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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슈베르트 :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by iMac 2007. 3. 28.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D.821 (1824)

1악장 : Allegro moderato
2악장 : Adagio
3악장 : Allegretto

음반 사상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연주로 가장 유명한 것이라면 역시 로스트로포비치의 것일 것이다. 최근 파워코드를 갈아 끼우고 엄청난 음질의 향상을 맛보고 있는 관계로 오랜만에 이 음반도 꺼내 들어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로스트포비치/브리튼 (Decca) - 1968년 녹음


오랜만에 그것도 엄청 향상된 음향으로 감상하니 역시 감탄할만 했다. 데카의 우수한 녹음덕에 엄청난 음장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사실상 음악을 즐긴 것이 아니라 소리를 즐겼다는 것이 솔직한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음반이 왜 그리도 유명한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연주가 대단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청년 슈베르트의 우수가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어디까지나 철두철미하게 정치정연하며 웅대한 스케일로 음향이 뿜어져 나온다. 템포나 프레이징도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두 사람 모두 참 무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하긴 예전에도 이 연주를 일컬어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격에 비유했던 글을 본 적 있다. 나 역시 전적으로 그 생각에 동감한다. 3악장에 이르면 로스트포비치의 그 어마어마한 테크닉의 과시에 질려버린다. 이쯤되면 좀 심하게 말해서 거의 '엽기'라고 할만하다.

그래서 답답함을 씻어버리기 위해 막바로 이어서 들어본 연주가 이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마이스키/아르헤리치 (Philips) - 1984년 녹음


일단 마이스키의 첼로는 스승인 로스트로포비치에 비해 스케일이 오그라든 느낌이지만 대신 훨씬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준다. 1악장 첫 도입부를 여는 아르헤리치의 피아노 역시 브리튼보다 훨씬 아름답고 애잔한 느낌이다. 역시 진정한 직업 피아니스트와의 차이점이 이런 것인가 싶다. 솔직히 브리튼의 피아노는 견실하긴 하지만 딱히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아무튼, 이런 연주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앙상블 실내악이 아닐까? 앞서 두 거인이 펼쳐 보이는 너무나도 심각하고 거대한 모습이 놓쳐버린 작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이 연주에서 느낄 수 있다. 어느새 끝났는지 의식하지 못한 사이 곡이 끝나버렸다. 그야말로 술술 잘 넘어간다.

과연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것이가 보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향한 과정도 이러한 명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 그래도 로스트로포비치의 음반은 그 유명세덕에 중고시장으로 쫓겨나지는 않을 듯 싶다. 이름값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