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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멘델스존 : 한 여름밤의 꿈

by iMac 2017. 2. 8.

한 여름밤의 꿈


제목부터 어딘가 모르게 설레이기도 하고, 살짝 허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은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으나, 대략적인 줄거리만 보건대 꽤나 정신없이 줄거리가 전개되는 희극으로 알고 있다. 누가 뭐래도 이 작품은 '결혼행진곡' 하나로 불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클래식에 관심없는 사람도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얼마 전 올레TV를 보던 중 아르떼 채널에서 경기 필이 롯덴 콘서트홀에서 이 작품을 연주한 공연실황 영상을 보게 되었다. 제법 공을 들인 티가 나는 것이, 독창과 합창은 물론, 유명 배우 두 명이 나레이션을 맡고 중간중간 발레 공연까지 선보였다. 연주의 완성도를 떠나서 시도 자체는 칭찬할만 했고 이 작품이 여전히 매력적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들을 뒤적여 보니 나 또한 이 작품을 은근히(?) 좋아하고 있었구나, 새삼 깨달으며 디스코그래피를 정리해 보고 싶었다.




필립 헤레베헤/샹젤리제 오케스트라 (harmonia mundi)



옛날 녹음 - 페터 막 & 오토 클렘페러


페터 막/런던 심포니(1957년)의 음반은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와 커플링 된 음반으로, 예전부터 꽤나 평판이 높았던 연주이다. 여전히 들을만 하고 상쾌하고 활력 넘치며 스테레오 초창기 데카의 눈부신 기술력을 잘 보여주는 음반이긴 하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약간 과대평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 한다. 앞서 언급한 표현들 - 상쾌하고 활력이 넘친다는 표현은 달리 표현하면 밸런스가 아주 훌륭하게 잘 맞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고 요즘 기준으로 보면 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또한 서곡 포함 8곡을 수록하고 있어 완전한 전곡을 수록한 것도 아니다. 





무겁기로 따지면 클렘페러/필하모니아(1960년) 만큼 무거운 연주도 없겠지만, 클렘페러는 좀 달리 봐야 하는 것이 이 지휘자가 만들어 내는 음악은 무게감과 동시에 조형감과 밸런스에 있어서도 소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음색은 딱히 매력적이지 않지만 음악적으로는 훨씬 완성도가 높다. 대사는 모두 생략했지만 수록곡은 제법 많아서 모두 10곡을 수록하고 있다. 장송행진곡 앞의 짤막한 팡파르가 빠진게 아쉽다.



너무나 영어스러운 - 세이지 오자와 & 제임스 저드


오자와/보스턴 심포니(1992년) 녹음은 비록 유명 배우 주디 덴치가 나레이션을 맡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적어도 내 귀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이 들린다. 압도적인 합주력을 뿜어내고 있지만 절제가 부족해서 모든 것이 흘러 넘치는 듯 부담스럽다. 캐슬린 배틀과 프레데리카 폰 스타데의 가창 또한 너무 미국적으로 들린다. 셰익스피어도 멘델스존도 아닌 디즈니? 녹음은 훌륭하지만, 오자와의 스타일은 딱히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현악이 너무 풍성해서 금관이 종종 파묻히기도 하니 더더욱 아쉽다. 



낙소스에서 발매된 제임스 저드/뉴질랜드 심포니(2009년) 음반은 여러 연극 배우들이 배역을 맡아 드라마를 들려주고 있는데 드라마 부분이 너무 많은 것이 오히려 잘 듣게 되지 않는다. 음악과 극이 오롯이 하나가 되는 느낌을 담기란 쉬운게 아닌가 보다. 각각의 배역을 나눠 맡으면 더 실감날 줄 알았는데 비 영어권 청자인 나에게는 혼란스럽기만 하고 음악의 흐름도 단절되어서 딱히 손이 자주 가지 않는다. 뉴질랜드 심포니의 연주 역시 그러한 아쉬움을 날려 버릴 정도까지는 아닌 딱 적당한 수준.





