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3일차 일정
무직페라인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아직 빈에서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정이 이틀은 더 남았다. 21일 토요일, 대략적인 일정은 호텔에서 나와 제체시온을 거쳐 오페라극장에 가서 티켓을 수령하고 시립공원에 간 다음 링 주변을 도는 트램을 타고 이동하다 킴 코흐트(!!)에서 좀 늦은 점심를 계획했다. 점심식사 후 돌아오는 길에 호프부르크궁에 들러 씨씨 티켓을 구입 후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저녁에 오페라 관람으로 마무리하는 일정. 역시 만만치 않게 빡빡하다.
제체시온. 오며가며 매일 보던 곳!
조식과 슈파르 마트
2일차 조식. 사진을 다시 보니 조식에 나온 소시지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이날은 식당안에서도 바깥쪽 창문자리에 앉았다. 현관 입구 바로 위 쪽 자리인데 바로 건너편에 안 데어 빈 극장(Theater an der Wien)이 보이고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파파게노 조각상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곳 주소도 파파게노 거리에 있다.(Papagenogasse 6, 1060 Wien)
1801년에 문을 연 이 극장은 특히나 베토벤의 작품 여럿이 초연된 장소로 유명한데, 교향곡 3번 '영웅', 5번, 6번, 오페라 피델리오 등 여러 작품이 초연된 곳이기도 하고 특히나 피델리오 작곡기간인 1803, 4년에는 아예 극장에서 살기도 했단다. 이 극장과 바로 이웃하고 있는 이 호텔 이름이 '호텔 베토벤'인 것도 나름 이유가 있는 셈이다.
조식을 마치고 전날 처럼 산책 겸 오페라 극장 쪽 슈파르 마트에 갔다. 빈에서 완전히 반해버린 슈파르 마트 오렌지 주스. 눈앞에서 바로 생 오렌지에서 착즙되어 나오는 주스가 병에 담기는 광경도 신기하고 무엇보다 그 신선한 맛이 정말 일품이다.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풍경들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새파란 하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오페라극장-마트에서 나와 바라본 모습 | 제체시온. 하늘이 정말 파랗다! | 오렌지 주스 - 엄지 척! |
제체시온(Secession)
호텔에서 나와 오페라극장 쪽으로 가다보면 길가에 늘 보고 지나치던 건물. 빈 분리파 전시관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건물 위에 올려져 있는 황금색 조형물만 보아도 정말 감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늘은 정말 파랗고 날씨는 제법 따끈따끈 했다. 빈에 가려면 5월이 제일 좋겠구나 싶었는데 가을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다.
건물 내부는 여러 조형물들이 있긴 한데 공간이 넓지는 않아서 관람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지하에 가면 그 유명한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Beethovenfries)를 볼 수 있다. 독일어 스펠링으로는 '베토벤프리스'가 맞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왠지 다들 '베토벤프리즈'라고 하니 일단 그렇게 적었다. 영화나 영상등에서 볼 수 있듯이 하얀 벽면 상단에 돌아가며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 그림들은 클래식 음악팬들에게는 아바도/빈 필(DG)의 베토벤 교향곡 음반 앨범 표지 등 여러 음반 커버그림으로 친숙한 것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여행 중 늘 느끼던 것이지만, 이곳에서도 또 한 번 '내가 이곳에 오다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얀 벽면에 조금 높이 설치된 그림을 올려 보게 되는데 조용하고 하얀 공간 속에서의 관람 체험은 묘하게 숙연한 기분이 든다.
오페라 극장 티켓 수령
제체시온에서 나와 오페라 극장으로 가는 방법은 지상에서 빤히 보이는 길을 따라 가는 것과 지하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주변을 둘러 보러 가기에는 당연히 지상이 낳지만 도로가 많아서 자주 다니다 보면 횡단보도 건너는 것이 번거롭기도 해서 한번에 편하게 가려면 지하도가 낫다. 제체시온 바로 옆에 지하도 입구가 있으니 이용하기 편리하다.
오페라 극장 티켓은 인터넷에서 예매하면 메일로 예매내역이 오는데 이걸 뽑아서 티켓으로 교환해야 한다. 교환장소는 시내 여러 곳에 위치하는데, 오페라극장에서 제일 가까운 곳은 오페라극장을 정면에 두고 볼 때 길 건너 왼편 건물 1층에 있다.
프로그램 책자 찾아주시는 할머니 | 공연 일정표 |
건물에 들어서면 여러 공연 티켓을 종합 판매하는 곳이었다. 출력해 간 예약내역 제시하고 티켓으로 교환했는데, 예매시 프로그램책자도 같이 구매했는데 책자는 건물 입구쪽 별도 매대에서 수령하면 된다고 했다. 나이 지긋하면서도 어딘지 쉬크한 모습의 할머니께서 근무 중이신데 영어 버전 프로그램 책자가 거의 떨어져서 잠시 찾아보시더니 다행히 찾아 주셨다.
사무실에는 각종 공연 일정표가 빼곡한데, 매일같이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이 올려지는 시스템이 참 놀랍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이 예정대로 잘 진행되지 않는 일이 일상다반사인듯 하다. 우리가 볼 21일 저녁 로엔그린 공연도 프로그램에는 네덜란드 지휘자 '얍 판 츠베덴'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영국 지휘자 그레이엄 젠킨스로 바뀌었다. 다음 날 돈 카를로 공연도 정명훈 지휘자로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마르코 아르밀리아토로 바뀌었다.(누구신지 모르는 젠킨스 보다는 나름 지명도 있는 아르밀리아토 쪽은 나쁘지 않게 바뀐 듯)
알베르티나 | 오페라극장 - 봐도봐도 안질린다 | 링 순환 트램 |
티켓을 받아 나와 왼편을 살짝 돌아보면 알베르티나가 보인다. 그 앞에 있는 소시지 매점위에 올라 앉은 초록색 토끼와 오페라 극장 앞에 놓인 거대한 분홍색 토끼도 여행기간 내내 자주 보았는데 생각해보니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는 뒤러의 토끼그림 속 그 토끼인 듯. 아무튼 오전의 잠깐 동안 일정 속에서도 빈의 멋진 풍광에 흐뭇해진다.
아침먹고 마트 다녀오고, 제체시온 관람하고 오페라 티켓까지 찾으니 벌써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오전에만도 제법 많은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대략 11시쯤 오페라 극장 앞으로 나와 트램에 올라 다음 목적지 시립공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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