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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벨리니 : 몽유병 여인 - 바르톨리

by iMac 2008. 11. 30.

벨리니 : 몽유병 여인 / 바르톨리, 플로레스, 다르칸젤로



오페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단연 화제의 신보일 것이다. 그런데 음반이 나오기 전부터 위의 표지 사진을 보고 요즘 표현대로 모니터를 보다가 뿜었다..라는 사람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뽀샵도 이만저만이 아닌것이 참 대단하다. 

바르톨리 여사의 근황은 원래 이러하거늘.... 이것도 조금은 옆으로 비틀어 찍은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 듯 하다. 일전의 살리에리 앨범에서부터 그 전조가 시작되었으니까 말이다. 


이 앨범 역시 처음 받아본 순간 나도 모르게 풉... 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80년대말 90년대 초반만 해도 로시니 오페라의 히로인으로서 한껏 미모를 자랑하던 그녀였건만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나보다. 문제는 음반사에서 이렇게까지 과감한 뽀샵질을 해줄만큼 음반사에 대한 그녀의 영향력이 크게 느껴진다는 점. 음반 표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음악적으로도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아무튼 이번의 몽유병 여인은 이런저런 타이틀을 앞에 붙이고 있다. 바르톨리와 플로레스의 첫번째 녹음, 메조 소프라노에 의한 아미나역 최초 녹음, 정격연주에 의한 최초 녹음.. 바르톨리의 스타일을 생각할 때 과연 아미나를? 

들어보기 전부터 그 배역과의 상성이 의심스러운 케이스들은 종종 있어 왔다. 칼라스의 경우는 미미나 나비부인과 정말 안어울릴 것 같았지만 막상 들어보면 칼라스 특유의 개성과 함께 강한 설득력으로 재창조된 캐릭터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지만.. 이러한 시도로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음반 내지에는 이 연주의 정격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벨리니가 메조 소프라노를 위해 몽유병 여인을 작곡한 적은 없다고 했다. 정격 연주라면서 소프라노도 아닌 메조 소프라노가 아미나역을 부른다는 것부터가 모순인 셈이다. 

표지 사진은 뽀샵으로 얼굴크기를 절반정도로 줄였을지는 몰라도 목소리는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 가장 유명한 대목인 초반의 Care compagne... 부분은 정말.. 새색시의 설레임이 아니라 킹카 연하남과의 재혼에 성공한 중년 여인의 흥분같이 들리고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짜릿한 솟구침이 아니라 올라가지 않는 고음을 쥐어 짜느라 짜증스런 히스테리 상태처럼 마무리하고 있다. 템포 설정도 너무 작위적이고 이 대목을 듣고 있으면 진정한 지휘자는 바르톨리임을 실감하게 된다. 딕션의 오버액션은 개인적으로 심히 거부감이 드는데, 이점은 바로 위에 소개한 살리에리 앨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이 음반은 그야말로 바르톨리의, 바르톨리에 의한, 바르톨리를 위한 몽유병 여인인 셈이다. 

이쯤되면 나머지는 큰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살짝 훑어 보자면... 플로레스는 정말 잘 부른다. 사실 이 음반에서 최고는 플로레스다. 당분간 벨칸토 레퍼터리에서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지 싶다. 옛날 명반속의 명가수들과 비교해도 결코 모자람이 없다. 차라리 상대역이 네트렙코 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참고로 네트렙코의 데뷔음반에 실린 Care compagne..는 정말 멋졌다.  지못미 플로레스.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는 하는데, 바르톨리라면 다 좋다는 분이라면 이것도 좋다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취향이란 그만큼 다양한 것이니까. 오페라분야에서는 특히나 그런걸 실감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들의 귀여운 몽유병 환자 아미나를 중년 여인네로 바꿔버린 것은 개인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얼마전부터 바르톨리는 자신의 컨셉을 마리아 말리브란같은 19세기 벨칸토 히로인쪽으로 잡은 것 같은데, 프리마 돈나를 제어하기 힘들었던 그 시절의 악습까지 재현하려는 것 같다. 요즘 같은 세상에 토스카니니 처럼 가수들을 무자비하게 제어할 수 있는 지휘자도 없을 것이고 불황을 맞이한 음반사 입장에서 부동의 명성을 구축한 가수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을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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