아바도의 두 종류 버전 - 영어 & 독일어


아바도/베를린 필(1995년) 소니 음반은 참 재미있는 구성이다. 이 음반을 처음 접했을 당시부터 최근까지 나레이션은 오로지 '케네스 브래너'로만 알고 있었다. 얼마전 소니에서 발매한 아바도 전집 박스에 같은 녹음이 수록되어 있어 집어 보니 나레이션이 다른 사람이다. 바바라 수코바(Barbara Sukowa)라는 독일 여배우인데다가 나레이션과 합창 부분의 가사도 이전에 듣던 영어버전이 아닌 독일어 버전이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두 개의 버전을 갖게 되어서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바도 - 영어버전(좌), 독일어버전(우)


녹음 무렵은 아직 아바도와 베를린 필의 연주가 좀 느슨한 감이 있어서 개인적인 생각에 최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합주력이나 앙상블, 음색 모든 면에서 최고급의 소리임에는 분명하니까. 다만 이것도 결혼 행지곡 이후 곡은 생략하고 그대로 피날레로 마무리하고 있다. 영어 버전과 독일어 버전을 비교하면,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계속 들어왔던 케네스 브래너가 들려준 영어버전이 좀 더 좋게 들린다. 성악부분도 영어 가사가 더 좋게 들리는데, 당시 한창 전성기였던 실비아 맥네어의 솜사탕같이 아름다운 가창은 몇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함께 커플링된 이탈리아 교향곡도 멋진 보너스.



한장만 고른다면 - 헤레베헤


헤레베헤/샹젤리제 오케스트라(1994년) 음반은 더 뭐라 말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연주이다. 상쾌하고 또렷하고 악기간 밸런스 탁월하고.. 현재 내 취향으로는 더 바랄것이 없다. 나레이션이 생략된 버전이라는 점이 아쉽다면 아쉽지만 음악에만 집중하기에는 충분하며 전체 11곡이 수록되어 있고, 커플링된 핑갈의 동굴 서곡 연주도 멋지다.



애플뮤직에서 - 아르농쿠르 & 가디너


우선, 최신보인 가디너/런던 심포니(2017년) 음반은 LSO 라이브 녹음인데, 연주수준은 여전히 나쁘지 않다만 녹음은 변함없이 퍽퍽하다. 초창기 LSO시리즈보다는 나아진 듯 해도 역시나 별 수 없나보다. 영국이니까 당연히, 적당한 수준의 영어 대사와 영어 가사를 들려주고 있는데 음악은 역시 적당히 생략되어 있다. 결혼행진곡 이후 바로 피날레로 마무리하는데 자연스럽게 끝내버리려면 음악적으로는 그 편이 더 나을 것 같긴 한데 녹음 자체로 잘라먹은 것은 듣는 입장에서 좀 그렇다. 


가디너아르농쿠르

아르농쿠르/유럽 챔버(1993년) 녹음은 음반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참에 애플뮤직에서 찾아 듣게 되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훌륭하다. 대사는 적당히 최소한 포함한 독일어 버전으로 총 8곡을 수록하고 있다. 몇 곡이 빠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베토벤 교향곡 녹음의 감동이 그대로 이어진 듯 날선 연주의 감동이 이러한 아쉬움을 간단히 잊게 한다. 잘 들어보지 못한 발푸르기스의 첫날밤 모음곡 op.60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이번에 들어보니 역시 제법 흥미진진한 음악이었다. 



결론은?


이 외에도 서곡과 스케르초, 녹턴, 결혼행진곡의 4곡 정도로 발췌구성한 음반까지 찾아보면 들어볼만한 연주가 정말 많다. 개인적인 추억의 연주로는 콜린 데이비스/보스턴 심포니(1976년)의 연주인데, 젊은 시절 콜린 데이비스의 활력 가득한 멋진 연주로 이 곡을 처음 알게 해준 멋진 연주였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종종 금관이 파묻히는 모습이 아쉽다.  


아바도헤레베헤



아무튼 결론은, 대사 없는 버전으로는 헤레베헤, 약간의 생략과 적당한 대사를 포함한 아르농쿠르의 것 또한 멋진 연주. 나레이션을 많이 포함한 버전이라면 다소 생략이 있긴 하지만 아바도의 영어 버전을 택하고 싶다. 현재로서는 이렇게 세 종류가 제일 마음에 들고 구색맞추기로 고전 명반을 하나 추가한다면 클렘페러까지 포함하면 충분할 듯 하다. 과연 앞으로 이 보다 더 나은 음반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