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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브람스 : 교향곡 제4번 (푸르트벵글러 / 베를린 필)

by iMac 2007.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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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트벵글러 : 전쟁중 녹음 - 타라 (6CD)


브람스 : 교향곡 제4번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 베를린 필하모닉
1943. 12. 15 실황녹음

푸르트벵글러의 전기 덕에 최근에 오랫동안 듣지 않고 있던 전시 녹음들을 꺼내 듣게 되었다. 예전에는 녹음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주 손이 가지 않았는데 - 고역의 과포화가 문제 - 그 때 안좋게 생각하던 때와는 오디오가 천양지차로 달라진 상황. 과연, 제법 들을만한 소리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예전부터 푸선생의 브람스는 1번과 3번 외에는 썩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전부다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전시 녹음의 4번은 푸르트벵글러의 4번 녹음중에서는 연주는 물론 녹음상태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좀 너무 두툼하고 지나치게 드라마틱한게 아닌가 싶었다. 그 무렵의 마음속 베스트는 뵘/빈필(DG).

하지만 이제는 좀 지나치다 싶었던 부분들이 모두 더할나위없이 환상적으로 들리니 취향은 확실히 변하나 보다. 한없이 낭만적인 1악장의 도입부 선율... 엄청난 중압감을 실어 휘몰아치는 클라이막스의 처절한 음향.. 절묘한 완급의 조절.. 등등.. 뭐라 할말이 없다. 그냥 들어보시라는 말 밖에. 이 바람에 한동안 4번의 다른 음반들까지 줄기차게 듣게 되었다는. 이외에 좋게 들은 4번을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토스카니니(NBC), 발터(컬럼비아 심포니), 잔데를링(드레스덴), 첼리비다케(베를린 필 47년), 반트(NDR),  번스타인(빈필)  이정도로  정리가 되었다.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뵘/빈필(DG)의 음반이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는데, 사랑도 변하나보다. 예전에는 그토록 명쾌하고 고전적이며 완벽하게 느껴졌던 소노리티가 지금 들어보니 경쟁자들에 비해 흐름이 영 부자연스럽다. 특히나 1악장. 예전엔 가장 좋아했던 1악장이었는데... 오히려 발터가 훨씬 다부진 연주여서 깜짝 놀랐다.

흔히들 발터의 4번에 대해 한없는 노스텔지어의 대표작처럼 언급했었는데 내가 지금 듣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1악장 연주시간도 12분대로서 조금 빠른 편에 속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고 넘치지 않는 놀라운 절제와 표현력을 보여준다. 컬럼비아 심포니의 금관이 부실한 것이 안타깝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러한 아쉬움을 잊게 할 정도.

녹음상태라든가 관현악의 밸런스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표준적인 연주로 추천하자면 번스타인을 꼽고 싶고 - 금관의 밸런스가 환상적 - 정통 독일파 다운 진한 표정이라면 녹음까지 최고인 반트.

그래도... 푸선생의 말그대로 '마력'을 뛰어넘을 연주는 없는 것 같다. '마력'이라는 점에서 가장 근접한 것은 같은 베를린 필을 지휘한 첼리비다케의 47년 실황이긴 하지만 푸르트벵글러의 연주처럼 다 듣고 나서 왠지 또 듣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다. 푸르트벵글러 못지 않게 미쳐날뛰는 음향이 혀를 내두르게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닌것 같다. 푸르트벵글러의 신화가 계속되는 것은 당연하리라... 그 누가 그를 대신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