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 교향곡 전집 (자발리쉬, EMI)

사용자 삽입 이미지슈만 - 교향곡 전집 볼프강 자발리쉬 /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EMI) 1972년 9월 1~12일 드레스덴, 루카스 교회 녹음 (2CD)


tistory에서 시작하는 블로그 첫 포스팅은 이런저런 망설임 끝에 자발리쉬의 슈만 교향곡 전집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렇게 쓰면서 생각해 보니 음악 좀 듣는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추천이 아닌가 싶어서 너무 뻔한게 아니냐 싶기도 한데, 이 선택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다.

탕아의 귀환이라고나 할까? 내가 슈만의 교향곡을 CD로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일본에서 나온 해적판으로 발매된 자발리쉬의 1,3번 연주였다. 그 때엔 정말 멋모르고 듣던 때였는데, 그 후 본격적으로 음반을 모으면서 이 음반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EMI본사에서 제대로 발매가 안 된 탓도 있으리라.

아무튼... 슈만의 교향곡들은 솔직히 말해서 교향곡 분야에서 일급이라고는 선뜻 말하기가 민망한 것이 사실이고 특히나 직속(?) 후배인 브람스의 교향곡에 비하면 더더욱 아쉬움이 많은 작품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력이 존재하는 작품들로서 자주 손이 가게 된다.

어설픈 관현악.. 운운하는데, 그게 슈만 교향곡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어설퍼 보이지만 다소 공간이 떠 보이는 그 틈을 통해 낭만의 향기가 마음껏 뿜어져 나온다고나 할까?

흠.. 그러고 보니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14권에도 치아키가 지휘하는 슈만의 1번 '봄'이 잠깐 등장한다. 비록 실패한 연주회의 에피소드 였지만~

결론적으로, 오랜 방황 끝에 ART시리즈로 드디어 재발매된 자발리쉬의 전집을 들으면서 이야말로 슈만 교향곡의 레퍼런스로구나 싶었다. 물론, 여전히 완벽한 연주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4번의 4악장은 그야말로 '옥의 티'로서 1악장처럼 좀더 기민하게 움직여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역시나.. 4번은 쉬운 곡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다 듣고 나면 전체적으로 이보다 나은 선택이 떠오르지 않는다. 적어도 전집에서는. 한곡 한곡 별도로 살펴보면 빼놓을 수 없는 명반들이 있지만 말이다.

이 전집의 매력을 정리해 보자면... 우선 루카스 교회에서의 녹음으로 울림이 참 좋다. 적당히 깊숙하게 들어간 공간감이 느껴지면서 잔향도 적당하다.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단골 녹음 장소인데 언제 어느 레이블의 녹음으로 들어도 이들의 소리는 정말 독특하다. 누가 뭐래도 이들만큼 오케스트라의 컬러가 분명한 단체도 없으리라.  일본 평론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그슬린 은빛의 은은함'이라고 묘사되는 그 특유의 현은 정말 매력적이다. 누가 지휘하더라도 이들 현의 소리는 변하지 않는다.

그 외에...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항상 적당한 존재감을 유지하는 팀파니도 매력적이고... 금관의 울림이 현에 파묻히지 않고 적절하게 잘 살아 있는 것 또한 중요한 체크 포인트. 이러한 요소들을 한데 모아 산뜻하게 마무리하고 있는 자발리쉬의 솜씨도 정말 대단하다. 화려하게 각광받은 지휘자는 아니지만 독일 음악의 해석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임에 분명하다. 적당히 독일적인 중후함과 절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슈만 특유의 낭만의 향기 또한 마음껏 발산하는...

이 외에 내가 들어본 전집이라면...

셀/클리블랜드(CBS/SONY), 쿠벨릭/베를린 필(DG), 쿠벨릭/바이에른 교향악단(CBS/SONY), 카라얀/베를린 필(DG), 번스타인/빈 필(DG), 도흐나니/클리블랜드(DECCA), 아르농쿠르/유럽 챔버(TELDEC), 가디너/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ARCHIV)... 이런, 쓰다보니 8종류나 된다.

셀은... 역시 유명한 음반인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정이 가지 않는다. 현은 정말 아름답게 포착이 되었으나 금관과 팀파니가 거의 들리지 않으니 정말 이상하다. 내 귀만 이상한건가? 아무튼, 내게는 이런 식의 밸런스는 용서가 안된다.

쿠벨릭의 두 종류 모두 한때 결정반이라고까지 생각했던 것들인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들해졌다. 모두 훌륭하긴 하나 전체적인 울림이 자발리쉬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다. 한 때 그토록 열광했었는데 이토록 급속도로 사랑(?)이 식을 수 있다니...

카라얀은... 제법 들을만 하다. 1971년 베를린 예수 크리스트 교회에서의 녹음인데, 기대 이상의 호연이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2번은 적극 강추. 다만.. 반복을 행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고, 결정적으로 4번에서 푸르트벵글러를 너무 의식한 탓인지 너무너무 심각한 표정이어서 음악을 듣고 있기가 상당히 피곤하다. 표준적인 추천반이라고 하기는 좀..

번스타인은 훌륭한 연주라는 생각은 드는데,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끌리지 않는다. 실황이어서 음이 조금 퍽퍽한 편이라서 그런가? 정말 의외다.

도흐나니는 기대가 크기에 실망도 큰 경우. 연주도 뭐라 말하기 힘들게 이해가 가지 않고... 데카의 녹음은 어찌 이다지도 재미없는지! 이게 디지털 녹음이라니...

아르농쿠르도.. 도흐나니보다는 낫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경우. 소규모 악단의 상쾌함을 기대했으나 득보다 실이 많았다. 4번은 오리지널판만 수록하고 있어서 아쉽다.

가디너가 그래도 시원스런 매력의 연주를 들려준다. 녹음도 좋고 울림도 상큼하고, 정격연주답게 금관도 선명하고.. 4번 교향곡의 오리지널판과 현행 개정판 모두를 녹음하고 있어서 비교감상의 재미도 있다. 자발리쉬 말고 또 다른 하나를 더 고르라면 가디너를 선택하면 되리라. 정격 연주 특유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글이 너무 길어진 듯. 슈만 교향곡의 개별 명반은 따로 시간 내서 천천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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