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간 한국식당
이곳을 한국식당이라고 적으면 뭔가 갸웃거리긴 하지만, 이번 여행중 식당에 가서 우리 말로 대화하고 주문한 것은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니 한국식당이라고 적어도 될 듯 하다. 우리 부부는 여행을 가면 식사는 일단 무조건 현지식을 해야 한다는 주의이다. 현지에도 한식당이 있고 나름 궁금한 것도 사실이지만 음식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현지에 가서는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 뜻깊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하고, 나름 크게 음식을 가리지 않고 배만 적당히 부르면 된다 싶어서이기도 하다.
젓가락으로 만든 KIM!
장소가 달라졌다?
이번 여행을 처음 준비하던 무렵 주로 검색했던 인터넷 방문기들 상당수는 나슈마르크트(naschmarkt)라는 빈의 전통시장가에 위치했던 식당에서의 후기들이 많았다. 아무 생각없이 그것만 보았을 때에는 위치가 딱 우리 숙소 바로 앞이어서 가기 편하겠다 싶었는데, 막상 출발 전 제대로 검색해보니 좀 더 외곽으로 이전한 상황.
트램에서 내려 길 건너편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길가에 금방 커다랗게 'KIM'이라고 씌여진 간판을 찾을 수 있다. 외국에 와서 한국사람 식당을 가는 것도 나름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 싶었다. 식당으로 가면서 토요일 점심에 예약도 안하고 가는 거라 자리가 있으려나, 혹은 김소희 셰프가 워낙 바쁜 분이라 가면 볼 수는 있으려나, 등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들어섰는데 일단, 마침 한창 분주히 일하고 계신 모습이 보였다. TV에서 보던 사람을 눈앞에서 보니 일단 신기.
안에 들어서니 식당은 작은 테이블 4개 정도인 작은 규모에 아늑한 분위기인데, 다행히도 우리는 조리대와 바로 붙어 있는 테이블로 안내 받았다. 덕분에 바로 코 앞에서 조리하는 모습도 보고 간간이 대화도 했는데, TV에서 보던 무서운 모습이 아니라 아주 살갑고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의외였다. 하긴, 우리는 심사의 대상이 아니라 손님이니까. 살짝 낯가림을 걱정했지만 우리가 한 두마디 하면 아주 유쾌하게 열 마디는 해주셔서 분위기는 편안했다.
손님은 먼저 다른 테이블에 와 있던 한국손님 일행 한 팀 외에 우리 부부. 그리고 얼마 후 찾아온 새로운 한국인 손님 한 분 정도였다. 새로 오신 중년 남자 분은 알고 보니 역시 요리사이신 듯. 김소희 셰프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인 듯 금새 대화가 이어졌다.
퓨전 한식 코스요리
하여간 이렇게 해서 점심에 코스요리를 먹게 되었다. 언제 이런 걸 먹어보겠나 싶기도 했고 저녁은 적당히 건너 뛸 생각이었기에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 요리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히 평할 수준은 못되기에 간단히 느낌만 말하면 아주 신기한 퓨전 한식 코스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코스 하나 하나 재료와 의미를 설명해 주시면서 서빙을 하셨는데 돌아오니 기억이 가물가물. 그래도 사진을 보면 맛이 기억은 난다. 그 맛을 제대로 글로 옮기지 못하는 부족함이 아쉬울 따름.
나름 재미있는 맛과 색색이 아름다운 구성에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코스요리였다. 김소희 셰프는 무척 편안하게 대화하면서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언제나 그러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사진도 같이 찍어 주셨다. 마지막에는 가서 먹으라며 조리대 위에 놓여 있던 과일도 한 봉지 챙겨 주시기까지 하셨다. TV에서 보던 무서운 심사위원이 아니라 그냥 마음씨 좋은 부산 할머니 같아 보였다. 지금도 그 때 그 모습을 생각하면 빙그레 웃음이 지어진다.
결론적으로 대단히 만족스러운 식사이긴 했는데,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짚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일단 지금 현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행일정이 빡빡한 가운데 간단히 식사를 했으면 하는 분이라면 권할만한 메뉴는 분명이 아니라는 점. 코스요리이다 보니 좀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낮시간이어서 그런지 운좋게 예약 없이도 자리를 잡긴 했지만 다른 시간대에는 어떨지 미지수. 식당내부 규모가 작다보니 더더욱 예약이 필요해 보인다. 요리는 나름 색다른 맛을 즐기긴 했지만 역시 좀 평범한 요리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개인적인 노파심이지만, 빈 중심부 가까운 곳에서 외곽으로 매장을 이전하면서 더욱 규모가 작아진 듯 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앞으로 오래오래 잘 되시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아무튼, 다음 목적지는 호프부르크 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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