가 필요할 듯 싶다.

내용물은 썰렁하기 그지없는데, 이런 류의 기획에 뭘 더 바라겠나싶다. 트랙설명만 되어 있는 내지. 종이 슬리브에 들어 있는 음반. 그나마 너무 꽉 차서 뚜껑이 잘 닫히지 않는 것은 다른 구매자들도 공통적인 사항인가 보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지만.. 결론은 어쨌든 강추다. 이 가격에 이정도 수준의 연주를 장만한다는 것은 저승의 카라얀에게 송구스러울 정도로 횡재이다. 

1. 베토벤 교향곡 전집(75~77년녹음) / 서곡집 - 6CD
기존의 구성과 달라진게 하나도 없단다. 말하자면 이 시리즈를 위해서 새롭게 리마스터링된 음반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 이건 좀 실망이 아닐 수 없지만... 그래도 막상 들어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기회가 되면 다시 글을 올리겠지만 카라얀의 70년대 베토벤 교향곡 전집은 엘로퀀스 시리즈로 리마스터링되어 나온 것이 있기는 한데 아주 미세한 차이가 느껴질 뿐이다. 획기적인 개선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아무튼 오랜만에 카라얀의 베토벤을 열심히 들어 보았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카라얀의 베토벤 전집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어 보인다.

2. 브람스 교향곡 전집 (77~78년 녹음) / 비극적 서곡,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74년, 66년) - 3CD
예전부터 카라얀의 70년대 브람스 전집 녹음은 그리 정이 가질 않았지만 오랜만에 들어보니 그럭저럭 들을만 한 듯. 그래도 이것은 OIBP로 리마스터링 되어 2CD로 발매되었던 것을 그대로 사용한 모양. 

3.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 (75~81년 녹음) - 9CD
사실 가장 기대가 컸던 것이 이것이었는데 역시나 리마스터링은 되지 않았다. 물론 훌륭한 연주들이긴 하지만.. DG에서는 더 이상 계획이 없는 것인지.. 
녹음기간이 긴 탓에 녹음 상태가 들쑥날쑥이다. 특히 디지털 초기에 녹음된 1~3번이 건조해서 오디오에 따라서는 정말 듣기 괴로울 수도 있다.  이중에서는 개인적으로 8번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추억의 연주인 4번도 빼놓을 수 없다. 브루크너를 처음으로 접했던 연주이며 정말정말 이해가 가질 않아서 무척 힘들었던 애증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연주이다. 

카라얀의 브루크너 시리즈 오리지널 자켓 - 나는 테이프로 들었다



4. 하이든 파리세트(80년 녹음) & 런던 세트(81~82년 녹음) - 7CD
두 종류 세트 중에서 파리세트의 6곡은 (82번~87번) 카라얀의 기념비적인 명연의 목록에 올려도 될 것이다. 놀랍도록 활기찬 연주들로서 이미 2CD로 리마스터되어 발매된바 있다. 그에 비해 런던세트는 갑자기 활력이 팍 사그러들은 기이한 연주들이다. 시종일관 너무 무거워서 실망스럽다. 예전에 이미 가지고 있다가 미련없이 처분했던 음반들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파리세트는 처분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기로 했다. 이 시리즈는 음반이 너무 많아서 찾기가 힘든 관계로 음반을 하나 찾자면 정말 귀찮아서 듣기 싫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별도 케이스를 사서 따로 담을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하이든 - 파리 세트 기존 발매 CD


5. 멘델스존 교향곡 전집 (71~72년 녹음) - 3CD
멘델스존이나 슈만의 교향곡전집은 카라얀의 경력에서 보자면 일종의 '구색맞추기' 녹음이었던 것 같다. 고전 작곡가 교향곡 세트를 맞추기 위해 녹음한 것으로 실제 연주회에서는 그리 자주 다루지 않았던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델스존 교향곡 전집은 정말 훌륭한 연주이다. 이번에 처음 듣게 된 1번과 2번, 그 중에서도 특히 2번은 처음 시작부터 듣는이를 단숨에 사로잡는 기막힌 연주. 리마스터링은 되지 않은 버전인데 오리지널스로 재발매된 3,4번 음반과 비교해 보아도 딱히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쯤되면 리마스터가 반드시 최선의 결과이냐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나빠진 음반도 있으니 말이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전집이라면 으레 아바도/런던 심포니의 것이 가장 많이 추천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동의하고 싶지 않다. 그 음반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1번 한곡 뿐이다. 

6. 모차르트 교향곡 29, 32, 33,35, 36, 38, 39, 40, 41번 (65년, 75~77년 녹음) - 3CD
모차르트 교향곡은 예전부터 잘 알려진 카라얀의 weak-point였다. 카라얀 본인은 결코 인정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여기 수록된 연주들도 모두 하나같이 극도의 세련됨을 자랑하는 나름대로 빛나는 연주들이지만 오늘날의 취향상 그리 애호되지 않는 연주들임에 틀림없다. 금관을 아예 포기하고 듣는다면 화사한 색채감으로 풍성하게 질주하는 현악의 향연에 만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격연주의 앙상한 울림에 좀 질렸다 싶으면 카라얀의 것으로 가끔 기분전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그래도 요즘엔 이러한 스타일로는 최고의 연주인 반트의 39~41번을 가장 즐겨 듣는다. 

7. 슈만 교향곡 전집 (71년, 87년 녹음) - 3CD
앞서 언급했듯, 슈만 교향곡 전집도 71년에 구색맞추기로 녹음한 것이 틀림없지만 연주는 역시 대단히 훌륭하다. 모두가 훌륭하지만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2번의 연주가 가장 압도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1,3,4번은 워낙 인기곡들이어서 비교의 대상이 충분하지만 그렇지 않은 2번의 경우 이만큼 훌륭한 연주도 찾기 쉽지 않다. 예전에 발매되었던 CD전집에는 빠져있던 서곡, 스케르초와 피날레가 수록되어 있다. 
4번은 푸르트벵글러의 영향을 받아서 카라얀이 생전에 자주 다루었던 곡인데 여기에는 베를린 필과의 전집 녹음에 빈 필과의 87년 실황녹음이 추가되어 있다. 나쁘지는 않은데 기왕이면 하는김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의 72년 잘츠부르크 실황이 더 낫지 않았나 싶다. 녹음년도를 생각하면 빈 필의 버전을 선택한 것도 이해는 간다. 

8.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전집 & 관현악곡 (66년, 75~76년, 79년 녹음) - 4CD
대망의 마지막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집이다. 카라얀의 장기중의 장기였던 작품들인만큼 전곡이 말이 필요없는 압도적인 연주인 최상의 선택이다. 1~3번의 경우에는 내가 듣기에 리마스터링 되어 나온 버전보다 그렇지 않은 쪽이 더 나은 것 같다. 이것은 이미 이 에디션 이전에 카라얀의 차이코프스키 전집이라는 음반을 통해 비교해서 들어본 결과이다. 리마스터하면서 소리를 선명하게 다듬긴 했는데 대신에 풍성함이 사라져서 영 밋밋하게 들리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실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