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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music note

이브리 기틀리스 : 바이올린 협주곡 모음집 (VOX)

by iMac 2007.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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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리 기틀리스 (1922~)


The Art of Ivry Gitlis - Vox(2CD)

차이코프스키, 브루흐, 시벨리우스, 멘델스존 - 바이올린 협주곡
바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이브리 기틀리스(바이올린)
야샤 호렌슈타인, 한스 스바로프스키 /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1954~57)

어느날 아침 출근길에 운전중에 어찌어찌하다가 평소와는 좀 다르게 라디오를 늦게 틀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틀었던 것 같은데 한창 흘러나오고 있던 곡이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피날레. 자주 듣지는 않았지만 귀에는 충분히 익숙한 곡인데 연주가 상당히 격정적이었다. 독주는 약간 집시 바이올린을 연상케 했지만 엄청난 비르투오소임에는 틀림없었고 오케스트라의 반주도 팽팽한 응집력을 바탕으로 아주 빠른 템포로 미친듯이 휘몰아치는 독특한 연주였다.

브루흐의 작품에서 흔히 기대하는 감미로움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시종일관 격정으로 가득한 연주였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조금 남은 마지막 부분까지 앉아서 듣고 방송 멘트를 들으니 이브리 기틀리스의 바이올린과 호렌슈타인이 지휘하는 빈 필이라는 것이 아닌가! 이 때에는 호렌슈타인 + 빈 필이라는 조합에 귀가 솔깃했던 것이 사실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빈 심포니였다. 진행자의 멘트에 순간적인 착오가 있었나보다.

아무튼 그 때의 강렬한 인상덕에 지금껏 이름만 들어왔던 이브리 기틀리스의 음반을 처음으로 장만하게 되었다. 1922년생인데 아직도 살아계신가보다. 현재는 파리에 거주하고 계신듯. 녹음당시는 30대 초중반으로 한창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무렵으로 생각되며 실제로 들어보면 정말로 실감할 수 있다.

차이코프스키, 브루흐, 시벨리우스, 멘델스존 하면 그야말로 스탠더드 레퍼터리들로서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한 작품들인데 지금까지의 그 숱한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다. 비르투오소란 바로 이런것이다라는 것을 유감없이 선보이는 연주로서 과거의 파가니니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겠구나 싶을 정도.

멘델스존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의 반주를 맡고 있는 호렌슈타인의 팽팽한 지휘도 대단해서 무척 만족스럽다. 모두 모노 녹음이지만 밸런스가 잘맞은 선명한 음향으로 감상에 전혀 지장이 없는 훌륭한 수준. 가격까지 상당히 저렴한 편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다.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차이코프스키와 브루흐가 최고가 아닐까 싶다. 송곳처럼 날카로우면서도 끈끈함을 잃지 않는 화려한 운궁의 마력에 빠져들게 하는 멋진 연주이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음반도 참 오랜만인 듯. 아마도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듯 해서 더더욱 만족스러운가 보다.