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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번스타인 : 시벨리우스 교향곡집(DG)

by iMac 2007. 3. 17.

시벨리우스 : 교향곡 제1, 2, 5, 7번

레너드 번스타인 / 빈 필하모닉

엘가 : 수수께끼 변주곡
레너드 번스타인 /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브리튼 : 바다를 위한 4개의 간주곡
레너드 번스타인 /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첫 만남


이 음반에 수록된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연주는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들어온 연주였다. 기억을 더듬으면 고등학교 2학년쯤 수학여행을 갈 때 친구한테 그 무렵이 내 생일이기도 하고 해서 생일선물로 받은 테잎이 바로 이 연주였고 그것이 이 작품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이 연주는 나에게 있어 첫인상이자 기준이며 변함없이 감동적인 연주였는데, 나중에 세월이 지나 알고 보니 무척이나 느린 템포의 연주인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이 연주가 변함없이 좋았는데 어느 분은 그렇게 느린 연주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하기도 했다.

지금 다시 들어보면, 템포가 전반적으로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늘어지지 않고 그것이 빈 필의 탁월한 합주력에 힘입어 장대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외에도 요즘은 좋아하는 2번 연주가 늘어났지만 번스타인의 연주는 변함없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연주는 그렇게 좋아하고 있으면서 번스타인이 빈 필과 함께 녹음한 다른 시벨리우스 연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 또한 미스테리이지만, 일종의 인연이라 생각하고.. 아무튼 얼마전에 드디어 이 세트를 장만하게 되었다.

시벨리우스는 3번 교향곡을 반환점으로 삼아 그 이후부터 스타일이 확 달라졌는데, 호흡이 긴 선율중심의 음악에서 짤막짤막한 모티브 중심의 음악으로 변모해 간다. 물론 그 정점은 7번 교향곡이라 할 것이고..

5번과 7번은 걸작이라는 생각은 하면서도 그리 즐겨 들은 작품은 아니었는데 번스타인과 빈 필의 실황녹음은 정말 매력적이다.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드는 마력으로 가득한 연주인데 왜 이제야 만나게 되었는지.. 이쯤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3번을 녹음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아쉬워진다. 산뜻하고 갖출것 다 갖춘, 수수하게 숨어 있는 걸작 3번 교향곡...

개인적으로 5번 교향곡의 마지막 6개의 종지화음을 늘 썰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 쉼표가 너무 길다! - 이 연주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쯤되면 최면에 걸렸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만큼 호소력 만점이다.  연주가 끝나자 번스타인역시 또 하나의 음악천재였음을 새삼 실감하며 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브라보 번스타인!

녹음도 좋고 빈필의 울림은 더더욱 말할나위 없다. 1번도 그전까지는 그닥 즐겨듣는 작품은 아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귀에 익혀 두어야 겠다. 1번은 솔직히 좋게 말하면 젊음의 혈기가 넘치는 곡이고 달리 말하면 좀 거칠거칠하면서 악상의 전개가 충분하지 못한 느낌이어서 자주 듣지는 않았지만 이 또한 번스타인의 지휘봉이 선명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에 압도당하게 된다.

이 세트를 장만했으니 예전 CD는 처분해야 하나.. 싶지만 적어도 이 음반은 그럴 수 없을 듯. 고등학교 수학여행동안 줄곧 귀에 꽂고 듣던 그 추억의 테잎과 같은 표지그림인데다가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의 멋진 그림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